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잡자" 20년 만의 가격 재결정 명령...법원에선 잇따라 제동

    작성 : 2026-09-16 06:50:01
    ▲ 14일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열린 H&L어드밴스드 협력사 상생협약 체결식에 참석, 발언하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0년 만에 부활시킨 '가격 재결정 명령'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습니다.

    인쇄용지와 밀가루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업체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최종 판결 전까지 왜곡된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15일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쇄용지 가격 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제지업체 4곳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고등법원이 지난달 28일 인용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대법원에 재항고했으나, 본안 판단 전까지 행정명령 효력은 잠정 정지됐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3년 10개월 동안 가격을 담합한 인쇄용지 제조·판매업체 6곳에 총 3,383억 원의 과징금과 함께, 담합 이전 상태를 토대로 가격을 독자적으로 다시 정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어 밀가루 담합 사건에 내려진 가격 재결정 명령 역시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로써 최근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부과한 세 건 가운데 전분당 사건을 제외한 두 건의 집행이 모두 멈춰 섰습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기업이 담합으로 끌어올린 가격을 자체적으로 다시 산정하도록 강제하는 고강도 수단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독과점 폐해로 인한 고물가에 맞서 공권력을 총동원해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담합이 없었을 때의 정상 가격을 엄밀하게 입증해야 하는 데다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한다는 논란도 적지 않아 공정위로서도 부담이 큰 카드입니다.

    실제로 2005년 제도 도입 이듬해 밀가루 담합 사건에 단 한 차례 쓰인 뒤 20년 동안 사문화됐던 조치였습니다.

    문제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시장에서 가격 인상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판 관련 19개 단체는 최근 제지업체들이 할인율을 축소하거나 일부 업체가 최대 13%의 추가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며, 가격 재결정을 악용해 '가짜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창민 의원은 제지업체들이 효력 정지 틈을 타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반복되는 담합 문제와 실효성을 높일 법적 보완책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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