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말을 못 알아먹는당가"..활용률 낮은 AI조서

    작성 : 2023-03-24 06:55:31 수정 : 2023-03-24 07:43:55
    ▲ 자료이미지
    "포맨의 모대(못해) 부를게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별 노래방 예약 방법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사투리로 표현된 단어를 처음 접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0년, 경찰은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한 성폭력 피해 조서 작성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피해자와 수사관이 나누는 대화가 자동으로 컴퓨터 화면에 텍스트로 기록되는 건데요.

    성폭력 피해 조사는 피해자와 눈을 맞추며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문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사관들이 피해자의 말을 받아 적느라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AI 조서를 이용하면 피해자가 편하게 진술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 이 기술을 지난해 17개 시도경찰청, 2급지 경찰서까지 확대했는데요.

    이렇게 편리한 기술이 어찌 된 일인지 지역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광주경찰청에서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AI 조서를 활용한 실적은 단 175건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기간 광주청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1,040건, 가정폭력 801건, 스토킹 범죄 235건 등 AI 조서를 활용할 수 있었던 사건이 2,076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8%만 AI 조서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유는 AI 조서가 표준어에 익숙한 '서울 AI'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는 피해자와 수사관 모두 사투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AI 조서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오류가 많다고 합니다.

    녹음된 음성을 다시 들으며 오류를 고치느니 그냥 AI 조서를 쓰지 않게 된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울산과 제주, 경북 등 사투리 사용 비율이 높은 지역 대부분에서 AI 활용 조서 활용률이 낮다고 전했습니다.

    AI 조서는 또, 성폭력 피해를 진술할 때 변호인 등이 같이 조사를 받거나 울음소리가 섞이면 피해자의 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오류를 수정해서 AI 조서의 완성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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