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추억이 맴도는' 화순 능주역

    작성 : 2025-07-30 09:36:51
    1930년 12월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역사 인근 영벽정 등 빼어난 풍광
    경전선 전철화로 2030년 말 폐역 예정
    옛 영화 사라지고 관광객의 드문 발길만

    ▲ 능주역을 찾은 관광객들

    광주에서 삼량진까지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경전선은 100년의 역사를 지탱해 온 외줄기 철길입니다.

    특히 광주-순천 구간은 1930년대 개통 당시 그 모습을 유지한 채 전라도의 곡창지대를 가로지르며 한 세기 동안 남도인의 삶의 갈피를 굽이쳐 흘러왔습니다.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도회지로 나가려면 털털거리는 버스 대신 대부분 완행열차를 이용했던 그 시절.

    역 대합실에는 책가방을 든 학생들과 보따리를 안은 승객들로 늘 북적거렸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지루함을 달랬습니다.

    들꽃처럼 점점이 이어진 역사(驛舍)들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역 구내 선로

    전남 화순군 능주역은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역사(驛舍) 가운데 하나로 1930년 12월 경전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습니다.

    1949년 10월 여순사건으로 역사가 불에 타 1957년 다시 건물을 지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면 중심역으로 지금은 사라진 만수역, 석정리역을 관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로 교통이 발달한 요즘 광주-순천 간 전라도 구간은 운행 횟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능주역은 1인 역으로 평일 9시에서 18시까지만 역무원이 근무하고 18시에서 다음날 9시, 주말과 공휴일은 무인역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무인 시간대에 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려면 스마트폰 앱(코레일톡)이나 인터넷 렛츠코레일에서 표를 구입해야 합니다.

    요즘 능주역에는 승객은 거의 없고 드문드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화순 지석강 철교 위를 지나는 경전선 열차

    순천행 열차가 서서히 플랫폼으로 들어오자 역무원이 수신호로 안전을 확인합니다.

    열차가 플랫폼에 완전히 멈추고 문이 열렸지만 객실 승무원이 잠시 내렸을 뿐 승객은 한 명도 내리거나 타지 않았습니다.

    열차 안에도 칸마다 고작 서너 명이 앉아 있어 썰렁해 보였습니다.

    능주역은 역사 주변의 풍광이 빼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근 지석강에는 조선시대 세워진 영벽정이 자리하고 있어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능주 8경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강 위로 지나는 철교와 어우러져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은 사진작가들의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고요한 능주역 선로와 역사

    외줄기 철길을 쓰다듬으며 달리는 경전선 열차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차'라는 별명과 함께 호남 소외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경전선은 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1조 7,569억 원을 투입해 광주에서 순천까지 총연장 122㎞ 구간 선형을 개량하고 전철화하는 것입니다.

    오는 2030년 말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 완공되면 광주에서 부산까지 소요 시간이 현재 5시간 42분에서 2시간 24분으로 3시간 18분 단축됩니다. 

    동시에 경전선 능주역도 폐역돼 머지않아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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