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시켰습니까"...'호칭 생략, 수갑 번쩍' 이진숙, 사이비 눈알, 어목혼주(魚目混珠)[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10-04 14:14:39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개딸이 시켰습니까...저 이진숙, 여기 수갑 차고 있습니다"
    ▲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 이진숙, 여기 수갑 차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법원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찰에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동포경찰서 포토라인에 서서 외친 말입니다.

    "저 이진숙, 여기 수갑 차고 있습니다"를 외치며 이진숙 전 위원장은 보자기에 싸인 수갑 찬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렸고, 어금니를 꽉 깨문 얼굴은 사뭇 비장했습니다.

    이날 오후 5시 41분쯤 영등포경찰서 포토라인에 선 이진숙 전 위원장은 "잠깐만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기자들의 질문을 제지한 뒤 본인 하고 싶은 말을 했습니다.

    "전쟁입니다, 이 말을 한 여성이 떠오른다"며 좀 느닷없다 싶게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정청래가 시켰습니까, 아니면 개딸들이 시켰습니까"라고 외쳤습니다.

    민주당 대표인 '정청래'는 그렇다 치고. 전날까지 방송통신위원장이었던 이진숙 전 위원장은 '대통령' 호칭도 빼고 '이재명이 시켰냐'고 외쳤습니다.

    호칭을 생략한 것도 그렇고. 진짜로 대통령이 본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과대망상인지 뭔진 모르겠으나. 이재명이 시켰냐. 암튼 대단한 배포입니다.

    MBC 홍보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지낸 이진숙 전 위원장은 초장부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면서 "방통위 없애는 것도 모자라 이제 저 이진숙한테 수갑을 채우는 것입니까"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방통위 없애는 것도 모자라서...대통령 시키는 말 듣지 않아 저를 잘라"
    ▲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시키는 말을 듣지 않아서 저를 자르고 방통위라는 기관까지 없앤다"는 게 이진숙 전 위원장의 항변입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앞서 영등포경찰서의 총 6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법원 체포영장이 발부돼 서울 대치동 자택 인근에서 체포돼 경찰서로 압송됐습니다.

    이에 대해 이진숙 전 위원장은 "국회 출석하느라 경찰에 못 온 걸 가지고 저에게 이렇게 수갑을 채우고 있다"며 다시 또 수갑 찬 손목을 들어 보였습니다.

    국회 출석하느라 경찰서에 못 갔는데 방통위원장에서 면직되자마자 집 근처에서 경찰에 체포돼 수갑이 채워져 경찰서로 압송된 게 엄청 분하고 화가 나는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렇게 수갑을 채우겠다 그러면 선출 권력보다 개딸 권력이 더 센 것이냐. 대통령 위에 개딸의 권력이 있습니까"라고 재차 '대통령'과 '개딸'을 외쳤습니다.
    ◇ "대통령 위에 개딸 권력"...4분간 4차례 수갑 퍼포먼스, "됐죠"하고 경찰서 들어가
    선출권력은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선출 권력보다 개딸 권력이 더 세냐. 대통령 위에 개딸 권력이 있냐. 이 말은 뭔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대통령은 이진숙 전 위원장 체포를 안 원하거나 별 관심 없는데 대통령보다 '더 센' 개딸들이 '이재명'을 시켜서 본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건지. 뭐가 선출 권력보다 개딸 권력이 더 세다는 건지. 당최 뭔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약 4분가량 본인 하고 싶은 말을 한 이진숙 전 위원장은 "대통령 위에 개딸의 권력이 있습니까"라는 말을 끝으로 "됐죠"하고 경찰서로 들어갔습니다.

