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금테 둘렀나...이진숙, 성역과 신화, 생긴 대로 떠들다, 신구자황(信口雌黃)[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6-08-16 14:47:48 수정 : 2026-08-16 17:01:21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진숙 "5·18, 이미 성역 넘어 신화...어떤 토론도 금지, 표현의 자유 억압, 반민주적"
    ▲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5·18 재조명' 학술 심포지엄 논란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 솔직히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문제적 인간, 이진숙.

    일단 이진숙 의원의 14일 기자회견 발언 내용부터 좀 보겠습니다.

    "5·18이 특별법에 의해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으니 더 이상 토론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면 5·18은 성역을 넘어 이미 신화가 된 것이다."

    이진숙 의원의 말인데, 이진숙 의원은 그러면서 "특별법으로 보호받는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토론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냐"고 강하게 되물었습니다.

    "(토론 금지는) 민주를 내세운 운동이 민주국가의 가장 중요한 가치 자산인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마디로, 5·18은 무슨 금테라도 둘렀냐. 왜 아무 말도 못 하게 하냐. 무슨 성역이자 금기의 신화냐. 이런 항변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민주를 '내세운' 운동.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진숙 의원의 그 마음, 그 '결기'와 '오기' 같은 게 느껴져 한편으론 씁쓸한 헛웃음이 납니다.

    ◇이진숙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식도 하는데...내 5·18 토론회가 그렇게 비판받을 일인가"
    ▲ 13일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 인사말 하는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페이스북엔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모임이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열려도 어제 토론회만큼 비판 비난을 받았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은근슬쩍, '5·18' 토론에 '김정은' 환영을 끌어와 덮습니다.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며,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

    "5.18에 대해서 한 가지 목소리만 나와야 한다면, 그것은 성역을 넘어 이미 신화가 된 것이다."

    5·18에 대해 거듭 '성역', '신화' 같은 이미지를 덧칠합니다.

    앞서 전날인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5·18 재조명' 토론회에선 5·18은 소요 사태라는 등 별의별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런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전두환, 광주사태 학살과 무관...호남과 주사파, 서로 약점 커버 순망치한 관계"
    ▲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김용삼 '펜앤마이크' 대기자라는 사람은 "광주사태의 책임은 1980년 당시 군 지휘 계통에서 전혀 관련이 없는 전두환에게 오롯이 전가됐다. 전두환은 살인마가 아니다."라고 단정해서 말했습니다.

    5·18은 '사태'이고, 전두환은 광주학살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주동식 '호남대안포럼' 대표는 "호남과 주사파는 서로 약점을 커버해 주는 순망치한 관계였다. 호남은 특유의 전근대성, 낙후 등 부정 이미지를 주사파의 중심 대중인 청년학생들의 젊음, 참신함, 선진적 이미지로 커버했다."고 말했습니다.

    진즉에 구닥다리 유물이 된 김일성 유일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 청년'들이 '참신', '선진적 이미지'라는 건 금시초문입니다. 발상이 참 '참신'합니다.

    아무튼 주동식 대표는 호남과 주사파를, 북한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주사파와 호남을 한패로 묶어버립니다.

    주동식 대표는 그러면서 "5·18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저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는 고립, 내부적으로는 분열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에서 흔히 쓰던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 전술, 분할하여 통치하라. 요즘 말로 하면 '갈라치기'를 해법이라고 내놓고 있습니다.
    ◇"광주, 어둠의 세력들 소굴...5·18 딥 스테이트(그림자 권력), 암중에서 대한민국 지배"
    '이승만학당' 설립자 이영훈 '새역사국민운동' 대표는 "저는 딥 스테이트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닌지 자주 의심한다"며 "한국적 딥 스테이트의 결정적 계기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열흘간의 소요사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딥 스테이트'(Deep State)는 종종 '심연 정부', '심층 국가'로 번역되는데.

    선출된, 드러난 권력이 아니라 배후에서, 막후에서 국가를 지배하는 비밀권력집단, '그림자 권력'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음모론의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영훈 대표의 '딥 스테이트가 한국을 지배한다'는 저 말은, '5·18 권력'이 막후에서 암중에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지배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새역사국민행동은 평소에도 '광주의 젊은이들은 어릴 적부터 반국가의 상징에 둘러싸인 채 반국가 정치와 역사를 교육받고 있다. 광주는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는 주장을 아무 스스럼없이 대놓고 펼치는 사람들입니다.

