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말이 기십니다...이재명의 언어, 파란 윤석열, 예(禮)로서 부리다, 사신이례(使臣以禮)[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12-15 15:16:53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 대통령 "거 참 말이 기십니다. 자꾸 옆으로 새요"...'업무보고' 이학재 '면박'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 참 말이 기십니다.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자꾸 옆으로 새요. 가능해요, 안 해요?"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국토교통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한 말입니다. 거 참 말이 기십니다.

    뭔가 못마땅함이 잔뜩 묻어납니다. 어떻게 하다 이런 말이 나온 걸까요. 시작은 이 대통령의 외화 밀반출 관련한 질문이었습니다.

    "어디서 본 것인데 (출국 때) 달러를 1만 달러 이상 못 가져가게 되는데, 그런데 (달러를)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 이런 주장이 있던데, 실제로 그런가요?"라고 이 대통령이 물었습니다.

    이에 이학재 사장은 "저희가 보안 검색하는 것은 유해물질을 주로 검색을 하고 있다. 칼이라든지 총기라든지"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외화 불법 반출, 당연히 (검색)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라고 재차 물었고, 이 사장은 "저희가 그런 것들을, 이번에도 적발을 해서 세관으로 넘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마시고"라며 "제가 물어본 걸 이야기하세요.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 그 말이에요"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급속하게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이학재 사장은 "세관하고 같이 하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총기류라든지…"라고 말끝을 흐리며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시네. 책갈피에 끼워서 100달러 가져가는 게 가능하느냐, 그 말이에요"라고 재차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학재 사장이 다시 "이번에도 저희가 검색을 해서, 그래서 그것이 적발이 돼서 세관으로 넘겼습니다"라고 비슷한 답변을 내놓자 이 대통령의 저 말이 나왔습니다.

    "거 참 말이 기십니다.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자꾸 옆으로 새요. 가능해요, 안 해요?"
    ◇ "지금 다른 데 가서 놀고 있나요? 언제 사장 다셨나? 아는 게 없네...아잇, 됐습니다"
    ▲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0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5회 인천공항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음물을 뿌린 듯 분위기는 싸해졌고, 이 대통령이 "세관 쪽하고 협의를 좀 하세요"라고 주문을 했는데, 이 사장이 즉답을 하지 않고 잠깐 침묵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지금 다른 데 가서 놀고 있나요?"라고 말했습니다.

    이학재 사장이 "의논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언제 사장 다셨나?"라고 사장 임명 시기를 물었고, 이학재 사장이 "2023년도 6월에 달았습니다"라고 답하자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못하고 계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라고 이학재 사장의 업무 파악 능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어진 이집트 후루가다 공항 개발사업 진척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학재 사장이 구체적 답변을 못 내놓고 실무자를 찾자 이 대통령은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자료에) 쓰여져 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네요"라고 공개 면박을 줬습니다.

    급기야 "그 다음에 (이집트 후루가다 공항은) 놔두고, 카이로공항…. 아잇, 됐습니다"라고 말을 멈췄고, 이학재 사장의 얼굴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질렸습니다.
    ◇ "무슨 환빠 논쟁 있죠?"...이 대통령, 환단고기 '환빠' 질문 논란도
    ▲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 한국 상고사(上古史)를 다룬 책 '환단고기'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선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이른바 '환빠'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이 대통령은 "역사 교육 관련해서 무슨 환빠 논쟁 있죠?"라고 물은 겁니다.

    '환단고기'는 주류 역사학계에선 한민족의 상고사를 날조한 위서로 평가가 이미 끝난 책인데, '환빠'는 이런 환단고기 내용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비하해 부르는 말입니다.

    박지향 이사장은 '환빠 논쟁' 관련 질문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왜 몰라요? 그거를?"이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단군 환웅 환단고기 그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는 아예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었던, 없는 모양이군요라며 "그러면 여기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합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에 박지향 이사장이 "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라며 "소위 재야 사학자들이라고 그분들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분들보다는 전문연구자들의 이론이,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아마 전문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이 대통령과 박지향 이사장 사이엔 다음과 같은 말이 오갔습니다.

