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필 때면 잎은 이미 지고, 잎이 돋을 때면 꽃은 자취를 감춥니다. 같은 땅에 뿌리를 두고도 끝내 서로 마주하지 못하는 꽃, 상사화입니다.
그래서 상사화에는 오래전부터 그리움과 기다림,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이야기가 따라붙었습니다.
해마다 9월이면 영광 불갑산도 이 꽃으로 붉게 물듭니다. 산자락을 따라 번지는 상사화와 천년고찰 불갑사가 어우러진 풍경은 영광의 가을을 대표하는 장면이 됐습니다.
올해도 그 붉은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립니다.
올해 축제의 화두는 '머무름' 입니다. 잠시 꽃을 보고 떠나는 축제에서 벗어나 천천히 걷고 쉬며 불갑산의 가을을 오래 누리는 축제로 변화를 시도합니다.
대표 프로그램인 '상사화 꽃길걷기'를 포함해 사진 인증 이벤트와 상사화 우체통 편지쓰기, 공예 체험 등이 마련됩니다. 꽃길 곳곳에는 휴식공간을 배치해 방문객들이 서두르지 않고 상사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꽃 관람에 머물던 축제의 영역도 문화와 치유, 야간관광으로 넓어집니다.
20일에는 불갑사 사찰음식 체험과 함께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지역 내 사회적 취약계층 부부를 위한 '불갑사 동행웨딩'이 진행됩니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의 '그리움'을 함께 걸어가는 '동행'의 이야기로 확장한 프로그램입니다.
20일부터 23일까지는 '상사화, 꽃과 마음을 잇다'를 주제로 치유특강이 열리고, 24일부터 26일까지는 야외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랑이 피는 밤, 상사화 시네마'가 마련돼 축제의 시간을 밤까지 이어갑니다.

상사화의 이야기를 담은 축제 캐릭터 '상사호'도 방문객을 맞습니다.
'상사화를 사랑한 불갑산의 호랑이'라는 뜻으로, 외로운 상사화 잎을 달래고 꽃을 품어주다 자신의 털과 줄무늬까지 붉게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광군은 이를 통해 상사화를 단순히 보는 꽃에서 이야기를 간직한 관광자원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축제의 변화는 영광군이 추진하는 체류형 관광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동안 축제 기간 많은 관광객이 불갑산과 불갑사를 찾았지만, 이들의 발길을 영광의 다른 관광지와 음식점, 숙박시설까지 연결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영광군은 상사화축제를 그 연결고리로 삼을 계획입니다. 불갑산에서 시작된 여행이 영광의 역사와 문화, 먹거리 등으로 이어지도록 관광 동선을 넓혀 방문객이 지역에 더 오래 머물고 소비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영광 쉼표 여행' 등 체험형 관광과 종교순례 테마관광을 연계하고, 축제 방문객의 발길을 지역 곳곳으로 확산해 재방문으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입니다.
2001년 '영광불갑산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로 시작한 상사화축제는 이제 영광을 대표하는 가을축제로 성장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2기 로컬100'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제14회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축제관광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경쟁력도 인정받았습니다.
영광군은 앞으로 상사화축제를 불갑산에서 열리는 계절행사를 넘어 영광의 자연과 역사, 문화, 먹거리를 함께 경험하는 체류형 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키울 계획입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상사화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영광을 찾습니다. 올해는 잠시 꽃을 보고 떠나는 축제를 넘어, 그 발길을 영광 곳곳에 오래 머물게 하는 새로운 시도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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