    조직강령에도 5·18을 '광주사태'라고 명명하며 '전두환 대통령의 커다란 공적을 정당하게 평가함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놓고 전두환을 찬양, 미화하는 단체입니다.
    ◇"전두환 대통령, 부국 민주주의 연착륙 커다란 공적"..."살인마 전두환", "내가 당사자다"
    ▲ 13일, '자유민주 관점 5·18 학술 포럼'에 참석한 허화평 씨(왼쪽) [연합뉴스]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도 발표 도중 '전두환 대통령의 부국과 민주정치 연착륙'이라고 적힌 화면을 띄우는 등 전두환 미화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전두환'이 '민주정치 연착륙'이라니. '연착륙'이 삼청교육하고 녹화사업하고 남영동 대공분실에 가둬놓고 물고문 전기고문 통닭고문 하고 관절 빼기하고 뭐 그런 뜻인가.

    여러 생각이 듭니다.

    이에 객석에선 '내가 당사자다', '살인마 전두환' 등의 비통한 아우성과 항의가 터져 나왔고.

    또 다른 쪽에선 '전라도 빨갱이 XX들' 같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조롱과 비하, 광주와 5·18 폄훼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 물병을 던지거나 주먹다짐도 벌어졌는데. 이진숙 의원은 "이런 소란 사태로 행사가 중단되도록 하는 것이 특정 세력의 목표"라며 '꿋꿋하게' 회의를 진했습니다.

    그리고. 허화평 대령.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12·12 쿠데타를 실무적으로 기획, 실행한 전두환 집권의 일등공신. 가히 '전두환의 한명회'라 부를 수 있는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도 이 토론회 현장에 왔습니다.

    이 난장을 보며, 세상 무심한 얼굴로 '토론회 자료집'을 뒤적거리며, '전두환은 죄가 없다'는 평가를 보며. 허화평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내가 맞았어. 12·12, 5·18, 잘했어' 그랬을까요. '저 사람들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지. 우습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이런 토론회 적절한가' 질문에...이진숙 "MBC는 질문 그렇게 하면 안 돼. 기자 자격 없어"
    '국회에서 5·18을 폄훼하는 이런 토론회를 여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의 MBC 기자 질문에 이진숙 의원은 "MBC는 질문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기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차갑게 쏘아붙였습니다.

    '토론회 중 전두환이 광주학살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동의하시냐'는 질문에도 이진숙 의원은 "기자로서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된다. 중립을 지키라""제가 답변할 수준도 아니고, 답변할 위치에도 있지 않다."고 피했습니다.

    뭐를 어떻게 질문해야 기자 자격이 있는 걸까요. 본인은 그렇게 말할 자유, 토론할 자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기자 질문을 타박하며 막는 건. 이율배반입니다.

    이진숙 의원은 그러면서 "오늘 발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들었다면 5·18 폄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느낄 것"이라고 '폄훼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폄훼(貶毁). 남을 깎아내리고 헐뜯다.

    5·18에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쓰던 '광주사태', '소요사태'라는 표현을 쓰고, 전두환은 학살과 무관하고, '호남과 주사파는 서로 약점을 커버해주는 순망치한 관계', '딥 스테이트 5·18' 등의 주장을 했는데. '전라도 빨갱이 XX들' 같은 폭언이 쏟아졌는데.

    이게 5·18 폄훼, 호남 폄훼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폄훼일까요.
    ◇'전두환 내란목적 살인 유죄 확정, 어떤 토론회 더 필요?' 질문에도...이진숙, 묵묵부답
    ▲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토론회'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왜 토론을 막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진숙 의원은, '의원님, 전두환 씨 내란목적 살인죄 유죄가 확정됐는데 어떤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라는 질문엔 정작 아무 답변 없이 자리를 떴습니다.

