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심장 대구 살릴 것...컷오프 재심 청구, 이진숙, 미치지 않고서는, 불광불급(不狂不及)[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6-03-24 15:11:16 수정 : 2026-03-24 15:24:29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컷오프' 이진숙 "저 개인에 대한 능멸 넘어 대구시민에 대한 모욕, 배신...해괴"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오전 국민의힘 대구시당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한 자신의 대구시장 후보자 컷오프(공천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엄청 화가 많이 난 모양입니다.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얘기입니다. 엄청 화가 많이 난 거를 영어로는 흔히 'mad'라고 쓰는데, '미친'(crazy), '제정신 아닌'(insane)이라는 뜻도 아울러 있습니다. mad. 화난. 미친.

    암튼, 이진숙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이정현 위원장이 자신을 컷오프 시키자 어제(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컷오프를 '해괴한 컷오프'라고 아주 세게 성토했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컷오프는 저 개인에 대한 능멸일 뿐 아니라 대구시민들에 대한 모욕이자 대구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단어들이 셉니다. 근데 묘하게 아주 유명한 한국영화 대사들이 겹쳐집니다.

    우선 '배신'이라는 대사에선 영화 '넘버 3' 송강호의 저 유명한 대사. "배.배.배. 배신이야. 배신. 배반. 알았어"

    '모욕'이라는 단어에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피칠을 한 이병헌과 김영철 씨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능멸'은 좀 덜 유명하긴 한데, 영화 '광해'에서 '진짜 광해군' 이병헌이 자신의 옷을 벗겨 화살 맞은 상처를 확인하려는 이조판서를 향해 "네놈이 감히 나를 능멸해? 내 반드시 너를 참할 것이다" 소리치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한 문장에서 저토록 유명한 한국영화 대사들을 떠오르게 하다니, 재주라면 재주입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의 화에는 본인 나름대론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시민들이 자신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데, 이대로면 대구시장은 따 놓은 당상인데, 도대체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을 자르냐는 겁니다.
    ◇ "여론조사 압도적 1위...작대기만 꽂아도 당선, 대구시민 애국심 자긍심 깡그리 무시"
    ▲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포함된 4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저는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2위, 3위 후보의 세 배에 이르는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는 것이 이진숙 전 위원장의 항변입니다.

    그러면서 본인에 대한 컷오프를 '해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런 해괴한 공관위의 컷오프는 저 개인에 대한 능멸일 뿐 아니라 저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대구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대구시민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다"

    "대구시민들은 선택할 자유를 강탈당했다. 시민들이 저에게 '공천만 받아오세요, 찍어드릴게요'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그 뜻을 알게 됐다. 시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중앙당에서 압도적 1등 후보도 잘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민들은 이진숙을 1위로 밀고 있지만 중앙에서 '안 돼'라고 하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TK에서는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세상...자유민주주의 영토 줄어, 대한민국 전역 파란세상 될 판"
    자신을 컷오프한 국민의힘을 향해 한껏 날을 세운 이진숙 전 위원장은 현 정국을 '체제전쟁'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서 대법관이 무더기로 늘어나고 공소취소가 계획되는 세상이 됐다"고 이재명 대통령도 겨냥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이 만든 그들만의 세상. 자유민주주의의 영토는 점점 줄어들고 대한민국 전역이 파란 세상이 될 판"이라는 우려도 토해냈습니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을 당하고 자동 면직된 다음 날 체포되고 수갑까지 찼던 제가 압도적 1위 후보로 컷오프까지 당하면서 이제 3관왕이 됐다"는 기염 비슷한 것도 토했습니다.

    취임 이틀 만에 탄핵, 이거는 방통위원장을 말하는 것 같고. 체포 수갑 얘기는 지난해 10월 2일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법원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찰에 체포되면서 영등포경찰서에 압송된 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탄핵, 체포, 컷오프. '3관왕'이라고 합니다. '보수 여전사'를 칭할 만합니다.
    ◇ 탄핵, 수갑체포, 컷오프, 3관왕..."이재명이 자르고 싶었던 이진숙을 국힘이 잘라"
    ▲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에서 '대통령' 호칭도, 존칭도 다 빼고 "이재명이 자르고 싶었던 이진숙을 국힘이 잘랐다. 민주당의 잠재적 후보 김부겸이 자르고 싶었던 이진숙을 국힘이 잘랐다"고 '이재명이'를 빌어서 재차 '국힘'을 성토했습니다.

