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던져주면 부하가 대필"…눈먼 첩수비 [정보경찰의 민낯 上]

    작성 : 2026-08-31 15:00:21
    경찰청, 광주청 집행 자료 확보…첩수비 전반 감사 착수
    선결제·카드 돌려쓰기·결과보고서 대리작성 증언 잇따라
    내부 점검서 "금액 줄이고 보고서 많이" 정산 방식 안내
    "반복 환수에도 재발…허위 증빙·사적 사용 집중 점검"
    경찰 정보부서는 집회·시위와 노동·지역 현안 등 공공안녕 정보를 수집·분석합니다. 정보원과 첩보는 보호 대상이지만 예산·복무·조직 내부 비위까지 기밀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입니다. 경찰이 올해 일선 정보과를 다시 둔 가운데 KBC광주방송은 광주경찰청 정보부서의 첩수비 부당 집행 의혹과 비판 기사 댓글 대응, 상급자 의전·회식 관행을 취재했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정보경찰의 내부 통제 실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 KBC광주방송 8뉴스 방송 화면 일부

    "영수증은 간부가 가져오고, 결과보고서는 부하 직원이 썼습니다."

    "가족과 지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고, 보고서는 정보활동을 한 것처럼 작성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광주경찰청 정보부서의 정보·첩보 활동비(이하 첩수비) 집행을 둘러싼 내부 증언들입니다.

    경찰청은 8월 28일부터 광주경찰청에서 정보부서 예산 집행 자료를 확보해 카드 사용 내역과 정보활동 결과보고서 등을 대조하고 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첩수비가 실제 정보활동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는지, 허위 증빙이나 사적 사용이 있었는지가 주요 감사 대상입니다.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개별 집행의 부당성이나 관련자 책임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부정 집행 사실이 확인되면 집중 감찰과 예산 환수, 징계 검토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간부가 영수증 건네면 부하가 결과보고서 작성
    ▲ KBC광주방송 8뉴스 방송 화면 일부

    첩수비를 사용한 정보관은 정보활동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집행 목적을 소명합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경찰은 "일부 간부가 매달 영수증 여러 장을 부하 직원에게 건네고 자신의 정보활동 결과보고서를 대신 작성하게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른 정보관이 수집한 첩보를 간부가 직접 수집한 것처럼 옮기거나, 실제 만나지 않은 사람과 식사한 것처럼 작성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식사비에 맞춰 실제보다 참석 인원을 늘려 적거나, 보고서를 대신 작성하는 직원이 쓸 내용을 찾기 위해 다른 정보관에게 첩보를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정보활동을 한 사람과 예산을 사용한 사람,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이 서로 달랐다는 겁니다.

    식당 선결제와 카드 돌려쓰기도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KBC는 여러 음식점에서 정보경찰의 선결제 내역이 적힌 장부와 명함 사용 정황 등을 확인했습니다.

    첩수비 카드로 수십만 원을 먼저 결제해 놓고 이후 식사할 때마다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복수의 정보경찰은 "선결제한 금액을 직원이나 가족·지인과 식사하는 데 사용하거나 다른 정보관의 카드를 서로 바꿔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상급자 식사나 직원 회식에 사용됐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타청 감사와 본청 감사를 이어서 하고 있는데도, 부당 집행 내역이 투명하게 걸러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첩수비는 자택과 근무지 500m 밖에서 오후 9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일부 정보관이 주소지를 일정 기간 변경해 예산을 부정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선결제 가장 의심"…"금액 줄이고 보고서 많이"
    ▲ KBC광주방송 8뉴스 방송 화면 일부

    이런 집행 방식 가운데 일부는 광주경찰청 내부 점검에서도 이미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KBC가 확보한 정보부서 예산 점검 녹취에서 담당자는 선결제를 "가장 의심이 많이 드는 집행"으로 꼽았습니다.

    영수증 내역과 결과보고서에 적힌 참석 인원이 다르거나 특정 음식점을 반복적으로 이용한 사례도 지적했습니다.

    광주청에선 한 차례 30만~40만 원을 사용하거나 특정 정보활동 한 건에 예산을 몰아 쓴 사례가 있었고 일부 금액은 환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점검 과정에서 구체적인 정산 방식도 안내됐습니다.

    담당자는 한 건에 사용하는 첩수비 금액을 줄이고 결과보고서를 더 많이 작성하는 방향으로 집행하라고 설명했습니다.

    점심은 10만 원 안팎, 저녁은 20만 원 이내로 사용하고 참석 인원은 4명 정도로 적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하나의 정보활동에 붙이는 영수증은 2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실제 정보활동이 있었는지와 예산이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하기보다 영수증과 결과보고서 형식을 감사 기준에 맞추는 데 점검이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6개월·1년 치 몰아쓰기…"날짜 다르게" 질문에 "고민해서"
    ▲ KBC광주방송 8뉴스 방송 화면 일부

    결과보고서를 제때 작성하지 않는 관행도 내부 점검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점검 담당자는 일선 경찰서에서 6개월치 또는 1년 치 결과보고서를 뒤늦게 한꺼번에 작성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를 뒤늦게 쓰면서 작성 날짜는 현재인데 이미 끝난 집회를 앞으로 열릴 행사처럼 기록하는 등 시점이 맞지 않는 경우도 나왔습니다.

    담당자는 결과보고서의 작성 날짜와 활동 시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 참석자가 "쓰는 날짜를 다 다르게 쓰면 되지"라는 취지로 말하자 담당자는 "그거를 고민하셔서 쓰시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부적절한 사후 증빙 관행을 적발하고도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점검 녹취에는 특정 정보관에게 잘못된 집행 방식을 반복해서 고치도록 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담겼습니다.

    환수와 지적이 반복됐는데도, 끼워 맞추기식 집행 관행이 이어졌다면 해당 정보관뿐 아니라 결재·관리 책임자까지 감찰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밀' 이유로 비공개…외부 검증은 어디까지?
    경찰은 정보활동의 기밀성을 이유로 첩수비의 구체적인 집행 내역과 환수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경찰 내부 감찰이나 수사 관련 자료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비공개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광주지법은 2024년 경찰 내부 준칙만을 근거로 감찰처분심의위원회 회의록과 감찰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대법원도 수사 관련 정보라고 해도 공개할 경우 수사 업무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비공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서울중앙지검의 월별 특수활동비 배정액과 집행액, 잔액도 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최기영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정보원의 신원과 구체적인 첩보 내용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기밀 유지 의무를 지는 외부위원이나 국회 등이 실제 집행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부 검증이 차단되면 예산을 다른 용도나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내부에서 문제 삼지 않는 이상 통제가 어려워지고, 사후 심사가 가능한 수준의 증빙과 외부 점검 장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 KBC광주방송 8뉴스 방송 화면 일부

    양부남 국회의원(행정안전위원회)도 "정보활동의 기밀성은 필요하지만 실제 예산이 기재된 목적대로 사용됐는지는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은 이번 감사에서 카드 사용 내역과 결과보고서를 대조해 허위 정보활동을 꾸며 예산을 정산한 사례가 있었는지, 선결제와 카드 교차 사용, 가족·지인 식사 등 사적 사용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입니다.

    반복적인 환수와 지적에도 같은 집행이 이어졌는지와 이에 대한 결재·관리 책임도 감사 결과에 따라 감찰 대상이 될 거라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광주청에서 구조적인 부당 집행이 확인될 경우 다른 시·도경찰청 정보 부서까지 첩수비 집행 실태를 확대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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