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네 편의 기획을 취재하며 다양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서울로 떠난 이유를 묻고, 전남광주에 남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무엇이 있어야 다시 돌아올 수 있느냐고도 물었습니다.
1편에서는 데이터로 청년 유출의 원인을, 2편과 3편에서는 서울과 전남광주 청년들의 목소리를, 4편에서는 그 목소리에 특별법이 어떻게 답했는지를 들여다봤습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청년들이 전남광주에 정착할 수 있을지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사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A)과,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B), 두 청년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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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원하는 일이 이 도시에 있는가
가장 먼저 채용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검색창에 원하는 직무와 지역을 입력해 일자리를 찾아봤습니다.
광주에서 취업할 곳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채용 공고의 숫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임금 수준이 높은 일자리 자체가 지역에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지역 고용 현황 및 시사점(2025)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지역 사업체의 규모별 특성을 보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의 비중은 8개 특별시·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전국 1,000대 기업 가운데 743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반면, 광주에 본사를 둔 기업은 13개로 전체의 1.3%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전체 종사자 가운데 중소기업 근로자가 40만 4,000명으로 80%를 차지하는 반면, 대기업 근로자는 5만 4,000명에 그쳤습니다.
특히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소기업 종사자는 37만 2,000명에서 40만 4,000명으로 3만 2,000명 늘었지만, 대기업 종사자는 4만 7,000명에서 5만 4,000명으로 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역의 일자리가 늘고는 있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확충은 상대적으로 더딘 셈입니다.
결국 광주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선택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 원하는 임금과 근무환경, 기업 규모를 갖춘 일자리를 찾으려면 지역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 B. 문제는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도 통합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옵니다.
기존에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지방공무원을 선발하면서 지원할 수 있는 지역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채용 체계가 마련되면서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근무 지역의 범위도 넓어질 전망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합격하면 근무지는 광주나 전남 어느 한 곳으로 한정되지 않고, 전남광주 전역 중 어디로든 배치될 수 있습니다.
여수에서 순천으로 발령이 나는 것과, 여수에서 목포로 발령이 나는 것이 이제 같은 '권역 내 이동'으로 묶이는 셈입니다.
실제로 시청 간 거리를 비교해보면, 여수에서 순천은 40분, 여수에서 목포는 1시간 42분이 걸립니다.
전남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가로지르는 거리도 '같은 시' 안에서의 이동으로 취급되는 것입니다.
행정구역은 하나로 합쳐졌지만, 그 안에서의 이동을 뒷받침할 광역교통망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통합이 이름뿐인 확장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하나의 생활권이 되려면, 이동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짧고 예측 가능해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여수에서 목포까지 1시간 42분이 걸리는 상태로는, '전남광주 어디서든 근무한다'는 말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 임금 차이를 집값이 상쇄할 수 있는가
내 집 마련은 어느 지역이 더 현실적일지 살펴봤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당 1,587만 원으로, 광주(388만 원)의 약 4.1배, 전남(252만 원)의 약 6.3배 수준이었습니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서울은 약 13억 3천만 원, 광주는 약 3억 3천만 원, 전남은 약 2억 1천만 원이었습니다.
전세시장에서도 차이는 뚜렷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당 832만 원으로, 광주(319만 원)의 약 2.6배, 전남(238만 원)의 약 3.5배였습니다.
이를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울은 약 7억 원, 광주는 약 2억 7천만 원, 전남은 약 2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KOSIS e-지방지표에 따르면 지역별 월평균 임금은 서울이 455만 1,791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남은 379만 1,086원, 광주는 352만 9,174원이었습니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서울은 약 5,462만 원, 전남은 약 4,549만 원, 광주는 약 4,235만 원 수준입니다.


지역별 평균 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봉의 약 24.4년 치, 광주는 7.8년 치, 전남은 4.7년 치에 해당했습니다.
대출과 금리, 세금, 집값 변동 등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비교이지만, 서울의 평균 임금은 광주보다 약 1.3배 높은 데 그친 반면,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4배 이상 높아 지역 간 주거비 부담의 격차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청년이 바라는 인프라
이번에는 광주 청년들이 많이 찾는 동명동을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를 살펴봤습니다.
동명동은 감성 카페와 식당, 독립서점 등이 밀집해 있어 광주를 대표하는 청년 문화거리로 꼽힙니다.
도보권 안에서 식사와 카페, 문화생활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아쉬움으로 꼽았던 부분도 확인됐습니다.
공공데이터포털의 2026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정상영업 중인 대규모점포 수는 서울 737개, 부산 299개, 인천 184개, 대구 157개, 대전 118개, 광주 54개, 울산 38개, 세종 12개 순으로, 광주는 8개 특·광역시 가운데 6위에 그쳤습니다.

그중 코스트코와 이케아, 더현대 등 대형 복합쇼핑시설을 검색해 보니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공연과 전시,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역시 서울에 비해 선택지가 적었습니다.
실제로 트립닷컴 기준, 향후 한 달 안에 서울에서 열리는 콘서트만 약 45건인 반면 광주에서는 한 건 뿐이었습니다.
매일 열리는 도시와, 전국 순회 중 한 번 스쳐 가는 도시의 차이였습니다.
지역 청년들이 말한 "생활의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조금은 체감됐습니다.
4편에서 확인했듯 특별법은 문화지구 지정, 문화진흥기금 설치 등 여러 특례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검색에서 확인한 것처럼, 문화와 대형 생활 인프라는 제도로 이식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야 자생하는 것입니다.
공연장이나 매장이 생긴다고 관객과 소비자가 저절로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서울의 인프라가 촘촘한 건 법이 잘 갖춰져서가 아니라, 그만큼의 인구와 수요가 이미 그곳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인프라는 일자리·주거처럼 법과 예산으로 직접 해결되는 항목이 아니라, 앞의 두 조건이 청년을 얼마나 붙잡아두느냐에 따라 뒤따라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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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고 싶은 도시를 향해
두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끝내고 나니, 광주와 전남이 가진 강점과 아직 채워야 할 빈틈이 함께 보였습니다.
A는 전남광주특별시에 정착할 경우 수도권보다 임금은 낮지만, 높은 주거비 부담 없이 자산을 쌓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B는 광주와 전남 구분 없이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폭 자체가 넓어졌습니다.
다만 광주와 전남 전역을 촘촘히 잇는 교통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습니다.
이번 시뮬레이션을 하며 깨달은 것은 '광주에서 살아도 괜찮을까'가 아니라 '광주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였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이 약속한 일자리와 산업, 교통망 구축은 하나씩 현실이 돼가며 청년들이 지역에서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반 역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성공은 청년들이 '정착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달려 있습니다.
이번 기획이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은 출발점이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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