    기자들이 따라가며 '5·18의 어떤 부분을 재해석해야 하는 거냐?'고 거듭 물었지만 이진숙 의원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것은 저에게 할 질문은 아니다. 토론회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자회견문을 보라"고 냉랭하게 쏘아붙였습니다.

    이진숙 의원의 기자회견문을 보겠습니다. '성역'이니 '신화'니,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은데 요체는 그런 것 같습니다.

    5·18은 성역도 신화도 아니다. 되어서도 안 된다. 말할 자유, 토론의 자유를 막는 건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다.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5·18은 민주화운동이다. 이건 이미 법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합의와 평가가 끝난 사안입니다.
    ◇대법원 "5·18, 신군부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맞서 헌정질서 수호...법적·역사적 평가 끝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4월 17일, 내란목적 살인 등 전두환 선고공판에서 5·18에 대해 '신군부의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맞서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행위'라고 판결문에 명시해 5·18이 '헌정질서 수호 민주화운동'임을 명확하게 정의했습니다.

    1997년이면 30년 전입니다. 30년 전에 5·18은 '헌정질서 수호 행위' 법적 판단이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끝난 겁니다.  

    이에 앞서 1995년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여야 합의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5·18 등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진행을 정지시켜 시효 만료로 전두환 일당이 법적 처벌을 피해가려는 걸 막자는 거시 골자입니다.

    특별법 제정 당시 소급입법 논란이 있었는데, 1996년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월 신설된 5·18 특별법 제 1조의2 '정의' 조항 제 ①항은

    "이 법에서 '5·18민주화운동'이란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을 말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5·18이 '민주화운동'임을 더욱 명시적으로 특별법에 적시한 겁니다.

    그밖에 다른 관련 법안들도 5·18이 '민주화운동'임을 명확하게 적시하고 있습니다.

    5·18이 민주화운동임은 부인할 수 없는 법적, 역사적 '사실'인 겁니다.
    ◇토론회 빙자, 5·18 비하 폄훼 역사왜곡...비린내 나는 음모론 유포, 금도 넘어
    그럼에도 5·18을 두고 '폭동', '사태'라 부르면서. 내란목적 살인, 반란수괴 등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받고 2심에서 무기징역 감형,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전두환이 '광주학살'에 책임이 없다는 등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에 불과합니다.

    애초 전두환을 풀어주지 않고 감옥에서 죽게 했다면, 죽기 직전에 풀어줘서 전두환의 얼굴을 보게 했다면, 저런 말이 나왔을까 싶습니다.

    거기다 호남을 주사파와 한패로 대놓고 묶어서 '반국가, 어둠의 세력' 이미지를 덧칠하고. 무슨 '딥 스테이트'니 뭐니 해서 5·18에서 이어지는 민주화 세력들이 암중에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깁니다.

    성예지기(腥穢之氣). 더럽고, 비리고, 냄새나는 음모론입니다.

    이걸 우리가, 대한민국 사회가, 언필칭 '사상의 자유, 토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고 용인해도 되는 걸까요. 그것도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굳이 비유를 하자만 이런 거 아닌가 합니다.

    3·1 운동, 우리한텐 의심할 여지 없는 독립운동이지만. 제국주의 일본이 보기엔 불령선인들이 저지른, 감히 천황이 하시고자 하는 일에 반기를 든 소요 사태고 폭동일 겁니다. 다 잡아 가둬서 고문하고 죽여야 할.

    근데 제국주의 일본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저런 '3·1 운동 재평가' 토론회를 우리 '청와대'에서 연다고 하면. 그래 토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니까. 얼마든지 하십쇼.

    요코소. 이랏샤이마세. 환영합니다. 어서 오십쇼. 해야 하나요.

    그게 그거와 같냐고 항변할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와 상식, 김기, 금도라는 게 있는 겁니다.

    이진숙 의원의 저 '5·18 국회 토론회'는 장소도, 사람도, 내용도. 선을 넘었습니다.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신구자황(信口雌黃), 입에 걸레를 물고 아무 말이나 지껄여...신여기인(身如其人), 생긴 대로 놀아
    우리가 흔히 '생긴 대로 논다'고 하는데 한자 표현에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신여기인'(身如其人)이 그것입니다. 몸이 곧 그 사람이다. 생긴 꼴이 곧 그 사람이다.

