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 다 쓸어버리겠어"...윤석열과 술, 심기경호, 괴물의 탄생, 대간사충(大奸似忠)[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11-25 12:27:51 수정 : 2025-11-25 13:39:12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尹, 국정원 업무보고서 소폭 돌려...너무 취해 경호관에 업혀 나와"
    ▲ 열린공감TV가 공개한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 [황교익 페이스북]

    "국가정보원 업무보고를 받으러 가서 업무보고는 대충 끝내고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소폭을 말았다고 한다. 너무 취해서 경호관에게 업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국의 대통령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벌인 일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활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한 폭로입니다.

    2023년 2월 국정원 업무보고 당시 벌어진 '일화'라고 하는데, 전날 폭음 숙취 가짜 출근에 용산 집무실 사우나 등등 윤석열 씨의 술버릇은 더 얘기해 봐야 입만 아프고.

    윤건영 의원의 저 발언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국정원 업무보고를 들으러 가서, 바로 그 '업무보고 장소'에서 소폭을 마셨단 말이야? 하는 뜨악함이었습니다.

    대충대충 끝내고 어디 식당이나 용산이나 관저 만찬장으로 불러서 소폭을 돌린 것도 아니고. 업무보고 장소, 거기서 소폭을 돌렸다고? 하는 황당함이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소주 맥주는 누가 준비한 거지? 안주는?

    대통령한테 신년 업무보고를 하는 국정원에서 그랬을 것 같진 않고. 대통령 비서실이나 경호처서 가져갔든지 준비를 시켰든지 했든지 했을 걸로 추정됩니다.

    술에 관한 한 '아, 참, 용의주도하구나' 하는 황당한 감탄. '유(You) 윈(Win). 졌다, 당신 팔뚝 굵다'하는 어이없는 승복이 절로 듭니다.

    ◇해외 순방 전용기에 참이슬 피티병 '탑재'...국정원 소폭은 누가 준비했을까
    ▲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순방 나가면서 대통령 전용기 공군 1호기 대통령전용실에 참이슬 프레시 페트병들을 고이 태워서 갔을 정도니 윤석열 씨의 술 사랑에 대해 더 할 말은 없지만.

    폭탄을 돌린 일시 장소도 그렇고, 그 소주와 맥주를 준비해서 가져간 경위도 그렇지만. 윤건영 의원의 저 얘기를 듣고 가슴에 턱 걸렸던 건.

    도대체 저 소주 맥주는 누가 준비했을까. 그리고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가, 취해서 인사불성이 돼서 경호관에 업혀 나오도록 소폭을 퍼마실 동안 '그만 드시라' 말리는 시늉이라도 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을까. 다들 '입꾹닫' 했나.

    아님, 다들, 각하 정말 잘 드십니다. 최고십니다. 오가는 소폭 속에 쌓이는 정분. 뭐 이러고 있었을까 하는 가슴 답답한 의문이 그것입니다.
    ◇폭우, 신림동 세 모녀 참변...대통령실 수석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 안 하냐"

    관련해서 복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지난 2022년 8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신림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던 40대 자매와 10대 딸, 세 모녀가 흘러넘쳐 들어온 물에 현관문이 막히면서 고립된 채 참변을 당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언니는 발달장애인이었고 동생의 10대 딸은 사고 당시 겨우 13살이었습니다. 13살.

    기록적 폭우라지만 '119 신고를 했는데 왜 구하지 못했냐' 하는 논란이 일었고 이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퇴근과 대통령실 컨트롤 타워 부재 논란과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무책임한 공격"이라며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지금 잠시 사저에 머무르시는 것을 공격하기 위한 야당의 프레임일 뿐"이라고 야당 비판을 일축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철통같이 방어, 엄호했습니다.

    시민사회수석은 그러면서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라는 유명한 '항변'을 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비 온다고 퇴근 안 하냐. 약속들도 다 있는데.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기록적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우리 사회 취약 계층의 사람들이 안타까운 참변을 당한 마당에.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사람이 꼭 저렇게 '비 온다고 퇴근 안 하냐'는 식으로 말을 해야 했는지는 그때도, 지금도 이해가 어렵습니다.

