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 온도를 조작하는 해킹으로 유럽 슈퍼마켓과 식품업체들이 상품을 폐기하는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공격이 최소 11개국으로 번지면서, 식품 보관에 쓰이는 구형 설비의 보안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약 20개 슈퍼마켓 매장이 냉장 설비 해킹 피해를 봤습니다.
시칠리아에서 '쿱'(Coop)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업체 대표는 300개 매장 중 4곳이 공격받았다며 "모든 상품을 폐기해야 해 피해액이 수천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는 슈퍼마켓 밖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영국에서는 소규모 육가공 업체들이 공격 대상이 돼 두 업체의 냉동고에서 식품이 녹기 시작했고, 다른 한 업체에서도 냉장 설비 온도가 급격히 치솟았다고 관련 업계 단체가 BBC에 전했습니다.
공격 대상이 된 시스템들은 구형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까지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보안 시스템이 오래된 매장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냉장 설비는 원격으로 온도를 조정하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안 패치가 제때 적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체들은 설비 점검과 시스템 보강에 나섰습니다.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댄포스도 고객들에게 냉장고 제어 상태를 확인하고 보안 패치를 적용하기 전까지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중순 프랑스에서 슈퍼마켓 냉장고 온도를 50도로 올리는 공격이 발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700여 개 점포가 피해를 봤고, 약 보름 만에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등에서도 유사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벨기에에서는 이달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수십 개 슈퍼마켓 체인 매장의 냉장 설비에 이상이 발생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매장 4곳, 루마니아에서는 6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공격을 식품 공급망을 교란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로 규정하고 회원국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레그니에 EU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단발성이 아니며 공동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의 리처드 혼은 AI의 발달로 방치된 보안 취약점을 대규모로 찾아내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구형 기술을 겨냥한 공격이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공격 주체와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루마니아 국가사이버보안국(DNSC)의 댄 침페안 국장은 AFP에 공격이 "다소 아마추어적인 수준으로 보인다"며 "국가 차원의 행위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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