    이 대통령: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
    박 이사장: "아, 일단은 역사는 사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요"
    이 대통령: "사료가 물리적 증거를 말하는 건지, 역사적... 문헌에 있는 거를 증거라고 하는 건지는 논쟁거리죠"
    박 이사장: "기본적으로는 문헌 사료를 저희는 그... 저...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에요?"
    박 이사장: "모든 역사가 다 사실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어... 그것이, 그 기록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이제 논란을 벌이고 있고"
    ◇ 이 대통령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에요?"...김남준 "환단고기 주장 동의, 연구 지시 아냐"
    ▲ 김남준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1~2일 차 정부 부처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에요?"라는 물음은 듣기 따라서, 해석하기 따라서 '환단고기'를 믿거나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읽힐 수도 있어 야권에선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 그것밖에 안 되냐"는 식으로 비판하면서 논란이 더 됐습니다.

    이에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일요일인 어제(14일) 브리핑을 갖고, "그(환단고기) 주장에 동의하거나 그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지가 중요하고, 그 가운데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결론이었다.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김 대변은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관련해서 박지향 이사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물론 모든 게 뭐 다 정확하고 이거는 맞고 틀리다는 거는 없습니다. 어, 저희 재단에서도 사실 한때 그 소위 재야사학자들하고 협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별로 그렇게 결과가 좋지를 않았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결과기 좋지 않았어요, 너무 심하게 싸웠어요?"라고 물었고, 박지향 이사장이 "네. 약간 그랬습니다"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우리 이사장님 언제부터 이사장님하고 계세요?"라고 임명 시기를 물었습니다.

    "저는 23년 12월부터 하고 있습니다"라고 박지향 이사장은 답했고, 이 대통령은 "23년 12월부터? 음... 화해가 안 되는 모양이죠?"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박지향 이사장은 "저희도 화해를 시키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라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쉽지 않겠죠. 하여튼 이게 쉬운 의제는 아니죠"라며 "이게 결국은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 거냐에 근본적인 입장들의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고민거리입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 "언제부터 하고 계세요?"...이 대통령, 尹 정부 출신 기관장들에 '임기' 물어...
    ▲ 지난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교육부 산하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언제부터 이사장하고 계세요?"라고 물어본 박지향 이사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1년 차인 2023년 12월 제7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습니다.

    박지향 이사장은 이른바 '뉴라이트' 논란에 전공이 서양사임에도 '동북공정' 같은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임명돼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있긴 있었던 인물입니다.

    이 대통령이 "언제 사장 다셨나?"고 물어본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국민의힘 전신 정당 소속으로 재선 인천 서구청장과 제18대, 19대, 20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해 정무특보를 맡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3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습니다.
    ◇ 이학재 "책갈피 달러, 100% 개장 검색?...이 대통령 말대로 하면 공항 마비"
    ▲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일부 [이학재 페이스북]

    이학재 사장은 어제 자신의 SNS에 "불법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이고, 인천공항공사의 검색 업무는 칼, 송곳, 총기류, 라이터, 액체류 등 위해 품목"이라며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인천공항공사 직원들도 보안 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는 모르는 내용이었다"라고 억울해 했습니다.

    이학재 사장은 그러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화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의 뜬금없는 깨알지시가 낯설다 싶었는데 외화를 책갈피처럼 끼워 밀반출하는 것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때 쓰인 방식이라고 한다. 아무리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시치미를 떼도 이미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을 무작정 깎아내리다가 자신의 범행 수법만 자백한 꼴"이라고 냉소했습니다.
    ◇ 장동혁 "외화 밀반출 수법 자백한 꼴...이 대통령 언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어"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대표는 오늘(15일) 국회 본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장동 항소포기, 내란특별재판부 논란 등을 거론하면서 "정치인의 힘은 말에서 나온다. 정치인 말에 권력이 더해지면 그 말은 가장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며 "(이 대통령의 언어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불안하면 국민 삶이 불안해지고 대통령 말이 공격적이면 삶의 질서가 파괴된다"며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말 한마디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장동혁 대표는 주문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잠시 지냈다가 지금은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동훈 대변인은 본인 페이스북에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 하랬더니 대통령의 '바닥'을 생중계했다'는 제목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고 적었습니다.
    ◇ "조롱, 면박, 비아냥...파란 윤석열,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라니 자괴감만"
    "내용을 떠나 귀에 남은 것은 대통령의 말투와 태도였다. 조롱, 면박, 비아냥. 듣는 국민에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라니'라는 자괴감만 남겼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 정도 수준의 언어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입니까"라고 이동훈 대변인은 반문했습니다.