    야당의 폭우 대응 컨트롤 타워 부재 비판에 대한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 안 하냐'는 대통령실 수석의 엄호와, 국가정보원 업무보고 소폭 돌리기. 언뜻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이 사건들엔 겉으론 잘 드러나 보이진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무언가는 바로, 오래전 전두환 때 유행했던, 철 지난, 아주 익숙하지만 다시는 별로 듣고 싶지도 마주하고 싶지도 않은 단어, 바로 '심기경호'입니다.
    ◇"나에게는 비상대권 있어. 싹 다 쓸어버리겠다"...尹, 일반이적죄 혐의 추가 기소
    ▲ 한덕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최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윤석열 씨에 대해 외환죄의 일환인 형법상 일반이적죄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습니다.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도발, 자극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를 기화로 비상계엄을 선포, 친위 쿠데타를 하려 했다는 것이 공소장 요지입니다.

    관련해서 특검 공소장의 구체적인 워딩과 내용을 조선일보가 단독 취재해 보도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싹 쓸어버리겠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

    지난 2022년 11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관저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자리에서 했다는 말입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다 쓸어버리겠다. 이것도 맨정신에 한 말인지 소폭 먹고 술에 취해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이 벌이려 하는 일이 '총살당할' 일인 거는 또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특검은 이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12.3 비상계엄 선포 5달 전인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하와이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합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하와이 방문엔 충암고 1년 선배, 육사 38기로 수방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용현 경호처장과 강호필 당시 합참 차장이 동행했습니다.

    이들 김용현 처장과 강호필 차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은 빨갱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특수부 검사 출신 빨갱이라... 뭔가 어색합니다.
    ◇尹 "군이 참여해야"...합참 차장 "김용현 위험, 동조 강요, 전역하고 싶어"

    민주당에 대해선 원색적인 욕설을 섞어가면서 "군이 참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이 참여해야 한다. 뭘 말하는 걸까요. 뭘 어떻게 하자는 걸까요. 합참 차장도 어지간히 놀란 모양입니다.

    귀국한 강호필 합참 차장은 신원식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분위기가 상당히 위험한 것 같다. 대통령이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려 하고 김용현이 위험한 발언을 하며 동조를 강요하니 나는 전역하고 싶다"고 보고합니다.

    오죽 험악하고 위험해 보였으면 대장 진급을 눈앞에 둔 합참 차장이 '이대로 군에 있다간 박살 나겠다. 잘못하다가는 내 몸 하나 보존하기도 힘들겠다' 싶어서 국방부장관에게 '전역하고 싶다'고 했을까.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육사 37기로, 육사 38기 김용현 경호처장의 육사 1년 선배인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김용현 경호처장에 전화를 걸어 크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각하 옆에서 쓸데없는 짓, 말, 하고 다니지 마라' 뭐 그런 얘기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에 김용현 경호처장은 거꾸로 한남동 대통령경호처장 공관으로 애꿎은 강호필 합참 차장을 불러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다니냐"고 크게 역정과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호처장이 자기 맘대로 합참 차장을 자기 있는 곳으로 오라 마라 할 권한이 있는진 모르겠으나. 합참 차장이면 별 셋 중장 최선임 보직인데, 육사 9년 선배 대통령 경호처장과 국방부장관 틈바구니에 끼어 역정이나 받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 겁니다.
    ◇김용현, 합참 차장 질책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윤석열 대통령 심기경호 차원"
    ▲ 김용현 전 국방장관 [연합뉴스]

    아무튼 이때 김용현 경호처장은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돌아다니냐"고 강호필 합참 차장을 깨면서 "전광훈 목사 등 보수에서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심기경호 차원에서 그런 걸 가지고 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심기경호. 대통령이 '비상대권' 운운하며 '싹 다 쓸어버리겠다' 기염을 토하니. 옆에서 '그러시죠. 빨갱이들은 싹 다 쓸어버려야 합니다'는 식으로 각하 기분 좋으라고 보조 좀 맞춰준 것을 그걸 또 국방부장관에게 쪼르르 가서 이르냐. 뭐 이런 타박, 질책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신원식 국방부장관도 그 유탄을 크게 직통으로 맞습니다.
    ◇김용현, 합참 차장 질책 뒤 신원식 국방부장관 하차...이례적 인사, 3개월 뒤 계엄

    강호필 합참 차장이 경호처장에게 깨진 해프닝이 벌어진 약 한 달여 뒤인 그해 9월, 취임한 지 11개월밖에 안 된 신원식 국방부장관이 돌연 국방부장관에서 국가안보실장으로 발령이 난 겁니다. 그리고 국방부장관 자리는 김용현 경호처장이 차지합니다.

