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기소 처분 뒤집고..도이치 주가조작 김건희 재기수사 결정

검찰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당시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한 지 6개월 만입니다.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김 여사의 시세 조정 가담 혐의에 대해 엄정히 검토한 결과,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 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시 검찰이 밝힌 김건희씨 불기소 처분 이유입니다.
장황한데, 핵심 문장은,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입니다.
아주 직설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교묘합니다. 일단 '인정할 수 없다'의 '주어'가 없습니다.
빠진 주어는 아마도 '우리 검찰은'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검찰은 김건희 '여사님께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尹 파면, 상황 상전벽해(桑田碧海)..김건희 호칭도 생략, '피항고인 김건희'그런데 불기소 처분 이후 6개월 만에 이게 무슨 일, 세상이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밭이 바다로 변했습니다.
2년 반은 더 갈 줄 알았던, 가야 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대한민국을 좀먹는 좌익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되지도 않는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헌법재판소에서 덜커덕 파면을 맞아버린 겁니다.

'좌익'을 척결하려다 자기가 척결 당한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피고인'으로 급전직하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도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말 잘 듣는 '장님무사'를 잃어버렸고, 더 이상 'V0 여사'가 아니게 됐습니다. 그냥 김건희 '씨'가 됐습니다.
불기소 처분 당시 깍듯하게 김건희를 '여사'로 호칭했던 검찰은, 그나마 어제(25일) 주가조작 혐의 재기수사 결정을 내리면서 '김건희'에 대한 호칭에서 여사는 말할 것도 없고 '씨' 호칭마저 뺐습니다.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는 것이 검찰 발표입니다.
'피항고인 김건희', 건조하고 사무적입니다. 차가워 보입니다. 검찰 같습니다. '검찰다워' 보입니다.
◇이원석 총장 패싱, 김건희 출장조사 '알현' 논란..불기소, 혐의 다 씻어줘

잠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 당시를 복기해 보겠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해 "법 앞에는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며 사실상 '여사님 소환조사' 방침을 밝힙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에도 원칙대로,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단독'이라며 <이원석 "법 앞에 성역 없다" 김건희 여사 소환 시사" 같은 기사로 여론 간을 맞추며 김건희 소환조사 이른바 '펌프질' 비슷한 걸 합니다.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는 김건희 말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고, 유래와 곡절이 꽤 길고 두텁게 쌓인 듯합니다.
암튼. 우리 속담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는데, 이원석 총장이 누울 자리를 잘 못 봤던 것 같습니다.
2024년 5월, 김건희 주가조작과 명품백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장이 송경호 검사장에서 이창수 검사장으로 바뀌는 검사장 인사가 납니다.
신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을 지냈던 '윤석열의 입' 출신입니다.
본인은 그런 것 없다고 하지만 '친윤 검사'로 평가되고 불립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낸 인사로,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검찰 안팎에서 공공연히 쏟아져 나옵니다.
김 여사 수사를 담당하던 김창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와 고형곤 4차장 검사도 검사장 '승진'을 빙자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과 수원고검 차장, 비수사 부서 한직으로, 이른바 날아갑니다. 훨훨.
이원석 총장의 손발인 대검 부장들도 한 사람 빼고 싹 다 바뀝니다.
이원석 총장 퇴임 4개월을 앞둔 대폭 인사로 시기도, 형식도, 내용도 다, 상당히 '특이'합니다. 이원석 총장은 사실상 숨만 쉬는 '식물총장'이 됩니다.
그리고,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대통령 경호처 관리 부속 건물에서, 그 유명한 '출장조사'를 진행합니다.
검사들이 들어갈 때 신분증을 보이고 휴대폰 같은 것도 다 반납하고 들어가서, 검사들이 무슨 중전마마 알현하러 갔냐, 김건희 여사님께서 출장조사를 '당해주셨다'는 등 온갖 자조와 냉소가 쏟아집니다.
이때에도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원석 총장에게 출장조사 간다고 사전 보고를 안 해서 또 '이원석 패싱' 논란이 입니다.
허수아비, 핫바지 총장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지만.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원석 총장이 딱히 뭘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없습니다.
그리고 이원석 총장이 작년 9월에 퇴임하고 심우정 총장이 새로 왔고, 한 달 뒤인 2024년 10월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 결정을 합니다.
"김 여사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어떻게 보면 '예정된 결론', '준비된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검찰은 검찰에 걸려 있던 김건희를 둘러싼 혐의와 논란을 싹 다 씻어줍니다.
◇尹 파면, 김건희 재기수사 결정.."검찰스러워"

