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칼럼] 국가 미래 걸린 호남 반도체, 딴지 걸 때인가

    작성 : 2026-07-15 11:10:24 수정 : 2026-07-15 14:17:11
    수도권이면 산업정책, 호남이면 관치경제...반도체 투자 이중 잣대
    용인 투자 빼앗는 사업 아닌 신규 확장…수도권 중심주의 벗어나야
    국민의힘은 지역감정, 노조는 기득권…"국가 미래 흔들어선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생존을 건 산업전쟁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자국에 생산시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제공하고, 전력과 용수·도로 같은 기반시설 구축에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반도체 공장 4기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생산기지를 분산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드는 국가 전략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에 이어 삼성전자 노조까지 호남 반도체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을 '호남 구애용 표 계산', '기업 팔목 비틀기'라고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 입지를 강요하는 '관치경제'라는 주장입니다.

    '기업 투자가 정치 논리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는 동의합니다. 전력과 용수, 인력, 물류와 경제성을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다만 이번 투자를 '정권의 강요'라고 주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근거부터 제시해야 합니다.

    광주 군공항 부지는 삼성과 SK가 여러 후보지를 검토한 뒤 선택한 최적의 장소입니다. 넓은 국유지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고, 평탄화 작업으로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광주 도심과 KTX역이 가까워 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기업의 선택이 수도권이면 시장의 판단이고, 호남이면 정치적 외압이라는 논리는 전형적인 지역 차별이자 궤변에 가깝습니다. 용인에 국가산단을 만들고 정부가 전력망과 용수, 도로와 인허가를 지원하면 산업정책이고, 호남에 같은 지원을 하면 '관치경제'라는 주장도 이중 잣대입니다.

    더구나 호남 반도체 공장은 용인 클러스터를 뜯어 옮기는 사업이 아닙니다. 용인 투자는 최대한 앞당기면서 광주에 신규 생산시설을 추가하는 계획입니다. 그런데도 수도권의 몫을 호남이 빼앗아 가는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행태입니다.

    결국 국민의힘의 반대 논리 밑바닥에는 '반도체는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는 낡은 수도권 중심주의가 깊게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서면 국가 경쟁력이고, 호남에 들어서면 선거용이라는 인식이야말로 전형적인 지역 차별적 사고입니다.

    생산시설을 수도권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전력과 용수 부족, 높은 토지가격, 교통 혼잡과 인력 쏠림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생산거점 분산은 지역균형발전을 넘어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최상의 선택입니다.

    삼성전자 노조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투자 과정에서 고용과 전환배치, 노동조건, 산업안전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노조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이를 넘어 공장 입지와 기업의 장기 투자에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그것은 노동권 보호가 아니라 경영 판단에 대한 과도한 개입입니다.

    신규 투자는 노동자의 몫을 빼앗는 비용이 아닙니다. 미래 일자리와 임금, 성과급을 만들어내는 기반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당장의 성과 배분과 기존 사업장의 이해관계만 앞세워 투자를 막는다면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결국 노동자의 일자리도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가 요구해야 할 것은 호남 투자 철회가 아닙니다. 강제 전환배치 금지와 신규 채용 확대, 안전한 노동환경, 지역 인재 양성, 기존 노동자 처우 보장입니다. 투자 자체를 흔드는 것은 노동자의 미래를 스스로 갉아먹는 단견입니다.

    호남 반도체는 특정 지역에 주는 선물이 아닙니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 완화, 지역 균형발전을 넘어 대한민국의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국가적 투자입니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사업 앞에서 정치권은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노조는 기득권 지키기에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힘과 삼성전자 노조가 진정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근거 없는 관치경제 공세와 반대부터 거둬야 합니다.

    '호남이어서 안 된다'는 편견과 수도권 기득권에 갇힌 채로는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박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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