    이례적 인사인데.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하와이 사건' 일련의 해프닝을 김용현 경호처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고, '신원식을 국방부장관에 두고 계엄 하면 안 되겠다. 김용현으로 바꿔야겠다'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일일까요.

    이 또한 특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야 할 부분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기경호'를 자임한 김용현 경호처장이 용산 대통령실 건물에서 바로 옆 국방부 건물로 장관으로 가고. 그 3개월 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이 일련의 와중에 튀어나온, 아주 익숙한, 그렇지만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단어가 바로 '심기경호' 네 글자입니다.
    ◇장세동 "대통령 심기 불편, 엄청난 국가 손실"...산책로 평탄화, 새똥 제거 작업까지
    ▲ 지난 2001년 12월 11일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기경호. '전두환의 영원한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장세동 씨가 만들었다는 말입니다.

    육사 16기로 11기 전두환의 5기수 아래인 장세동 씨는 12.12쿠데타 당시 청와대를 경호하는 수도경비사령부 제30 경비단장이었는데 전두환의 편에 서서 전두환을 위해 직속상관이었던 장태완 수경사령관을 체포해 쿠데타를 성공시킨 12.12쿠데타 '1등 공신'입니다.

    1988년 국회 5공 청문회 당시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 차라리 내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는 한이 있어도 각하가 구속되는 것은 막겠다",

    1997년 12월 사면 복권돼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는 전두환 집을 찾아가 "신고합니다. 각하.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라며 거수경례를 하는 등 숱한 일화를 뿌린 인물입니다.

    전두환은 장세동 씨를 평소 '우리 세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끼고 신뢰했다고 하는데, 전두환에겐 '충신'이었겠으나, 역사가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제가 더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대령에서 중장으로 초고속 진급을 하고 전두환 정권에서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을 지내며 전두환 정권을 떠받든 장세동 씨는 평소 전두환에 대한 예의 그 '심기경호'를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사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가령 부부 싸움을 하고 출근한 회사원이 업무에 짜증을 부리면 회사 일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심기가 불편한 상태에서 내린 대통령의 잘못된 결단이 국가에 미치는 무형적 손실은 엄청날 수 있다. 대통령의 심리적 환경을 관리하는 것까지가 경호 업무다"

    80년대 초에 장세동 경호실장이 했다는 '훈시'입니다.

    이를 위해 전두환이 산책을 하다 혹시 돌부리에 걸려 심기를 다칠세라 돌멩이와 잔돌을 골라내는 도로 평탄화 작업을 시키고, 새똥이라도 보고 마음을 찌푸릴까. 새똥을 완벽히 없애는 약품 개발까지 지시했다고 하니, '충성'도 이런 충성이 없습니다.

    ◇봉황새 작전...전두환 경호 위해 악천후 비행 특전 대원들, 한라산 추락 전원 사망

    전두환 경호 관련해서 일반에는 광주 5.18 진압 작전명이었던 '화려한 휴가'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는데, '봉황새 작전'이라고 있었습니다.

    1982년 2월 5일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준공식 참석 전두환 현지 경호를 위해 특전사 최정예 707대원 47명과 공군 요원 6명 등 53명이 탑승했던 군 수송기가 제주의 바람과 악천후에 한라산 중턱에 추락해 53명 전원이 숨진 사건의 작전명입니다.

    서슬 퍼렇던 시절, 보도는 통제됐고. 특전요원들의 허망한 죽음은 한참 뒤 민주화가 되고 세상이 바뀐 뒤에야 그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악천후여서 비행이 어렵다는 일선 보고를 무시하고 각하 경호를 위해 봉황새 작전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붙여 특전 요원들을 차출한 장세동 경호실장이나 부하들을 사지로 내몬 박희도 당시 특전사령관이 이 일에 대해 처벌은커녕 사과나 뉘우침의 말을 했다는 얘기는 과문한지 몰라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일이었지만 장세동 씨나 박희도 씨는 아무 타격도 없었고 그들은 오히려 안기부장으로, 육군참모총장으로 영전해 권세와 영화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살았습니다.

