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원인은 금호건설, 해와 달 뜨듯 당연"…법원 "최고 형량 벌금 1억 2천만 원, 형벌 의미 의문"

    작성 : 2026-09-10 11:16:38
    ▲오송 참사 직전 임시제방 보강공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23년 7월 발생해 14명이 숨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부실 제방을 축조한 금호건설이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으면서 호된 질책을 받았습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5단독 강건우 부장판사는 전날 하천법 위반,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금호건설 법인에 벌금 1억 2,000만 원을 선고하면서 "법인에 (이 형량이) 형벌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이지만, 법률상 벌금형밖에 선고가 불가하므로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고 형량을 선고한다"라고 꾸짖었습니다.

    벌금 1억 2,000만 원은 하천법 위반, 건설기술진흥법 위반죄의 경합 시 법인에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입니다.

    강 부장판사가 금호건설을 강하게 질책한 것은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 안전을 도외시하고 이익만을 우선하는 금호건설의 경영방침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강 부장판사는 "참사의 원인이 금호건설에 있음은 하늘에 해와 달이 떠 있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라고 일갈하면서 금호건설의 경영 방침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금호건설은 공사 낙찰부터 완공까지 현장 원가율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공사에서 남길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방식을 취해왔다"며 "원가율이 높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토목공사를 낙찰받은 뒤 설계변경을 통해 도급금액을 대폭 늘려 이익을 남기는 영업방식을 추구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금호건설은 기존 교량을 들어 올리는 공법으로 진행되려던 315억 원의 공사를 기존 교량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면서 정밀안전 검사를 실시해 공법을 상하부 구조 전면 개축으로 변경했다"며 "이로 인해 공사 금액은 기존보다 70% 증가한 547억 원으로 늘었고, 원가율은 4% 낮아졌다"고 짚었습니다.

    또 "금호건설은 직원들로부터 일(日) 단위로 원가율을 보고 받고 강압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원가율 하향을 압박하는 데 집착했지만, 안전 관련해서는 시설대상물의 하자나 사고 등 회사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한해서만 관리하는 데 그쳤다"며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의 뜻이 뜨겁다 못해 이글거리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소속 직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오송 참사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조완석 금호건설 대표이사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러한 금호건설의 영업 방식으로 인해 공사현장 직원들이 참사 직전 공무원으로부터 우기에 대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해 인력과 자원을 임시제방 복구가 아닌 도로 공사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금호건설은 '임시제방을 쌓아 본공사가 지연되면 손해가 뻔한 반면 비는 그칠 수 있고 (급하게 축조한) 임시제방 수준에서 막을 정도로 내릴 수 있으며, 문제 생겨도 대피 조치하면 그다지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수해 예방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제방을 무너뜨리고, 감리 시스템을 무의미하게 해 30명의 사상자라는 입에 담기조차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책했습니다.

    그러면서 "금호건설은 이처럼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고도 선행 판결을 한 법관의 피해자 애도를 트집 잡아 법관 기피신청을 내며 재판을 시작도 못 하게 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선행 사건의 판단을 전면 부정하면서 형사사법체계를 무시했다"며 "그런데도 피해 회복에 나아가겠다는 뜻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엄벌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감리업체에 대해서도 "공사는 시공사에서 할 테니 적당히 눈에 보이는 정도로만 감리업무를 수행하고, 설계변경이나 도와주는 등 회사의 이익을 늘릴 생각만 했다"며 "금호건설과 감리업체 이산 사이에는 보통 상정할 수 있는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관계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공생 종속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기업의 규모 차이와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금호건설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감리업체에는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시민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금호건설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법원이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한 금호건설의 경영방침에 참사의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만큼 경영 총책임자인 대표에게도 경영방침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한편, 금호건설은 참사 이후 부실공사에 대한 책임으로 조달청으로부터 1년간의 관급공사 입찰 제한 처분을 받았으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급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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