    '언여기인'(言如其人)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뜻입니다. '논어'는, '어떤 이의 말을 알면 곧 그 사람을 안다. 알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궤변'(詭辯)이라고 하는데. '신구자황'(信口雌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서'(晉書) <왕융열전>(王戎列傳)에 나오는 말입니다.

    중국 서진(西晉) 시대의 대표적 청담가(淸談家) 왕연(王衍)의 얘기에서 나온 말인데.

    신구자황.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떠들다,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는 뜻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자황'(雌黃)은 비소와 유황의 화합물로 한번 쓴 글을 고쳐 쓰는데 쓰는, 지금으로 치면 지우개 같은 것입니다.

    입에 자황, 지우개를 물고 있는 것처럼 아무 말이나 하고. 아니다 싶으면 지우고 바꾸고.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는 뜻으로, 구문자황(口中雌黃)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왕연은, 공자가 '너는 종묘 제사에 쓰는 귀하고 아름다운 그릇'이라고 높게 평가했던 자공과 본인을 비교하면서 온갖 알은체, 잘난 체를 하고 다녔는데.

    이를 냉소하고 조롱하여 평가한 말입니다. 신구자황(信口雌黃). 자황을 믿고, 자황을 입에 문 듯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
    ◇공자 "나는 사이비를 미워한다...그대로 두면 무리를 모아 국가를 뒤흔든다. 반드시 처단해야"
    왕연이 자기와 견주려 했던 자공, 그 자공의 스승 공자는 이렇게 비슷하나 아닌 것, '사이비'(似而非)를 '덕을 해치는 도적'이라며 극도로 미워하고 경계했습니다.

    오사이비자(惡似而非者), 나는 비슷하지만 아닌 것을 미워한다. 공자는 실제 이런 '사이비'를 처단한 일도 있습니다. 이른바 '소정묘(少正卯) 주살 사건'입니다.

    공자가 노나라 정공 때 형법과 형벌을 책임진 '사구'(司寇)를 맡았는데,

    제일 먼저 한 일이 당시 노나라에서 그 이름이 아래 위 모두에서 자자했던 '소정묘'란 인물을 주살해 사흘 동안 그 시신을 저잣거리에 내다 건 일입니다.

    이에 공자의 제자들이 깜짝 놀라 도적도 아닌 당대의 '명망가'를 처단한 이유를 묻자 공자는 소정묘의 다섯 가지 음험함, 5대 악을 들며 그를 처단한 이유를 밝힙니다.

    심달이험(心達而險). 머리는 비상하고 아는 것은 많으나 그 마음이 음험하다.
    행벽이겸(行僻而堅).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편벽되면서도 고집을 부린다.
    언위이변(言僞而辯). 명백한 거짓을 말함에도 언변이 좋아 그럴싸하게 말한다.
    지추이박(記醜而博). 괴이하고 추잡한 지식을 주워 담고 박식한 행세를 한다.
    순비이택(順非而澤). 그릇된 일을 일삼으면서도 겉으로는 멋지게 포장을 한다.

    공자는 "사이비 소정묘는 이 다섯 가지 사악함을 모두 갖추었다. 그러기에 그는 '소인들의 영웅'이다. 그대로 두면 무리를 모아 국가와 진실을 뒤흔들 인물"이라며 그를 단호히 처단했습니다.
    ◇'보수 여전사, 보수의 영웅' 이진숙, 5·18 특별법 처벌 피하려 꼼수?...'심달이험' 등 '의심'
    ▲ '새역사국민운동 학술 심포지엄' 포스터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보수 여전사, 보수의 영웅' 이진숙' 의원이 머리가 비상하고 아는 것이 많은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진숙 의원도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인데. '심달이험 행벽이겸 언위이변 지추이박 순비이택' 하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괴이하고 추잡한, 편벽되면서도 고집은 센, 그릇된 일을 일삼는, 그걸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마음이 음험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왠지. 토론회 앞뒤에 벌어진 일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께름칙합니다.

    5·18 특별법 제8조 ①항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공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최대 징역 5년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공연히 진행한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등'도 들어갑니다.

