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탈출하자'… 식별장치 끄고 호르무즈 '암흑항해'

    작성 : 2026-05-30 23:05:34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선박들 [연합뉴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선박이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미군의 지시를 받으며 해협을 통과하는 이른바 '암흑 항해'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과 LNG 운송선을 포함한 선박들이 위협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세계 경제에 숨통을 일부나마 틔우고 있습니다.

    '암흑 항해'는 선박의 조명을 끄고 AIS를 차단한 채 항해하는 방식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AIS를 끈 채 항해하면 선박 간 위치 파악이 어려워 레이더에만 의존해야 하므로 사고 가능성이 커져 숙련된 항해사가 필요합니다.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암흑 항해'를 돕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미군이 이들 선박과 교신하면서 언제 AIS를 끌지, 이란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조언한다는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은 천연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에 따라 전쟁 이전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란은 군사적 위협을 이어가면서 '주권적 권리'를 관철하고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받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최근 미군이 상선 위협을 이유로 이란 군사 시설을 타격하자 이란이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을 단행한 것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팽팽한 주도권 싸움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지난 27일 제재 명단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란이 일방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매기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란의 위협에도 '암흑 항해'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에 성공하는 선박들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하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WSJ은 짚었습니다.

    해운사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보험료입니다.

    현재 전쟁위험 구역의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2.5∼4%로, 평시 0.25%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선박들은 급등한 보험료와 선원들에 지급해야 하는 임금·전쟁 위험수당 등으로 하루빨리 해협을 빠져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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