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체육관 봉쇄녀, 올다르크...성조기 휘날리며, 가스라이팅, 화물신앙, 절기망상(絶忌妄想)[유재광의 여의대로108]

    작성 : 2026-06-20 14:56:01 수정 : 2026-06-20 17:21:56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정치권에 '잔다르크' 바람...원조, '윤석열 총장이 내 명을 거역' 추미애 '추다르크'
    ▲ 잠실 핸드볼경기장 진입 저지하는 시위 참가자 [연합뉴스]

    정치권에 언제부터인가 '잔다르크' 바람입니다. 원조 격은 아마 추미애 '추다르크' 아닌가 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데뽀' 같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윤석열 총장이 내 지시를 잘라먹었다.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했다"며,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전혀 지지 않고 이른바 '맞짱'을 뜨는 모습에 지지자들은 열광했고.

    '추미애'와 '잔다르크'를 더해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도 '잔다르크' 반열에 올랐습니다.

    방통위원장에서 탄핵돼 쫓겨나고 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압송되면서 운집해 있는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수갑 찬 손을 번쩍 치켜올리며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개딸이 시켰습니까" 기세 좋게 외쳐대는 기염을 토했고.

    연일 가는 곳마다 '이재명이, 이재명이'를 외쳐대면서 '보수 여전사', '보수의 잔다르크' 자리에 등극했습니다.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이진숙, '우파 잔다르크' 반열에...국힘 여전사 5인방, '센터' 차지
    ▲ 국회 입성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 [연합뉴스]

    이진숙 의원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자유우파의 잔다르크 이진숙!'이라고 쓰여있는 태그가 올라와 있는 걸 보니, 본인도 '잔다르크'라는 별명이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최근엔 '국민의힘 5인방 대한민국을 지킨다', '언니들이 간다'는 제목의 짤 사진 비슷한 게 온라인서 유행인데.

    강선영 김은혜 이진숙 나경원 김민전 의원, 이렇게 다섯 의원을 한 데 모아놓은 합성 사진이 유행인데.

    거기서 이진숙 의원이 나경원 김은혜 의원 등을 제치고 이른바 '센터'를 차지해 온라인에선 '와~ 이진숙이 센터다.'

    칭송 반, 비아냥 반. 댓글들도 때아닌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나 홀로 봉쇄녀'...이번엔 '올다르크' 등장, 보수 추앙
    ▲ 잠실 핸드볼경기장 진입 저지하는 시위 참가자 [연합뉴스]

    그러더니 이번엔 '올다르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성조기를 치마처럼 두르고.

    시위대가 봉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 핸드볼경기장 출입문을 양손으로 꽉 부둥켜안듯이 잡고.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체육관 출입을 나 홀로 봉쇄한 20대나 3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있는데.

    이 여성에게 '올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은 모양입니다.

    '올다르크'의 '올'이 뭔가 했더니 올림픽경기장, 올림픽공원의 '올'이라고 합니다. 올림픽공원의 잔다르크.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관계자한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렇습니다.

    체육관이 봉쇄되면서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기 칼도 못 챙기고 국제대회를 나가는 등 여러 '민폐' 논란이 일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러 체육 단체와 협회들이 해당 경기장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하다못해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상황이 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시위대와 현장 중재에 나서 필요한 장비나 관련 물품들을 가져 나오게 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던 이준우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표현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가 협상 내용을 발표하자 현장에선 다 박수를 치면서 환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곧바로 일부에서 노트북 등 전자장비는 갖고 나오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장 대표가 이번엔 대한체육회와 다시 협상을 해서 그렇게 하는 걸로 정리했다고 합니다.
    ◇장동혁, 시위대와 물품 반출 협상 결과 발표 사이...스윽, 혼자서 출입문 '봉쇄'
    ▲ 발언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그런데 장동혁 대표가 두 번째 협상안을 발표하는 사이 예의 그 '성조기 여성'이 슥 일어나 장동혁 대표 뒤로 돌아 들어가 출입문을 꽉 움켜잡고, 봉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로 게임 끝.