    다만 같은 조 ②항은 '제1항의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진숙 의원이 국회에서 한 '5·18 재조명' 토론회 포스터는 '모두의 역사, 5·18민주화 운동에 대한 학술적 성찰'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역사, 학술적 성찰.

    5·18 특별법 허위사실 공표 처벌 예외조항에 나와 있는 단어, '역사', 학설'과 같거나 비슷한 단어들이 들어가 있는 게 그냥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토끼가 여우를 피해 굴을 파듯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걸까요.
    ◇이진숙, 5·18 토론회 판은 거하게 깔아놓고...정작 본인은 기자들 질문에 '입꾹닫', 묵묵부답
    ▲ 13일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 인사말 마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5·18 재조명 토론회,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판은 거하게 깔아 놓고. 국회의장도 하지 말라고 말리고, 오죽하면 국민의힘 지도부도 말렸는데. 난 강행. 온갖 사람들 불러 놓고.

    '5·18이 소요사태냐, 전두환이 유죄 확정인데 뭘 더 재조명해야 한다는 거냐' 등을 묻는 질문엔 '기자 자격 없다. 그런 거 나한테 묻지 마라, 난 대답 안 한다.'

    판은 깔아놓고. 다른 사람들은 있는 말 없는 말, 별 말을 다 하게 해놓고. 정작 본인은 '입꾹닫',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조용필 씨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아니고. 난 내 입으론 말 안 할란다. 난 모르쇠. 이렇게 나오는 것도 그냥 다 어쩌다 우연일까요.

    아니면 계산된 묵묵부답일까요.

    앞서 5·18 음모론 때 잠깐 언급했는데. 성예지기(腥穢之氣). 뭔가 더럽고 기분 나쁜 비릿한 냄새가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이진숙 토론회, 국민 우롱 조롱 기만극...민주역사에 테러, 허위사실 유포, 명백한 실정법 위반"
    국회의원은 그게 뭐든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 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5·18 허위사실 공표는 5년 이하 징역,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검 형사부장을 지낸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제가 진행하는 KBC '여의도 진검승부'에서 이진숙 의원의 5·18 재조명 토론회에 대해서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들을 우롱 조롱하는 것이다. 민주역사에 대한 태러이자 기만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양부남 의원은 그러면서 "5·18 폭동 등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5·18 특별법이 금하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실정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언론 자유, 토론 자유, 표현의 자유를 그렇게 강조하는 이진숙 의원이 정작 '토론회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며 본인 입으론 어떤 평가도, 답변도 안 하는 걸 보니.

    심달이험(心達而險). 머리는 핑핑 잘 돌아 통달했는데 마음이 음험하다.

    '이진숙 의원이 머리가 비상하고 아는 것이 많은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왠지 자신과 관련된 건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것도 같다는, 느낌적 느낌도 듭니다.
    ◇공자 "사람들을 의혹 미혹에 빠지게 하는 자...그런 자는 나라를 뒤엎을 자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꼭 죽여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를 뒤엎을 그런 자들이다. 이런 자들이 바로 군자들로 하여금 의혹을 품게 하는 자이며, 어리석은 자들로 하여금 미혹에 빠지게 하는 자이다. 그런 자는 반드시 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공자의 말입니다. 제가 누구를 지칭해서 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첨언하자면, 입에 지우개를 물고 있는 것처럼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인다는 '신구자황'(信口雌黃) 고사를 만들어낸 왕연도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서진 말기, 오호십육국 시대 후조의 창건자 석륵에 사로잡힌 왕연은 "나는 천하를 어지럽힌 적이 없고, 정치에 관심도 없다"고 석륵에게 아부하며 목숨을 구걸했지만.

    석륵은 "너는 평생 명성을 누리며 높은 자리에 있었으면서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헛된 말과 행실로 천하를 망쳤다"고 크게 꾸짖으며 왕연을 압살합니다.

    박지원 의원은 KBC '여의도초대석'에서 "나쁜 짓 하면 지옥 간다. 지옥에 떨어질 일을 하고 있다"고 일갈하던데. 사필귀정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지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하나 선함도 악함도 놓치는 바가 없다고 했으니. 착하게 살자. 꼭 누구를 지칭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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