    이재명이. 본인을 이재명의 적수나 이재명과 맞서 싸울 보수의 전사로 여기고 포지셔닝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믿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영등포경찰서에 압송될 당시 이진숙 전 위원장은 경찰서 포토라인에 서서 언론 카메라들을 향해 수갑 찬 묶인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며 "저 이진숙. 여기 수갑 차고 있습니다"라며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정청래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습니까"라고 외쳤습니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얼굴은 사뭇 비장했습니다.

    "방통위 없애는 것도 모자라 이제 저 이진숙에 수갑을 채우는 것입니까.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개딸이 시켰습니까"
    ◇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개딸이 시켰습니까"...'전국구' 이진숙, 대구시장 목전에서 물거품?
    보수 방송 패널 서정욱 변호사 말을 인용하면 저 퍼포먼스로 이진숙 전 위원장은 '전국구'가 됐습니다.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니, 보수 본진 대구도 열렬히 '이진숙'을 호응해 준 것 같습니다.

    이제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인데. 이진숙 전 위원장 입장에선, 모두에 언급한 mad,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진숙 전 위원장, 가만히 못 있겠는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여겼는지 오늘(24일)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공관위에 컷오프 재심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 "자유우파 심장 대구 지키고 싶어"...국힘 공관위에 컷오포 재심요구서 제출
    ▲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당사 앞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 이진숙 전 위원장은 "대구시민들이 저 이진숙에게 2위와 두 배, 세 배차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는 것은 자유우파의 심장 대구를 지키는데 이진숙 당신이 앞장서 달라는 요구"라고 일종의 '소명론' 비슷한 걸 주장했습니다.

    "전쟁 속 포탄도, 더불어민주당의 근거 없는 탄핵도, 이재명 정권의 강압적 수갑도 이겨냈다"며 "대구를 지키고 싶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우파의 심장 대구가 다시 강한 대구로 저 이진숙과 함께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이진숙 전 위원장은 거듭해서 호소했습니다.

    앞서서 화난, 미친, mad 얘기를 잠깐 했는데 요즘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쓰이고 있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앞에 '미친'은 미칠 '광'(狂) 자를 쓰고 뒤에 '미친'은 미치다, 도달하다 할 때 '급'(及) 자를 씁니다.
    ◇ 어지러운 정치판...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치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한다. 도달할 수 없다. 뭐든 미칠 정도로 열중해야 이룰 수 있다는 뜻 정도로 쓰이는데, 중국 고사에서 유래했거나 출전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말 같습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고는 미치지 못한다. 미칠 수 없다.

    개인적으론, 사마천이 '사기'에서 "굴평은 올바른 도리를 곧게 행하며 충성을 다하고 지혜를 다해 그 군주를 섬겼으나, 참소하는 자의 이간질로 곤궁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한 초나라 굴원이 쓴 '어부사'(漁父辭)의 유명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거세개탁아독청(擧世皆濁我獨淸) 세상이 다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중인개취아독성(衆人皆醉我獨醒) 천하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라는 구절이 그것입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이진숙 전 위원장이 낸 재심청구서를 받아들일지. 그것과 별개로 정치권에선 이진숙 전 위원장을 대구시장이 아니라 대구 보궐 국회의원으로 쓰려는 포석이다. 같이 대구시장 컷오프 당한 6선 주호영 의원이 대구시장 무소속으로 나올 거다. 주호영 의원 지역구엔 한동훈 전 대표가 나갈 거다. 주호영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가 합종연횡할 거다. 그렇게 되면 대구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진숙 위원장도 무소속으로 출마 못 할 게 뭐가 있냐. 탈당하고 나갈 것이다. 여기에, 아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의 수도권 경기지사 차출설. 그렇게 되면 단숨에 대선 주자급 되는 거다. 정말 별의별 '설'과 얘기들이 나돕니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고 정지판이 원래 그렇다고 하지만 어지럽습니다. 정녕 미치지 않고는 미칠 수 없는 걸까요. 누가 혼탁하고 누가 깨어 있는 걸까요. 누가 취해 있고 누가 깨어 있는 걸까요. 다 취해 있는 걸까요. 그런 구분 자체가 의미 없는 걸까요.

    암튼. 방통위원장 탄핵, 공무원법 위반 등 수갑체포, 대구시장 컷오프, '3관왕'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정치적 행보와 결과가 궁금하긴 합니다. 불광불급. 미치지 않고는 미칠 수 없다. 사람들이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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