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용아 박용철 시인 생가 인근에 근사한 신축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날렵한 외관에 2층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희암갤러리'라는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건물주는 사진작가이자 충주 박씨 9대 종부 이순옥 씨.
원래 이 자리는 텃밭이었는데 자녀의 도움으로 평생 꿈이었던 갤러리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희암갤러리는 지난 4월 5일부터 개관기념 전시로 이순옥 작가의 사진전 '풍경서사'를 열고 있습니다.
작가는 "벤처사업가이자 대학교수인 아들 덕택에 전시공간을 가지게 되어 기쁘다"며 "지역문화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집안 행사 치르다 사진에 흥미예로부터 '솔머리'라는 이름으로 불려 온 이곳 소촌동은 용아 박용철 시인을 배출한 충주 박 씨 집성촌으로, 이순옥 씨의 남편 고(故) 박종석 씨는 용아와 8촌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작가는 종부로서 집안일이 많아 매운 시집살이를 겪어야 했습니다.
종집 며느리로서 엄격한 가풍에 맞춰 살아야 하는 삶이 숨 막힐 듯 버거웠습니다.
그 무렵 집안 행사를 치르다가 집안동기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일이 많아 자연스레 카메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1980년대 40대 초반 나이에 YWCA 사진반에 등록해 기초이론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야외 출사에도 참여해 '찍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잠시나마 집안 일을 잊을 수가 있어 좋았어요. 또한 풍경사진 촬영을 위해 산행을 자주하게 되는데 80세가 넘은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한 것도 그 덕분인 것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 10년 만에 초대작가 타이틀 획득다행스럽게 남편 박종석 씨도 사진을 함께 하며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생전에 광산군청, 농지개량조합에 근무했던 남편은 퇴직 후 사진작가로 활동했으며, 부부가 함께 사진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접하다 보니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작가로서 활동하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광주사진작가협회에 가입해 10년 만에 초대작가 타이틀을 얻었으며 26년째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진을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61세에 광주대 사진영상학과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 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희암갤러리 전시실(32평)에는 현재 작가의 풍경사진 26점이 전시돼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무등산, 지리산 등 남도의 산들은 물론 한라산, 백두산 등 한반도 유명 산들이 작가의 앵글을 통해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진은 빛에 대한 표현예술"풍경 위주로 앵글에 담아 온 이유에 대해 작가는 "사진은 빛에 대한 표현예술이다"며 "동트기 전과 해뜨는 순간 가장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풍경사진은 누구에게나 선물하기 좋은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작가는 40여 년 작품활동을 해오는 동안 인상 깊은 순간 몇 가지를 들려주었습니다.
먼저 좋았던 기억으로 보성 대원사 풍경사진으로 특선을 받았을 때, 그리고 원하는 사진이 찍혔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꼽았습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강원도 설악산에 촬영차 갔다가 대피소에 잠자리가 부족해 부득이 남녀가 '혼숙'해야 했던 상황을 에피소드로 전했습니다.
작가는 팔순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백회 사진동아리에서 매달 둘째주 일요일에 출사를 나가는데 올해도 전북 변산반도와 전남 나주 식물원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건강 허락하는 한 카메라 놓지 않을 것"그리고 한국사진작가협회 지도위원으로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포토샵과 동영상 제작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AI를 활용한 사진(이미지 생성) 기법에도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있습니다.
작가는 "AI사진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사진 본래의 의미가 흐려지는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아울러 "과거에는 사진 촬영이 하나의 전문직업이었으나 디지털 카메라 등장 이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며 "이제는 누구나 알아야 한다"고 시대변화에 대한 소회를 말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작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카메라를 놓지 않을 것"이라며 "5년 후 90세 기념 사진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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