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치권이 왕족 수 확보를 이유로 옛 왕족 출신 남성을 양자로 들여 왕위 계승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여성 왕위 계승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1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은 전날 본회의에서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왕실 양자로 들인 뒤, 양자가 아들을 볼 경우 왕위 계승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개정은 왕실 구성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추진됐지만, 여성 왕족의 왕위 계승 가능성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현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는 현행 황실전범이 '남계 남성'에게만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고 있어 왕위를 이을 수 없습니다.
정치권이 여성 승계는 논의하지 않은 채 남성 승계 방안만 추가로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관련 언론 질의에 "모든 나라의 모든 지위와 직업에서 여성의 권리 향상으로 이어지는 포섭적인 정책을 장려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 황실전범 개정안이 여성의 왕위 계승을 사실상 배제한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도 지난 2024년 왕위 계승권을 남성에게만 인정하는 일본 황실전범이 여성차별철폐조약 이념과 양립하기 어렵다며 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왕위에 오르는 자격은 기본적 인권에 포함되지 않아 여성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발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전임인 이시바 전 총리는 이번 황실전범 개정에 관한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남계 남성에 의한 왕위 계승을 고집할 생각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황실전범 개정에 관한 국회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이에 대해 "표결에서 고민했으나 정부가 향후 황실전범을 한층 더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 논의에 참여하기 위해 기권이나 반대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아사히·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도 1949년 이후 처음으로 부칙이 아닌 본칙이 바뀐 황실전범 개정안 국회 통과를 대서특필하면서 민의에 맞지 않는다고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상징적 천황제의 근간에 상처를 입혔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후 80년에 걸쳐 자라온 국민과 상징적 천황(일왕)의 유대를 무시하는, 너무 많은 결함을 안은 난폭한 제도 변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나루히토 일왕이 최근 내놓은 "국민의 이해를 얻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국민 70%가 여성 왕위 계승을 찬성하는 상황을 정치권이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일본 언론들은 유럽의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등 다른 나라 왕실에서 성별을 불문한 장자 승계 원칙이 자리 잡는 상황에서 일본만 시대에 동떨어진 남계 남성 승계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보수파를 대변해 온 산케이신문은 황실전범 개정안 통과에 반대한 의원은 전체 10% 미만에 그친다며 이번 개정을 옹호했습니다.
일본 왕실의 양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은 현 나루히토 일왕과 약 600년 전의 조상을 공유하는 36∼38촌 관계로, 새로운 황실전범 규정에 맞는 대상은 6명 정도로 알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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