    이것도 뭐가 됐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이 4분간의 간이 기자회견 동안 이진숙 전 위원장은 수갑 찬 손을 4차례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보였습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이 압송된 영등포경찰서엔 장동혁 당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항의 방문해 이진숙 전 위원장을 응원하고 이재명 정부를 성토했습니다.
    ◇ "이진숙 체포, 공포·공안 통치...입틀막 정치, 이재명 정권 몰락 앞당길 것"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부터), 박성훈 수석대변인, 신동욱, 나경원 의원이 3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체포 항의를 위해 영등포경찰서를 방문,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전 위원장과 MBC에서 같이 일했던 김장겸 의원은 "경찰을 동원한 공포·공안 정치"라고 날을 세웠고, 역시 기자 출신인 신동욱 의원은 "불법 체포를 강행한 배경에는 현 정부의 방송장악이 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의 입을 막기 위해 체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판사 출신 나경원 의원은 이진숙 전 위원장 체포에 대해 "진짜 통탄할 일, 무도한 일"이라고 개탄하며 김현지 대통령실 제1 부속실장을 겨냥해 "아무리 이렇게 한들 이재명 정부의 절대 존엄을 추석 밥상에서 내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심전심. 이진숙 전 위원장 체포를 어떡하든 이재명 대통령 또는 이재명 정부 차원의 '공안 정치'로 연결, 묶어보려는데 진심인 것 같습니다.

    역시 영등포경찰서를 항의 방문한 장동혁 대표는 국민의힘 이진숙 전 위원장 체포영장을 신청, 청구, 발부한 경찰-검사-판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체포영장을 신청하면서 불출석사유서가 제출됐다는 사실을 숨기고 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심각한 조작이다. 이 사건이 이재명 정권의 몰락을 앞당길 것"이라는 장동혁 대표의 말입니다.

    장동혁 대표의 말에서도 어김없이 '이재명' 이름 석 자가 나옵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 변호인 임무영 변호사는 "도주 우려가 없는 사람을 영장을 통해 강제수사한다는 것은 경찰의 직권남용"이라며 영등포경찰서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했고, 오늘(4일) 오후 3시 체포적부심사가 열립니다.
    ◇ "좌파 집단, 상상 이상"...경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구속영장 신청 검토
    경찰은 체포적부심과 별개로 이진숙 전 위원장에 대한 두 차례 조사를 토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2인 방통위 파행 운영이나 자신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등에 대해 보수 유튜브나 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가 직무유기 현행범",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 날 선 발언을 했습니다.

    경찰은 이진숙 전 위원장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어긴 국가공무원법 위반,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와 21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는 수사와 기소가 되면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경찰 공안 통치, 이재명 정권 몰락'같은 비판 비난은 야당 정치공세로 친다 하더라도.

    "이재명이 시켰냐. 개딸이 시켰냐"는 이진숙 전 위원장의 고함은 어떻게 봐야 할지 조금 난해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자기가 자기를 '이진숙' 자기 이름으로 불러...소아 자기애적 사고, 자의식 과잉
    ▲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저 이진숙, 여기 수갑 차고 있습니다"

    보통 자기가 자기를 '이진숙' 이렇게 자기 이름으로 대상화해서 부르는 걸 '제3자 화법'이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린아이가 '진숙이 아파요. 진숙이 저거 먹고 싶어요. 진숙이 삐졌어요'처럼 자기가 자기를 자기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아직 소아 자기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성인의 경우는 어린아이 같은 말투나 인상으로 애교와 관심을 받기 위해 이런 제3자 화법을 쓴다고 합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이 '소아적 자기애적 사고'를 한다고 믿고 싶진 않고, 경찰에 수갑 차고 압송되면서 '애교'나 '관심'을 받기 위해 제3자 화법을 쓰는 것도 영 이상합니다. '관심'은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애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경우는 자존감이 엄청 높거나, 자신감 자존감이 높다 못해 흘러넘쳐 일종의 자의식 과잉인 사람들이 자신을 대상화하는 이런 3인칭 화법을 쓴다고 합니다.

    가령 옛날 황제나 왕들이 자기를 '짐'(朕), '과인'(寡人) 이렇게 부른 것처럼. 자기를 우월적, 초월적 존재로 여기는 그런 비슷한 것 아닌가 합니다.

