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여야의 맞대결이 점차 격화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해당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싱가포르 국제영화제 측에 상영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당초 주진우 의원이 개인 명의로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패륜적 역사 왜곡에 영화제 권위를 빌려주지 말라는 서한을 공개했으나, 이에 동참하는 의원들이 늘어나 당 차원의 공식 응전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제영화제 상영에까지 관여하려는 행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라며 검열 정당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여기에 유해준 배우 자택 앞 규탄 집회가 열리고 영화 티켓에 총탄 흔적을 겹쳐 보이도록 제작한 타는 티켓이 갑론을박 끝에 전량 폐기되는 등 영화를 둘러싼 후폭풍이 전방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5일 KBC <박영환의 시사1번지>에서 여야 패널과 정치평론가들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와 역사 왜곡 논란을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였습니다.
◇ 윤주진 "역사 왜곡 논란 사과해야…영화적 픽션임을 명확히 밝힐 시점"
윤주진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은 영화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하고 보이콧이나 불매운동을 펼치며 상영 금지를 요청할 정치적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위원은 과거 전두환 회고록 사례를 언급하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허위 사실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출판과 배포가 금지되었던 재판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같은 잣대로 본다면 제3자가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에 대해 개인을 모독하고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다분한 영화 역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영화가 육영수 여사를 피살한 주체를 문세광이 아닌 제3의 어둠의 세력으로 묘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가 필요하며, 감독이 지금이라도 이 영화가 픽션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김지호 "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행태 유감…영화적 문제 제기 존중해야"
김지호 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영화를 직접 관람한 소회를 밝히며 영화적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김 전 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일부 정치인들이 영화를 직접 보지도 않은 채 비판을 일삼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축하 공연을 왔던 여고생도 사망하는 등 사건의 실체와 총탄의 행방을 두고 수많은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존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사건 조사 과정에서 명확히 밝히지 못한 부분에 대해 영화적 상상력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임에도, 보지도 않고 배우들을 탄압하며 상영을 방해하는 행태는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오신환 "창작의 자유 존중하지만 역사 왜곡 성찰 필요…동일한 잣대 적용돼야"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예술 전공자로서 예술 창작의 자유는 광범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논란은 유가족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역사 왜곡으로 인해 대중에게 사실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젊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영화 티켓 취소나 배우 인사 취소 등 자발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는 현상에 주목하며, 과거 민주당 측이 기업이나 정치 현안에 대대적인 비판을 가했던 동일한 기준과 잣대가 이번 영화에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양이원영 "영화적 상상력은 구분돼야…문화예술에 개입 않던 전통 지켜야"
양이원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 JFK 등을 예로 들며 정치적 사건에 대한 영화적 상상력과 음모론적 표현은 예술적 자유의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이 규명된 사건을 전면 부정하는 것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양 전 의원은 야당 정치인들이 국제영화제에 서한을 보내는 등 해외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은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를 상기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지원은 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문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대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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