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하려면 '실제 거주'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아파트 주인 A씨가 세입자 부부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 사건에서 임대인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실제 거주 사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A씨가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19년 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6억 3천만 원에 2021년 3월까지 2년 동안 B씨 부부에게 빌려주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0년 12월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워져 다른 아파트를 팔고 빌려준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한다"며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B씨 부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A씨는 집을 비우라는 소송으로 응수했습니다.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 3법' 중 하나입니다.
A씨는 노부모를 거주하게 할 계획이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갱신 거절 사유(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의 실제 거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는 처음에는 직계 가족이 들어와서 산다고 했다가 이후 노부모가 살게 될 계획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부당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1심과 2심은 "A씨는 적법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실거주 주체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이 갱신 거절이 돌연 부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 환송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실제 거주자에 대해 말을 바꾼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가 근처 병원 진료를 위해 이 아파트에 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병원에서 1년에 1∼5차례 통원진료를 받았다는 외래진료확인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이를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A씨가 이 아파트 인근에도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들이 또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전학·이사를 준비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본인 가족이 직접 살겠다는 이유도 의문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임대인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의 증명 책임 소재가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 이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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