    한마디로 많이 사랑받고 싶거나, 자신을 대단하거나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 자기를 자기 이름으로 부른다는 건데. 이진숙 전 위원장도 본인을 뭔가 대단하거나 특별한 무엇으로 여기는 건지.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살짝 궁금함도 듭니다.
    ◇ 이재명 정권 출범 직후부터 대립각, 급기야 '이재명이' 호칭...자칭타칭 '보수 여전사'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이재명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대통령이 된 이재명 대표를 '직무유기 현행범' 등의 직설적 언어로 직격했던 이진숙 전 위원장은 급기야 '대통령' 호칭도 빼고 '이재명이 시켰냐'고 '이재명이'라고 기자들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전 국민 다 듣고 보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본인을 이재명 정권에서 탄압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자칭타칭 '보수 여전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재명이 시켰습니까. 그 정점 아닌가 합니다.

    '이진숙'을 '이진숙'이라고 부르는, '이재명이'를 '이재명이'라고 부르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오만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개념이 없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본인을 쫓아내려고 멀쩡한 방통위원회를 해체하는 초초강수를 뒀다고 믿는다면. 본인 체포를 '이재명이 시켰다'고 믿는다면. '개딸이 시켰다'고 믿는다면. 사실 여부를 떠나 이진숙 전 위원장이 본인을 크게 대단한 존재로 여기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진숙 전 위원장의 '거침없이 하이킥'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진숙 전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나 국회의원 재보궐 출마 얘기가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 어목혼주(魚目混珠), 물고기 눈알과 진주...천한 것이 귀한 것 행세를 하다
    '어목혼주'(魚目混珠)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물고기 어(魚), 눈 목(目), 섞을 혼(混), 구슬 주(珠). '물고기 눈알과 구슬이 뒤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한나라 문제 때 박사 한영이 저술한 '한시외전'(韓詩外傳)에서 유래했습니다.

    '백골유상 어목사주'(白骨類象 魚目似珠), '흰 뼈는 상아와 비슷하고 물고기의 눈알은 구슬과 비슷하다'는 표현이 그것입니다.

    귀한 것과 천한 것,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태나 지경을 이르는 말입니다.

    나아가 천한 것이 귀한 것으로 위장하려 하거나,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며 세상을 속이려 하는 것을 꼬집을 때도 이 표현을 씁니다. 물고기 눈알과 진주.

    이와 관련 후한 말 위백양이라는 사람이 주역의 원리를 풀어 쓴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엔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어목기위주 봉호불성가'(魚目豈爲珠 蓬蒿不成檟), 물고기 눈알이 어찌 진주가 되겠는가. 쑥은 결코 차나무가 될 수 없다.

    물고기 눈알은 죽었다 깨어나도 결코 진주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이비'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사이비(似而非), 비슷하나 아니다. 원래 출전은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 사이비 인간들, 덕(德)의 적...정의 혼란케 해, 물고기 눈알과 진주 구분되어야
    ▲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들은 꼬집어 비난할 구석이 없으며 언뜻 보기엔 청렴결백한 군자와 같다. 하지만 실인즉 그들은 오직 세속에 빌붙어서 자신의 만족한 삶을 누리는 것일 뿐이다. 하여 나는 비슷해 보이지만 아닌 것, 사이비(似而非)를 미워한다. 공자의 말입니다.

    수작이 능한 자를 미워함은 정의를 혼란케 만들기 때문이다. 공자와 맹자는 이들 사이비 인간들을 '덕(德)의 적'이라며 미워했습니다.

    어목혼주. 가짜인지 진짜인지,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일이 도처에 있습니다.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어지럽습니다.

    물고기 눈알과 진주. 굳이 따져본다면 자칭타칭 본인을 '이재명이'와 맞서 싸우는 '보수 여전사'로 여기는 것 같은 이진숙 위원장은 물고기 눈알일까요, 진주일까요.

    딛고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는 것도 달라지는데. 이재명 대통령을 싫어하는 보수 쪽에서 보기엔 '반짝반짝 보배로운 진주', 진보 쪽에서 보기엔 '썩은 물고기 눈알',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진숙 전 위원장을 지칭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도처의 사이비들,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이 좀 명명백백하게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이비는 덕(德)의 적, 정의를 혼란케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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