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1985년 토지평가사 시험에 합격해 40년간 우리나라 공공사업 진행과정에 참여해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해 온 최장훈 감정평가사.
1957년 전남 영암군 덕진면에서 출생, 올해 69살인 그는 또한 40년 동안 도자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 골동품 거리를 제집 드나들 듯 누벼온 '도자기 수집광'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전남 나주 남평에 소재한 그의 사무실(통일감정평가법인 광주·전남지사)에 들어섰을 때, 도자기들이 무더기로 선반에 진열되어 마치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휩싸였습니다.

30평 정도 사무실 공간이 온통 화려한 색깔과 각양각색의 도자기들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도자기 사이로 불상, 나무 조각상과 1804년도에 제작된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행촌 이암 등 유명인사의 시 수십 편이 수록된 목판본, 기이한 인물상 등이 이국적인 형상을 내밀고 있어 호기심을 자아냈습니다.
◇ 1986년 예술의거리에서 사발 첫 구입그가 처음 도자기와 눈이 마주친 것은 1986년. 우연히 광주광역시 동구 예술의 거리를 지나다가 골동품 가게에 들러 백자 사발을 구입한 것이 수집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당시는 뭔지 모르고 샀는데 굉장히 설레고 가슴이 벅찼다"고 그 때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이어 "어릴 적 시골 대밭에 묻힌 사기그릇을 발견하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회고했습니다.

그 이후 월급을 받으면 월례행사처럼 동구 예술의거리와 계림동 오거리를 순례하며 매월 5~6점의 도자기를 사모았습니다.
최 씨는 "이렇게 40년 동안 수집한 도자기가 1,200점은 족히 될 것"이라며 "사무실 뿐 아니라 광주 운림동 아파트와 영암 시골집 창고에도 보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도자기에 대한 소장 가치보다는 도자기 자체의 모양과 색깔이 예뻐서 그냥 즉흥적으로 구입했다"며 "진품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기에 비싼 가격의 골동품보다는 '물건의 느낌'이 좋으면 지갑을 열어서 바로 들고 오곤 했습니다.

◇ 한 점 당 구입가격 100만 원 안팎그가 소장한 도자기는 대부분 국내에서 구입한 것으로, 한 점 당 가격은 100만 원 이하이고,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은 500만 원 정도.
하지만 전체 투자한 금액을 모두 합하면 수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그는 도자기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 위해 틈틈이 짬을 내 서울 인사동 골동품 거리를 둘러보기도 하고, 목포 신안해저유물박물관 등을 견학했습니다.
또한 한자 해독 필요성을 느껴 호남대 공자학원에서 1년간 수학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도자기 수집 중독에 대해 주변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의 가족들 역시 "미쳤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수집해 온 도자기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 중인데, "일부는 기증하고 일부는 판매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최근 경기도 파주 중국골동품 전시장과 접촉해 진품으로 평가받은 1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도자기 사랑 범접할 수 없는 '경지'그는 아직까지 전문가에게 정식으로 감정을 받은 적은 없지만 일부는 '진품'일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자기 구입 때 '진품 보증서'를 받아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크리스티 경매장에 출품하고자 노크했으나 '누가 소장했던 물건인지', '어디에 출품 전시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증자료가 없어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무실을 가득 메운 도자기 한 점 한 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大明弘治年製(대명홍치년제)'라 쓰인 커다란 쟁반 형태 도자기의 문양을 전자 확대경으로 비추어보며, "'합리광'(무지개빛 광채)이 이렇게 선명하지 않느냐"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40년간 사랑에 빠진 도자기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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