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박에 2주째 침묵 조희대…대법관 제청권 '폭풍전야'

    작성 : 2026-09-13 18:35:01
    ▲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두고 대법원과 대치를 이어온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재제청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조 대법원장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낼지 관심을 끕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말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2주 넘게 고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열흘 뒤인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청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당일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부친상 등으로 입장 발표가 미뤄진 뒤 아직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 청와대가 재차 "대법원장은 대법관의 오랜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쟁점은 조 대법원장이 앞서 추천위에서 추천한 4명 중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제청할지, 추천위 자체를 새로 꾸려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할지입니다.

    사법부 안팎에선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새로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현행 법원조직법이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한다'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기존에 추천된 이들 가운데 재제청하라는 뜻을 내비쳤으나, 이런 요구를 수용할 경우 사실상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무력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면, 추천위 자체를 새로 꾸릴 경우 청와대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이러한 선택지의 후폭풍까지 염두에 두고 헌법과 법률을 검토하면서 외부 전문가 의견 등도 듣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 대법원장이 공식 입장을 낼 시점도 관심사입니다.

    오는 16∼1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변수입니다. 아태 지역 사법부 수장들이 모이는 국제 행사로 역대 세 번째로 한국이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런 국제회의 와중에 제청 관련 입장을 밝힐 경우 자칫 행사의 의미와 성과가 제청 논란에 가려질 수 있는 만큼 회의 기간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해외 사법부 수장을 불러 모아 놓고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를 냈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오는 14∼15일께 공식 입장을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아태 대법원장 회의 이후로 발표를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 청문회가 14일 예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 가운데 하나로 거론됩니다.

    제청 갈등이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대법관 공석으로 인한 차질도 불가피합니다.

    대법원은 지난 7일 이흥구 대법관 퇴임으로 2명 공석 상태가 됐습니다.

    다만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가 인사청문 절차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면 1명 공백은 이달 내에 메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노태악 대법관 후임 몫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대법관 12명이 담당해야 할 사건을 11명이 나눠 맡게 돼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전원합의체 역시 1명이 빠져도 운영은 가능하지만, 김건희 여사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내란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심리를 앞둔 만큼 대법관 1명 공백을 그대로 둔 채 심리를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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