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이 인사에서 영예를 안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
지난해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열린 정보과 간담회에서 직원들이 정보과장에게 한 말입니다.
총경인 당시 정보과장은 해당 팀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 뒤 승진 문제를 "충분히 어필할 것"이라며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을 많이 보살피는 데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인사평가와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상급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직원의 승진 지원 요청과 과장의 화답이 오간 겁니다.
같은 자리에서는 과장을 향해 "진심을 담아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술버릇과 골프 점수, 맛집과 여행, 재테크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고 복권과 경품, 게임도 진행됐습니다.
10가지 넘는 게임 논의…업무 지시는 그 뒤에

승진 부탁과 답변이 오간 이 간담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팀원들이 차례로 지목돼 게임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사다리타기와 칭찬하기, 오징어게임, 공기놀이 등이 거론됐고 과장에게 물을 질문을 상자에 넣어 뽑는 방식도 논의됐습니다.
회의 시작 뒤 게임과 진행 방식에 대한 의견이 이어졌고 실무 책임자는 "10가지 넘게 남았다"고 정리했습니다.
업무 현황과 기관 방문 자료, 정보 상황 등을 최신화하라는 지시는 그 뒤에 나왔습니다.
실무 책임자는 "간담회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였고 게임이나 장기자랑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게임과 질문, 경품 등을 사전에 준비하고 여러 직원에게 차례로 아이디어를 요구한 과정은 녹취에서 확인됩니다.
"점심 맞춰 복귀"…"회식 빠지면 사유 설명"

복수의 전·현직 정보경찰은 상급자 중심의 모임이 간담회에 그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상급자와 점심 식사를 팀별로 돌아가며 함께했고 식사 뒤에는 여러 직원이 다시 카페로 이동해 티타임을 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겁니다.
일부 정보경찰은 집회나 현장 상황을 확인하다가도 과장과의 점심 약속에 맞춰 복귀했고, 상급자와의 식사 일정을 달력에 따로 적어 관리하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계급과 성별 등에 따라 식사 참석자를 나눴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회식은 당일이나 전날 갑자기 공지되는 경우가 있었고 참석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별도로 사유를 설명하도록 했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회식 자리에서는 참석자들을 차례로 지목해 한 마디씩 하도록 하거나 건배사와 N행시를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지목에 대비해 인터넷에서 건배사를 검색하거나 관련 책까지 준비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실무 책임자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불참 사유를 보고하도록 한 적이 없었고 건배사와 N행시도 강제로 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상급자의 식사비를 부담했다는 주장도 부인했습니다.
"회식하니 5시 조퇴"…배우자 술집에서 2차

회식에 맞춰 직원들의 퇴근시간을 일괄 조정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2024년 5월 광주 지역 한 맥주공장 견학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오후 5시부터 조퇴하도록 미리 공지했다는 겁니다.
정보경찰들은 "견학이 끝난 뒤 오후 5시부터 회식을 할 예정이니 전체 조퇴를 내라고 했다"며 "회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유를 개별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견학 전 내일 회식할 거니까 견학 끝나고 5시에 전체 일괄 조퇴를 내라"는 취지의 공지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실무 책임자는 일괄 조퇴를 강요했다는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직원들이 조퇴나 유연근무를 자율적으로 사용했고 회식도 일과가 끝나는 시점에 시작됐다는 입장입니다.
견학 장소에는 맥주와 안주가 준비돼 있었고, 정보관들이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정보과장은 업무시간 중 술을 마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차량에 업체가 제공한 맥주 상자가 실린 것을 발견한 뒤에는 곧바로 돌려보내도록 했고, 직원들이 회식을 위해 일괄 조퇴한 사실은 당시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견학 뒤에는 술자리가 이어졌습니다.
복수의 정보경찰은 이른 시간 문을 연 술집을 찾지 못하자 한 직원이 배우자에게 연락했고, 배우자가 운영하는 술집을 평소보다 일찍 열어 2차 술자리를 이어갔다고 증언했습니다.
전날 답사·선물 준비…인사권자 중심으로 움직였나

상급자의 외부 일정을 미리 준비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일부 정보경찰은 지난해 정보과장의 문화시설 방문을 앞두고 실무 간부가 전날 현장을 답사하고 식사 장소를 준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 승진 대상자와 일부 반장을 과장 일정에 동행시키는 방안도 논의됐다는 증언입니다.
앞선 맥주공장 견학에서는 정보과장이 요구하지 않은 맥주 상자를 직원들이 과장 차량에 실었다가 과장의 지시로 되돌려 놓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상급자의 직접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직원들이 일정과 식사, 선물 등을 먼저 챙겼다는 내부 증언이 반복해서 나온 겁니다.
박인동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는 신속한 업무 수행을 위해 위계질서가 필요하지만 이런 문화가 조직 관리에까지 이어질 경우 과거의 관행이 상급자의 권력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상급자가 하급자의 인사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고, 부당한 관행에 이의를 제기한 직원이 조직에서 '유별난 사람'이나 '부적응자'로 취급될 수 있다면 내부 문제 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수민 노무사는 "회식 불참과 연차 사용 등이 구성원의 선택으로 보장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상급자에 대한 구성원들의 평가도 인사와 조직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익 노무사는 상급자 식사나 회식 강요 등의 문제는 정보활동의 보안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자체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부의 감사가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인동 변호사는 "감찰의 독립성, 인사 유착 차단, 신고자 보호의 실질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실제로 신고했을 때 보호받고 문제가 된 행위에 책임이 따르는 것을 구성원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조직이 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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