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사이의 공간을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 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가 출간됐습니다.
저자는 한일 언어의 공간을 왕래하며 번역과 학술 교류의 현장을 걸어온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그는 재작년 일본 시전문지 '시와 사상'으로 등단 후 현지에서 『아들과 함께 보는 서울의 봄』이라는 시집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이번 시집 특징은 한일 담론과 역사적인 내용을 시로 형상화하기도 하지만,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물과 몸의 움직임에서 삶의 의미를 포착한다는 점입니다.
해협 한가운데로 부는 인권과 평화의 바람에 대해서 노래하면서도 일상에서 새로운 착상을 시로 길어올린 것입니다.
"연륜의 향기만큼/ 내면의 살집은 불어날 터이고/ 생각의 깊이만큼 /마음의 무게도 늘어날 터// 그런데 저울은 알까/ 비둘기 소리의 무게까지/ 고요한 기도의 무게까지"(저울 앞에서)
시 저울 앞에서는 단순히 몸무게를 재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시인은 숫자로 표시되는 몸의 무게에서 살아온 세월의 무게로 시선을 옮기며 마지막에는 비둘기 소리와 고요한 기도의 무게까지 담아냅니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한일간 국경과 대립의 문턱을 넘어 시인의 보편적 기원이 새겨져 있습니다.
"붓을 든 오른손이/ 바삐 움직이던 어느 날/ 캔버스가 서툰 붓놀림에 놀라/ 헐거워지며 내려앉을 찰나// 그때 아무 일도 거들지 않던/ 왼손이/ 쓰러지던 캔버스를 받쳤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려던/ 그림이 바로 섰다"(왼손이 한 일)
시 왼손이 한 일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캔버스가 쓰러지는 순간 왼손이 그것을 받쳐주면서, 평소 드러나지 않던 존재의 역할에 주목합니다.
시인은 이를 통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도움과 존재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아울러 왼손과 오른손은 거친 다툼이나 다름을 초월하는 균등과 조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체중계의 숫자, 손 같은 평범한 것들이 이번 시집에서는 지나간 시간과 삶을 바라보는 통로가 됩니다.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시인·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사이'라는 시공간에 있기에, 시인이 말하는 세계는 전혀 다른 담론을 확보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준태 시인은 "김정훈의 시(노래)는 '정체성' 또한 분명하게 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평했습니다.

한편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조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간세이가쿠인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저서로는 일본에서 출간한 《소세키와 조선》, 《소세키 남성의 언사;여성의 처사》,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등이 있습니다.
역서로는 《나의 개인주의 외》, 《전쟁과 문학-지금 고바야시 다키지를 읽는다》, 《땅 밑의 사람들》,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 《니이미 난키치 동화선》, 《문병란시집-직녀에게;1980년 5월 광주》, 《김준태시집-광주로 가는 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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