그리고 6개월이 흐른 어제(25일) 검찰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 결정을 내립니다.
본인들이 6개월 전 내린 불기소 처분 결정을 뒤집는 결정을 내려야 하니 명분이나 이유가 필요할 테고, '윤석열이 파면됐잖아' 이렇게 얘기할 수는 당연히 없고.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관련자 9명 모두에게 대법원이 지난 3일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을 이유로 듭니다.
검찰 말을 듣고 보고 있자니, 볼수록 왠지 손발이 오글거립니다. 왜인지는 더 주절주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주가조작을 실행한 심부름꾼들은 다 기소해 놓고, 돈과 계좌를 맡긴 전주, 실제로 수십억 원의 이익을 봤다는 김건희만 기소에서 쏙 빼는 게 말이 되냐.
야당과 시민단체가 주야장천 얘기해 온 말인데. 검찰이, 이제야 들을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뒤늦은 정의'도 '정의'라 치더라도.
검찰스럽다. 왠지, '검찰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재수사는 재기수사 결정을 내린 박세현 고검장(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이 이끄는 서울고검 형사부(차순길 부장검사)가 직접 한다고 하는데, 심우정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한다는 얘기도 검찰 안팎에선 나오는 모양입니다.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 '김건희'라는 큼지막한 먹이. 망설이거나 주춤거릴 이유가 없을 테지요. 이 또한 검찰스럽습니다.
그리고. 모양새는 좀 그렇게 됐지만. 기왕에 꺼내 든 칼. 내친김에 검찰은 칼을 더 쭉 뻗으려는 것 같습니다. 칼끝이 향하고 있는 곳은 윤석열 전 대통령입니다.
◇"아내 손해만"..검찰, 尹 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수사 재개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는 등 아내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부인한 발언을 두고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고발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수사도 재기한 겁니다.
다음 달 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장모 최은순씨 관련해서 "기본적으로는 상대방에게 약 50억 정도의 사기를 당했다"는 발언 등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입니다.
앞서 국민의힘 구 여권은 '김문기 모른다' 등 이재명 후보 허위사실 공표 혐의재판에 대해 벌금 100만 원 이상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국가에서 보전받은 대선 자금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고 한껏 기세를 올린 바 있습니다.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전 대표나 민주당 입장과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이제 입장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尹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 국힘 397억 뱉어내고 당 파산?..'대략난감'
만에 하나 윤 전 대통령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대선 지원 자금 397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자승자박 상황이 됩니다.
'당 파산' 이런 얘기를 언급하는 언론도 있던데, 이재명 전 대표 1심 징역형 선고 뒤 '선거보조금 먹튀 방지법'까지 발의하며 공세를 폈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하긴 난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찰발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씨도 여러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축구서종'(畜狗噬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를 축(畜), 개 구(狗), 물어뜯을 서(噬), 뒤꿈치 종(踵), 기르던 개에게 뒤꿈치를 물어뜯긴다는 뜻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기르던 개에게 다리를 물린다', 좀 더 직접적이고 세게는, '기른 개가 아들 불알 잘라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尹-김건희 부부, 갈수록 첩첩산중..검찰 처분 바라볼 수밖에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나 검찰총장 사모 출신 전 영부인 김건희씨나 그런 비슷한 감정 아닐까 합니다.
지들이 누구 덕에 저 자리가 있는데 나를 수사해. 나를 물어뜯어. 뭐 그런 감정.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형량이 없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도 그렇고, 김건희씨는 무슨 6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논란에 공천개입 논란 등등 부부가 첩첩산중입니다.
그렇지만, 이원석 총장이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처럼. 그 이상.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씨 부부가 이제 뭘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아닌가 합니다.
검찰 칼춤을 바라보며 처분만 바라볼밖에.
검찰이 뭔가 새롭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무관하게. 차기 대권이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의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싸늘합니다.
이 전 대표는 어제(25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TV 토론회에서 "저도 법률가로 수십 년을 살았는데 이런 검찰을 본 일이 없다"며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한다. 증거를 조작한다. 사건을 새로 만든다"고 검찰을 비판했습니다.
◇이재명 "기소권 수사권 동시에 갖는 시스템 끝내야"..검찰, 공소청 전환하나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수사를 기소하기 위해 할 수 없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시스템을 끝내야 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원론적으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떼 내 검찰을 기소청으로 전환하겠다는 걸로 보입니다.
전적으로 이 전 대표의 '의지'에 달린 일입니다.
검찰청법 등 몇 가지 법만 바꾸거나 만들면 되고,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쓸 일도 없을 테니. 이 전 대표가 결심만 하면 '현실'이 될 일입니다.
"권력은 잔인하게". 이 전 대표 말입니다. "상대를 정말 인간으로 믿고 최선과 성의를 다한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전 대표 말입니다.
지난 2003년.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와 '검사스럽다'는 말을 탄생시킨 노무현 대통령 '검사와의 대화' 이후 22년.
우리 검찰은 그때와 달라진 게 있을까요. 검사스럽다. 검찰스럽다.
◇'검사와의 대화' 그 후 22년..이재명 "노무현 너무 안타까워..권력은 잔인하게"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검찰이 검찰스러울 수 있는 근원과 힘은 누가 뭐래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다 갖고 있는 데서 나오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가 그걸 흔들어 깰 수 있을까요.
김건희씨 주가조작 검찰 재기수사 결정에서 시작한 얘기가 좀 멀리 왔습니다.
비유하자면. 기르지도 않던 집 밖 개에게 여기저기 집요하게 물리고 뜯기면서도 살아남아 여기까지 온 이재명 전 대표가 개를 거두거나 처분할 수 있는 자리에 가면, 입장이 되면.
과연 그 개를 어떻게 할까요. 나중에 '토사구팽', 삶아 먹더라도 일단은 잘 거둬서 쓸까요. 아니면 아예 그냥 초장에 수사권이라는 이빨을 몽땅 다 뽑아버릴까요.
권력은 잔인하게. 십여 년 전 이재명의 말과 생각은 여전히 그대로인지, 유효한지. 어떻게 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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