    젊은 여성이어서 아무도 손을 못 대고 쩔쩔매면서 '비켜주시라' 사정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여성은 꿈쩍도 안 하고, 무슨 말을 해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언론사 카메라들이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데. 강제로 들어내려다 다치기라도 하면,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 파문을 아무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렇게 대치를 이어가다 장동혁 대표도 대한체육회 관계자들도 결국 4시간 만에 다 철수했다고 합니다.
    ◇삼국지, 장판교 위 홀로 버티고 선 장비도 아니고...'올다르크'에 전부 쩔쩔, 속수무책

    저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개인적으론 삼국지 '장판전투'에서 조조군에 대패한 유비가 처자식도 건사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도주하는데.

    홀로 장팔사모를 들고 장판교 다리 위에 떡 버티고 서서 추격하는 조조의 대군을 막아낸 장비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내가 장비 익덕이다. 죽고 싶은 자는 나서라.

    나 홀로 체육관 봉쇄. 성조기 올다르크. 이걸 뭐 일당백. 일기당천이라고 해야 할지.

    강성 보수 커뮤니티에선 이 여성을 '오를레앙의 잔다르크' 반열에 올려놓고 '올림픽공원의 잔다르크', '올다르크'라 부르며 우러러 추앙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본론을 얘기하겠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규탄, '부정선거 재선거' 요구 시위에 웬 성조기?...미국, 도와주세요?
    ▲ 개표소 봉쇄 시위 [연합뉴스]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도 좋고, 사전선거 폐지 요구도 좋고, 체육관 봉쇄도 좋고 다 좋은데. 제가 궁금한 건. 눈에 걸리는 건. '성조기'입니다.

    아니,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항의 시위를 하면서. 태극기도 아니고 왜 성조기를 두르고 나오는 거지. 왜 성조기를 휘두르는 거지. 왜 '성조기 휘날리며'를 하는 거지.

    한미친선집회도 아닌데. 도대체 왜 성조기를. 이 의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부정선거 국가입니다. 이재명 정권 못 믿습니다. 미국, 트럼프, 와서 도와주세요. 해결해 주세요. 뭐 이런 걸까요. 아님 뭘까요.
    ◇보수 집회 필수품, 성조기...성조기 휘날리며, 가버린 미군을 기다리며, 화물신앙

    비단 이번뿐 아니라 언제부턴가 이런저런 보수 집회에 성조기가 태극기와 나란히 함께 등장하게 된 게 꽤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진보정권 비판이나 규탄 시위 집회엔 이제 성조기는 아마 빠지지 않는 무엇이 된 것 같습니다. 성조기 휘날리며. 성조기 시위

    '화물신앙((貨物信仰)'(Cargo Cul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화물숭배'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화물'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거나 숭배합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주로 남태평양의 고립된 섬들에서 처음 관찰됐는데. 배나 비행기를 타고 왔다 떠난 서양인들을 그들이 떠난 뒤에 '신격화'하는 양태를 띠고 있습니다.

    인구 2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남태평양의 '바누아투 타나' 섬에 있는 '존 프럼 신앙'이란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섬엔 2차대전 기간 동안 무려 30만의 미군이 주둔했다고 합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이 조그만 섬에 수십만에 달하는 미군들이 쏟아내는 막대한 물자는 말 그대로 '신의 물자', '신의 문물'이었을 것입니다.
    ◇"'존 프럼'은 우리의 신, 우리의 예수. 그는 종국엔 돌아올 것"...맹목, 헛된 바람
    ▲ 개표소 봉쇄 집회 참가자 [연합뉴스]

    이 대목에서 '존 프럼'은 '신의 화물을 전하여 준 하늘의 사자'로 묘사됩니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의 불을 훔쳐 땅의 인간들에게 전한 것처럼.

    관련해서 이 나라의 종교지도자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존 프럼'은 우리의 신, 우리의 예수입니다. 그리고 그는 종국엔 돌아올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우리의 신, 우리의 예수'라고 부르는 '존 프럼'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아마도 바누아투 섬에 주둔했다가 떠난 어떤 미군의 이름. 또는 미군 전체를 '존 프럼'이라는 이름으로 대상화 해서 숭배하게 된 것 아닌가 추정됩니다.

    이 나라엔 우리 석가탄신일, 성탄절처럼 '존 프럼의 날'이 있습니다. 2월 15일입니다. '존 프럼'이 바누아투를 떠난 날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그를 기리기 위해 존 프럼 교도는 매년 이날 특별한 의례와 의식을 치릅니다.

