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 2005년부터 전남도가 해마다 350억 원을 지원하며 친환경 농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면적은 4만 6000여 ha(헥타르). 전국의 56%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친환경 농산물 수백 건에서 농약이 검출됐고, 방제를 위탁받은 업체들이 농약을 뿌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친환경 농경지에 농약을 뿌리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로 인식될 정돕니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로 많은 선의의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요, 기동탐사부 고우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017년 친환경 농경지로 인증을 받은 곳입니다.
해마다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농약 성분이 나오면서 한해 농사를 망쳤습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약 잔류 검사에서 화학 성분인 '가스가마이신'이 검출된 겁니다.
▶ 싱크 : 당시 피해 농민
- "(적발될 때) 황당했죠. 억울한 건 (옆 농경지) 비산 피해로 인정을 받아서 친환경으로 팔지는 못해도 인증은 유지했으니 된 거죠"
해당 성분은 벼에 발생하는 곰팡이나 세균을 잡는 것으로, 친환경 농산물에는 쓸 수 없습니다.
조사 결과 인근 친환경 농경지에 유기농자재 살포를 위탁받은 방제 업체가 농약을 섞어서 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인터뷰 : 강희채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 "(의뢰인들이) 효과가 잘 듣는 다른 자재로 해달라고 방제 업체에 이야기를 했나 봐요. 그래서 업자는 또 다른 민원이 들어올까 봐 농가 몰래 합성 농약을 사용한 사례들입니다"
지난 2년 간 미인증 자재를 사용하거나 유기농자재에 농약을 섞어 뿌리다 적발된 방제업체는 모두 5곳.
이로 인해 27개 농가, 48.1ha(헥타르)가 친환경 인증 표시 정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 싱크 : 적발된 방제 업체 관계자
- "자재 같은 건 중국에서 수입을 많이 해오니까 중국에서 섞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일부 방제 업체들은 살포 작업을 따내기 위해 작목반장에게 뒷돈을 주거나 농민들에게 자기 부담금을 낮춰준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 싱크 : 농민 A
- "업체 선정을 단지장(작목반장)이 하니까. 친환경자재에 화학 약품을 섞으면 화학 약품 자잿값은 (친환경의) 50%도 안 되니까 차액 마진이 있겠죠"
잔류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 농약이 있다는 사실은 농가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 싱크 : 유기농자재 유통업자
- "검출이 안 되는 약을 골라서 쓰는 경우도 있어요. (농가가)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넣어도 괜찮으니까 방제 효과 높이려면 넣자고 사전에 (협의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난해 농약이 검출돼 친환경 인증이 취소된 1237건 가운데 전남에서 765건이 적발됐습니다.
이웃 논에서 농약이 날아오거나 논둑에 제초제를 뿌린 경우도 있는데,
특히 농경지에 농약을 뿌려서 인증이 취소된 사례가 많습니다.
지난 2018년 234건, 다음해 백 77건, 지난해 42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농약이 검출되면 시장에서 일단 격리됩니다.
하지만 친환경농산물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원칙을 지키는 2만 8000여 친환경 참여 농가도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김상식 / 친환경농업인
- "시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은 다 안정성을 검증하고 나가기 때문에 소비자들께서는 안전하게 구매해 주셔도 좋고"
친환경 농업을 둘러싸고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어서 이상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DID OUT)
【 기자 】
#1. '눈 먼 돈'이 된 유기농자재 지원금
정부는 친환경 농가들에게 유기농자재 구입 비용을 지원해주며 지정된 품목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남에서 매년 41억여 원이 지원되는데 각 시.군에 영수증만 제출하면 구입 금액의 50%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출된 영수증대로 유기농자재가 사용됐는지 누구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일부 방제 업체에서는 지원금 정산이 끝난 뒤 유기농자재를 반품해 차익을 남기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 싱크 : 유기농자재 생산 업체 관계자
- "대부분 10월-11월 정도 되면 반품이 많아서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주 많게는 4-50% 되지만 2-30% 정도는 통산적으로"
#2. 농약 살포해도 적발 어려운 감시망
병충해 약제를 뿌릴 때 지켜보는 이가 없기 때문에 유기농자재를 제대로 썼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때 살포를 하거나 이미 약제를 만들어 오는 수법으로 감시의 눈을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증발하는 농약 특성상 농관원이 제때 검사하지 못하면 적발해 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 인터뷰 : 정중기 / 전라남도 친환경농업과
- "한정된 인력으로 그 많은 면적과 농가들을 다 관리하는 게 힘듭니다. 특히 농약 살포는 몰래, 새벽에 이뤄지기 때문에"
#3. 아무나 하는 유기농자재 유통.방제
농약을 파는 농약사와 달리 유기농자재를 팔거나 살포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 상 등록제나 허가제가 아니다보니 규제수단이 없습니다.
엉터리 자재를 팔거나, 유기농자재에 농약을 섞어 뿌리다 적발돼도 벌금만 내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 싱크 : 농민 B
- "친환경 자재의 업체가 너무 무분별하게, 아무나 이건 뭐 할 수가 있는 시스템이니"
보다 안전할 거라는 소비자들의 믿음을 먹고 자란 친환경 농산물.
결국 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돈에 눈 먼 방제업체, 일부 농민들의 안이한 의식이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kbc 기동탐사부 이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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