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홍수시대, 위기의 지역 언론...獨 "디지털과 지역성 강화로 새 기회"

    작성 : 2023-11-11 14:00:01 수정 : 2023-11-13 20:50:46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OTT전성시대입니다. 소개창에 가득 찬 콘텐츠는 골라보는 재미를 넘어 선택 장애가 생길 정돕니다.

    스마트폰 창에는 포털에 SNS, 게임과 각종 앱들이 저마다 콘텐츠를 쏟아내며 구독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치열한 콘텐츠 경쟁 속에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의 경영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광고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독자와 시청자가 떠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붕괴가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2023년 상반기, 지상파 SBS와 종편 MBN를 제외하고는 주요 언론사 모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 언론사는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지역 언론이 번창한 독일, 이곳에서 디지털 혁신이라는 단서를 들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자 합니다.

    ▲ 독일 뒤셀도르프 지역 최대 일간지 '라이니쉬 포스트(Rheinische Post)' 모리츠 되블러 편집장의 설명


    "지역 언론으로서 정체성 잊지 않아야"

    뒤셀도르프 지역 최대 일간지 '라이니쉬 포스트(Rheinische Post)'. 세련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여유가 넘쳐 보입니다.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탄탄한 구독층입니다. 라이니쉬 포스트의 유료 구독자는 22만 명이 넘습니다. 한 달 구독료는 60유로로 우리 돈 8만 원이 넘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라이니쉬 포스트는 독일 지역신문 중 구독자 규모가 선두권에 올라 있습니다. 구독자의 80% 정도가 뒤셀도르프 지역민이라고 합니다.
    ▲라이니쉬 포스트 모리츠 되블러 편집장


    모리츠 되블러 편집장은 "천천히, 우리만의 길을 가고 있다"며 "지역민이 원하는, 지역민에게 필요한 뉴스를 전해야 지역 언론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라이니쉬 포스트가 지역 언론이라면 우리 자신이 누군지 잊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망설임 없이 디지털 전환 나서"

    구독자들의 든든한 응원을 바탕으로 디지털 미디어로의 전환을 서둘렀습니다.

    우선 기사 취사선택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종이 신문에 편집된 기사를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기사 중에서 구독자들이 관심을 보인 기사를 종이 신문에 싣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서비스 도입에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기자의 목소리로 기사를 읽어주는 AI 음성 서비스 런칭이 임박했습니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AI를 활용한 일본어판 뉴스 제작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노력이 빛을 발하는 걸까요. 되블러 편집장은 이 추세대로라면 4년 뒤 라이니쉬 포스트의 디지털 구독자 수가 종이 신문 구독자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독일 인터넷 매체 '피어눌(Vier Null)'
    ▲ 인터넷 매체 피어눌 설립자 한스 옹켈바흐(왼쪽),  안드레아스 엔더만(오른쪽)

    '올드보이'가 만드는 트렌디한 언론

    라이니쉬 포스트에서 뒤셀도르프 본부장까지 지낸 한스 옹켈바흐는 지난 2021년 동료 사진기자 안드레아스 엔더만과 함께 인터넷 매체 '피어눌(Vier Null)'을 설립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350명에게 5천만 원을 모아 시작했는데 현재 구독자 수는 1,300명까지 늘었습니다. 처음엔 설립자 4명뿐이던 직원 수도 지금은 17명이나 됩니다.  

    '피어눌'의 기사는 '올드보이'들이 썼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번뜩입니다. 특히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현장을 돌아보는 ‘True Crime Podcast'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입니다. 옹켈바흐 편집장이 직접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의 뒷이야기를 말해주는데요. 30여 년 동안 지역에서 경찰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이 이 콘텐츠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1930년대 유명했던 연쇄살인범을 주제로 오픈 팟캐스트를 진행했는데, 320석 모두 매진됐다고 합니다. 옹켈바흐 편집장은 "신기하게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주를 시청권역으로 하는 민영방송 TV베를린
    ▲TV베를린 사장이자 편집장인 두르순 이기트 씨(오른쪽)가 지역 방송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취약한 건 전국 방송..지역 방송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

    독일의 수도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주를 시청권역으로 하는 민영방송 TV베를린.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해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지역 최대 민영방송으로 자리잡았습니다.

    TV베를린 사장이자 편집장인 두르순 이기트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이야 말로 지역 방송이 오히려 살아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국 방송이 강한 분야, 즉 드라마와 예능 같은 오락 분야의 주도권은 지금 넷플릭스 등으로 넘어가 버렸다. 전국 방송의 장점이 굉장히 약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지역 방송은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지역에 대한 관심을 다루고 지역 구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며 지역 언론으로서의 강점을 강조했습니다.

    지역 뉴스를 가장 잘 만드는 건 세계적 자본력을 갖춘 OTT 사업자도, 전국 방송도 아닌 지역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로컬저널리즘’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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