    이동훈 대변인은 그러면서 "그래서 이재명을 '파란 윤석열'이라 부르는 것이다. 낮은 품격이란 점에선 '난형난제'다"라고 이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을 같은 줄에 놓고 거듭 싸잡아 직격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 등도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나 태도를 지적, 비판하는 글들을 남겼습니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나 이런저런 회의에서 제대로 답변을 못 하는 정부 인사들, 특히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을 질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8월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김홍교 강릉시장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계속 그걸 묻고 있는데, 말이 이상하다"고 면박을 줬고, 지난 7월 집중호우 피해 점검 회의 때도 역시 국민의힘 소속 이권재 오산시장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그 자리에서 실소를 지으며 답답해하는 등 다소 감정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꼭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에게만 그런 건 아니라 하더라도, 민주당 출신 인사들에게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처럼 "언제 사장 다셨나?"라고 임명시기, 임기를 물어본 건 과문한지 몰라도 잘 보지 못했습니다.

    야권에서 공개 망신주기, 조롱, 면박, 이를 통한 사실상 자진하차 강요 같은 지적과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김남준 "이 대통령, 야당 출신이라 고압적 자세?...그렇게 보니 그렇게만 보여, 정상적"
    ▲ 김남준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1~2일 차 정부 부처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어제 브리핑에서 "야당 출신이라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바라보니 그렇게만 보이는 것 같다"며 "정상적인 질의응답 과정이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상적인 질의응답 과정이었다"는 김남준 대변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해도,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군사신이례(君使臣以禮) 신사군이충(臣事君以忠). 논어(論語)에 나오는데, 춘추시대 노나라 정공(定公)이 공자에게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도리'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한 말입니다.

    군사신이례. 신사군이충. 임금은 예(禮)로서 신하를 대하고, 신하는 충성(정성)으로 임금을 섬겨야 한다.

    충(忠)으로 임금을 대한다. '사군이충'은 많이 들어봤는데 예(禮)로서 신하를 대한다. '사신이례'는 조금 덜 알려진 것 같습니다.
    ◇ 예로서 대하다...군군신신(君君臣臣),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
    사신이례 사군이충. 이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와 일맥상통합니다. 임금답게, 예로서, 말하고 행동하라.

    '사신이례 사군이충 군군신신 부부자자'를 강조했던 공자는 '위방불입(危邦不入) 난방불거(亂邦不居) 천하유도즉현(天下有道則見) 무도즉은(無道則隱)'이라고 했습니다.

    직역하면 '도가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아니하고 도가 어지러운 나라에는 머물지 않는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아가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숨는다'는 뜻입니다.

    예와 도가 떨어진 나라엔 신하도 백성도 머물지 않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신하도 백성도 없는 나라가 어디 나라겠습니까. 망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다시 '군주민수'(君舟民水)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맹자의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까지 나아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만족할만한 대답을 못한 기관장들 질타 좀 한 것 가지고 무슨 '사신이례'니 '군군신신'이니 케케묵은 2천 몇백년 전 사람들 말을 가져와서 주절주절 떠드느냐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 '군주민수', '역성형명'이라니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뜨악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예로서 사람을 대하라'는 말을 한번 새겨본다고 이재명 대통령이나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 "임금이 예를 갖추지 않으면 반드시 원망하고 배신한다...반드시 예로서 행하라"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 중기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은 "임금이 예를 갖춰 부리지 않으면 신하는 반드시 부끄럽게 여기고, 부끄럽게 여기면 원망하게 되고, 원망하게 되면 충성하려던 마음도 변하게 된다"고 예로서 사람을 대하는 것의 중요함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송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동파 소식(蘇軾)은, 중국의 민중음식 '동파육'으로 유명한, 소동파는 "임금이 신하를 쓰는데 예가 아닌 이익으로 하면 오직 소인만 모일뿐이다. 이익으로 모인 자는 이익이 다하면 떠나고, 위력 때문에 따랐던 자는 힘이 다하면 배신한다. 그래서 반드시 이익과 힘이 아닌 예로서 부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적, 할 수도 있고. 질타, 할 수도 있습니다. 면박, 줄 수도 있고, 제대로 하시라, 호통, 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예'로서, '냉소'나 '비웃음'처럼 보이지 않게, '진정'과 '배려'의 언어로, 진정과 배려의 언어로 보이고 느껴지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쓸데없는 원망이나 미움, 옳은 지적과 질타를 했는데도 되려 조롱과 손가락질을 받거나, 필요 없이 정권을 적대시하게 되거나, 적어도 '파란 윤석열'이니 뭐니 하는 말은 안 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입니다. 예(禮)로서 행하라.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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