    맨몸에 빨간 물감으로 'USA'라는 글자를 새기고, 줄을 맞춰 대나무 막대기를 총처럼 어깨에 받쳐 들고 성조기를 향해 사열하는 의식입니다.

    아마도 존 프럼이, 존 프럼의 부대가 한 행동을 흉내 내는 걸 겁니다. '그분'이 했던 모든 것을 따라 합니다.

    미군이 쏟아내던 생전 처음 접해본 신기 막대한 화물, 신의 물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존 프럼'이 가셨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돌아오도록 기도하고 숭배해야 한다.

    존 프럼의 부활과 재림. 그분은 꼭 오실 것이다. 꼭 오시고 말 것이다. 그때가 되면 신의 문물도 함께.
    ◇성조기 사열한다고 '존 프럼' 오지 않아, '헛짓'...모르고 하면 '무지', 알고 하면 '사기'

    그렇지만 가슴에 USA를 새기고 성조기를 사열한다고 존 프럼이 오진 않습니다. 나무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 놓고 숭배한다고 '신의 물자'가 다시 오진 않습니다.

    누구나 다 알지만, 좀 차갑게 얘기하면, 다 '헛짓'입니다.

    '존 프럼'을 목 놓아 외친다고 존 프럼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돌아오지 못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한참 전에 죽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그 간절함과는 무관하게. 화물신앙은 모르고 하면 무지'이고,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뭔가 하는 경우엔 '사기'가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일각의 '부정선거론' 주장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명백히 사실이 아닌 거를 계속 끊임없는 선동과 세뇌를 통해서 뭔가 세력화의 수단을 삼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 아닌가 합니다.

    확신한다고 다 맞는 것도 아니고, 확신한다고 다 옳은 것도 아닙니다. 모르고 하면 '무지'고, 알고 하면 '사기'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확신은 때론,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아주 위험합니다.

    무지는 깨줘야 하고, 사기는, 특히 남의 간절함을 이용한 악질 사기는 잡아넣어야 합니다. 그게 공동체를 위하는 것입니다.

    무지나 사기에 기반한 헛된 바람이나 망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깨는 게, 깨지는 게 좋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건 빨리 단념하는 게 정신건강이나 뭐로 봐도 좋습니다.
    ◇헛된 망상은 정신만 다치게 하고, 헛된 망동은 재앙을 부를뿐...절기망상, 망상 끊어야

    남상(濫想) 도상신(徒傷神), 망동(妄動) 반치화(反致禍).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 명심보감(明心寶監) '안분편'(安分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도를 넘는 생각, 망상은 헛되이 정신만 다치게 하고. 망동, 망령된 행동은 도리어 재앙을 부를 뿐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입니다.

    명나라 때 대의학자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절기망상'(絶忌妄想)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심병(心病), '마음의 병을 피하거나 치료하려면 헛된 망상은 반드시 끊고 피해야 한다'고 이시진은 신신당부 강조합니다.

    그게 이 대통령 표현처럼 '선동'이 됐든 '세뇌'가 됐든.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은 가스라이팅 중에는 자신이 가스라이팅 상태인지 모릅니다.
    ◇올다르크, 업무방해 등 혐의 수사 받을 듯...부정선거 음모론·성조기, '트럼프'는 오지 않아
    ▲ 개표소 봉쇄 시위 [연합뉴스]

    '부정선거 음모론'이 됐든 '성조기'가 됐든. 아무리 성조기를 휘두르며 '부정선거'를 목 놓아 외쳐도, 미국은 오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오지 않습니다.

    선동, 세뇌, 가스라이팅, 헛된 바람, 망상, 마음의 병. 아픈 사람은 치료해 줘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잠실개표소 주변 시위 관련, "불법 행위나 가짜뉴스에 대해선 끝까지 추적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습니다.

    경찰도 '엄정 수사, 엄단' 방침을 밝혔는데. 올림픽공원 잔다르크, 올다르크에 대해서도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여성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꽉 믿고 있는지, 왜 성조기를 치마처럼 호신갑옷처럼 두르고 나왔는진 모르겠으나. 자신의 마음과 믿음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조금이라도 잘못됐거나 아픈 곳이 있다면. 부디. 치료하게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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