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마음의 병' 18살 어른, 사회 적응 '막막'

    작성 : 2021-01-28 06:00:02

    【 앵커멘트 】
    kbc 탐사보도 이어가겠습니다.

    양육 기관에서 생활하는 보호아동들은 만 18살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사회 적응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마음의 병'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의지할 곳 없이 사회로 내몰린 탓입니다.

    기동탐사부 고우리 기자가 이들을 만나 자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들어봤습니다.

    【 기자 】
    22살 박지애 씨는 양육시설에서 나온 4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고작 18살의 나이여서 두려웠고, 시설에서 겪었던 우울증은 사회생활 고비마다 박 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 인터뷰 : 박지애 / 보호종료 4년차
    - "의욕도 많이 없었고 집 안에만 계속 있으려고 하고 집 안에만 있다 보니까 사람이 축 처지니까. 삶 자체가 아예. 좌절감도 되게 심했고"

    26살 허진이 씨도 보육원에서 퇴소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잊지 못할 경험을 갖게 됐습니다.

    보육원에서 함께 나온, 평범하게 보였던 친구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 인터뷰 : 허진이 / 보호종료 6년차
    - "처음에는 개인의 의지 문제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왜 더 잘 살려고 하지 않아, 왜 이렇게 나약해'라고 친구들이 어려움을 얘기하면은 그렇게도 조언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상처받은 마음은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더디게 했고, 그 상태에서 나이가 찼다며 사회로 내몰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마음의 병'이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를 가두고, 사회 속에서 고립감을 경험하면서 삶의 의지를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인터뷰 : 전 민 / 광주광역시자살예방센터장
    - "혼자라는 외로움, 고립감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 등을 유추해볼 수 있고요 그런 심리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 증세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사회적 관계 형성에 서툴러 이웃들과의 소통이 미숙하고, 때문에 조언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 인터뷰 : 한선희 / 광주아동보호기관장
    - "일반적으로 (양육 기관) 아이들이 자존감이 낮아요. 자존감이라는 건 자신감과 자기의 존중감 이런 것들인데, 이런 것들이 낮다는 얘기는 어렸을 때 위축되고 그래서"

    이런 탓에 보육 종료 아동의 사회 적응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9년 기준으로 보호 종료 아동 만 3,000명 중 5년 내 사후관리 대상자 27.5%가 연락이 두절되거나 끊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겪는 어려운 문제는 돈과 집, 그리고 심리적 부담이었습니다.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인터뷰(☎) : 김주하 /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센터
    - "금전적인 부분, 물질적인 부분만을 지금 지원해 주고 있잖아요. 그 아이 삶의 전반적인 걸 다 지원해 줘야 하는데. 그냥 내가 도와줄게 이거보다 유대관계가 먼저 형성될 수 있게끔 그러려면 많은 시간이 투자돼야 하거든요"

    현재 보호 종료 아동이 받는 지원은 자립 지원금 500만 원과 매달 자립수당 30만 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신분뿐입니다.

    '18살 어른'이라는 이유로 매년 보호 종료 아동 2,500여 명이 떠밀리 듯 사회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kbc 기동탐사부 고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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