    사고원인도 조사 못 하고, 이름마저 공개되지 못한 가려지고 숨겨진 죽음. 내 아들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이 아무 사과도 반성도 없이 평생 떵떵거리고 사는 걸 피눈물로 지켜봐야 했을 그 유족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있고 40년도 훨씬 더 지난 2025년 지금 심기경호 그 단어를 다시 듣게 될지는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 심.기.경.호.
    ◇차지철 "100만, 200만쯤 밀어버려도 돼"...김용현 "탱크로 국회 확 밀어버려"

    김용현 경호처장이, 전남 고흥 출생 호남 출신임에도 TK 판인 하나회에 들어갔을 정도로 육사 시절부터 이른바 '난 놈'으로 통했던 '전설의 경호실장' 육사 선배 장세동 씨 흉내를 내고 싶어 했던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비상대권' 운운하는 대통령 옆에서 그 기분을 맞춰주는 '심기경호'라니. 장세동도 장세동인데, 평소 '각하가 곧 국가. 각하 보위, 정권 보위'를 신줏단지처럼 떠받든 박정희 대통령 마지막 경호실장 차지철도 연상됩니다.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각하, 캄보디아에선 3백만 명을 죽였는데 우리도 1, 2백만쯤 죽여도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탱크로 밀어버려야 합니다"라고 했다는 바로 그 차지철입니다. 김용현 씨는 본질에서 차지철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실제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계엄 당일인 2024년 12월 3일 오전 11시 40분 국방컨벤션센터 오찬에서 "국회가 국방예산으로 장난질인데, 탱크로 확 밀어버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니.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대간사충(大奸似忠), 큰 간신은 충신처럼 보여...결국 임금도 나라도 다 망쳐

    '대간사충'(大奸似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송나라 역사서인 '송사'(宋史)에 나오는 말입니다. '큰 간신은 얼핏 충신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대간사충(大姦似忠) 대사사신(大詐似信), 크게 간사한 자는 얼핏 충성스러워 보이고, 크게 속이는 자는 얼핏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그게 부귀 영화 권력이 목적이든, 원한 풀이 같은 다른 목적이 있든. 자고로 온갖 감언이설로 임금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대간(大姦)은 종래엔 임금도 망치고 나라도 망치고 그 자신도 결국 그 칼을 피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망하는 법입니다.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한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로 유명한 간신의 대명사 조고도 진시황제 유서를 조작해 시황제의 큰아들을 자결케 하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우고 몽염 장군 등 정적들을 제거하며 천년만년 부귀영화를 누리려 했지만 얼마 못 가 결국 그 자신 참혹한 죽임을 당했고 삼족이 멸문을 당했고 진 제국도 망했습니다.

    '윤석열 정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상대권, 빨갱이들, 싹 다 쓸어버리겠다' 운운할 때 한 사람이라도 옆에서 '다른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직을 걸고 진심으로 충언, 직언을 해 준 사람이 있었다면. 그래도 민주적 선거로 세워진 정권인데.

    그 정권이 이런 식으로 몰락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옥을 가고 신세를 망치는 일이 있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론. 그런 충언이나 직언을 한 사람이 있었는진 모르겠으나.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그 말을 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비 온다고 퇴근 안 하냐, 국정원 업무보고 소폭, 심기경호...유유상종, 내란 재판
    ▲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민주당을 향한 화와 분노는 그렇다 치고. 김건희 씨 사과가 필요하다고 하자 불같이 화를 내며 검찰에서 이십 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한동훈'을 '빨갱이'라며 허리를 꺾어 하루아침에 쫓아낸 사람인데.

    극보수로 생각했던 신원식 장관 같은 사람이 오히려 '정상'으로 보이고.

    심기경호니 뭐니. 비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 안 하냐. 대통령 국정원 업무보고 가신다, 술 챙겨라. 대통령 해외순방 가신다, 참이슬 페트병 전용기 탑재해라. 대통령 비상대권 하신단다, 탱크 대령해라. 종내엔 이런 사람들만 옆에 남았던 것 아닌가 합니다.

    윤석열과 김용현. 윤석열의 사람들. 비상대권, 심기경호. 비상계엄. 초록은 동색. 끼리끼리. 유유상종(類類相從).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김용현 경호처장 관사에 불려들어가 역정받이를 했던 강호필 전 합참 차장, 지상작전사령관과 국방부장관에서 11개월 만에 튕겨지듯 물러난 신원식 장관은 12.3 비상계엄 내란 재판과 처벌에서 비켜서 있고. '심기경호'를 외쳤던 김용현 경호처장 등 '윤석열의 사람들'은 윤석열 씨와 함께 영어의 몸이 되어 내란 재판을 받고 있으니.

    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은, 세상일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넉 자를 덧붙입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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