[감성카페, 이야기를 담다] 핑크 대문 너머, 광주 커피의 얼굴을 만나다 ⑧ 까사델커피

    작성 : 2026-07-17 10:00:02
    차 잔이 놓인 자리에는 한 마을의 풍경과 시간이 함께 머뭅니다. 골목의 오래된 벽, 들판을 스치는 바람, 바다를 향한 창, 한옥 마루의 햇살처럼 카페는 그 마을의 표정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 됩니다. KBC광주방송 시리즈 <감성카페, 이야기를 담다>는 작은 카페들을 통해 그곳에 스며든 삶의 결, 공간의 기억, 지역의 감성을 차분히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사직공원 언덕 위 핑크색 대문 [까사델커피]

    ◆ 사직공원 위,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

    광주 남구 사직공원 언덕을 오르다 보면 골목 한편 선명한 핑크색 대문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단정한 정장을 입은 바리스타, 그리고 계산보다 먼저 커피를 내어주는 독특한 운영 방식.

    일반적인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 바로 까사델커피(Casa del Coffee)입니다.

    2018년 문을 연 까사델커피는 어느덧 9년째 양림동을 지키고 있습니다.

    ▲카페 내부 모습 [까사델커피]

    ◆ 타협하지 않아 더욱 매력적인

    'Casa del Coffee'는 직역하면 '커피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의 양림동은 카페거리이자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까사델커피가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는 곳보다 내가 오래 있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사장은 입지를 선택할 때도 유동인구나 상권 분석보다 풍경을 먼저 살폈습니다.

    카페 안에서뿐 아니라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카페 내부 역시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원목과 따뜻한 조명, 여유로운 좌석 배치를 통해 손님들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굳센 마음으로 시작한 8개월의 대장정 끝에, 까사델커피는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습니다.

    ▲단정히 차려 입은 직원들 [까사델커피]

    ◆ 옷차림에도 철학을 담다

    까사델커피를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직원들의 복장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단정한 셔츠와 정장을 입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사장은 서울에서 맞춤양복(테일러)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패션과 디자인을 배우며 익힌 단정함과 디테일이 지금의 까사델커피 브랜드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직원들이 입는 옷도 직접 디자인하고 맞춤 제작합니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가장 편안하면서도 손님에게 예의를 갖출 수 있는 복장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사장은 자신도 어딘가에서 영감을 얻었듯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까사델을 통해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페 곳곳에 놓인 향수와 빈티지 소품

    ◆ 한 잔을 위한 원칙

    까사델커피의 또 다른 특징은 후불제입니다.

    대부분의 카페가 주문과 동시에 결제를 받지만, 까사델커피는 먼저 커피를 제공한 뒤 계산합니다.

    "손님이 커피를 맛보기도 전에 돈부터 받는 것이 제 철학과는 맞지 않습니다."

    커피는 개인의 취향이 분명한 음료인 만큼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실제로 손님이 커피를 충분히 마시지 못하거나 만족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커피값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후불제는 단순한 운영 방식이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태도이자, 자신의 커피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깥을 향한 에스프레소 머신 [까사델커피]

    ◆ 좋은 커피는 좋은 마인드에서부터

    "좋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내리는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커피의 맛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아무리 좋은 원두와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만드는 사람의 태도가 부족하면 좋은 커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두는 0.01g 단위까지 계량하고, 추출 과정도 반복해서 점검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매장 안쪽이 아닌 손님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신뢰의 문제, 사장은 머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도 똑같은 상태일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며

    사장은 손님이 문을 여는 순간부터 까사델커피의 경험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카페로 들어서면 마주하는 공간의 분위기와 은은한 커피 향,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사람들의 대화 소리까지 모두 하나의 경험이 되도록 고민했습니다.

    밤이 되면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불빛은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손님이 커피를 끝까지 다 드시고 빈 잔만 남겨두고 가실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인 손님도 늘어나 어느 순간 까사델커피가 광주 커피의 얼굴이 됐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9년 전에도,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커피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변하지 않겠다는 다짐.

    화려한 마케팅이나 특별한 이벤트보다 진심 어린 한 잔의 커피를 내리는 일.

    까사델커피는 오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키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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