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문 너머, 춘삼월
전남 화순으로 향하는 길목, 광주의 끝자락 동구 선교동.
차들이 오가는 도로 옆으로 넓은 기와지붕이 보입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계절 꽃이 피어있는 정원 너머로 두 채의 한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처마 아래 놓인 고무신과 창가에 놓인 자개상, 소반에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한옥 카페 '꽃피는 춘삼월'입니다.

■ 꽃처럼 피어나는 공간
광주 동명동과 시립미술관에서 20년 넘게 전통 찻집을 운영해온 사장은 남편이 직접 지은 한옥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카페 이름 '꽃피는 춘삼월'에도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남편의 이름인 '춘삼'에 꽃처럼 피어나는 삶과 문화의 의미를 더해 탄생한 이름입니다.
사장은 "이곳이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고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백 년의 시간을 옮겨 짓다
전남 순천과 경남 함안에서 옮겨온 100년 된 두 채의 고택이 지금의 꽃피는 춘삼월을 이루고 있습니다.
처마 밑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넓은 정원은 옛집의 정취를 오늘까지 이어주고 있습니다.
카페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습니다.
고무신과 소반, 자개상, 정성껏 수놓은 식탁보는 사장이 소중히 간직해온 물건들입니다.
할머니와 어머니와 호롱불 아래에서 완성한 자수와 세월의 흔적이 묻은 물건들은 가족의 추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사장은 "그리운 이들을 다시 초대하는 마음으로 공간을 채웠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의 삶과 시간이 담긴 물건들은 고택과 어우러져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 음청류에 날개를 달다
카페의 메뉴판을 보면 전통 음청류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미자차와 쌍화탕, 수정과 같은 전통 음료와 옛날 빙수, 흑임자 아이스크림, 바삭 인절미 등은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맛을 전합니다.
사장은 30여 년 동안 전통차 문화를 소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옥 마루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다 보면, 잠시 잊고 지내던 여유를 느끼게 됩니다.

■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추억
꽃피는 춘삼월에는 다양한 세대가 찾아옵니다.
"어릴 적 할머니 집이 생각난다"고 말했던 손님이 시간이 지나 자신의 아이와 함께 다시 이곳을 찾기도 합니다.
한 세대가 머물던 집에서 또 다른 세대가 추억을 만들어가는 곳.
어르신들은 옛집의 기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우리 전통을 자연스럽게 마주합니다.
사장은 "전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라며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우리의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백 년의 시간을 건너온 한옥은 오늘도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추억을 품은 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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