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이해찬 전두환 윤석열, 유방백세(流芳百世) 유취만년(遺臭萬年)[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6-01-31 09:55:12 수정 : 2026-01-31 11:22:1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5·18 광주, 김대중 사형 구형...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합니다
    ▲ 1988년 3월 31일 제13대 총선에 출마한 관악구 이해찬 후보의 유세 [연합뉴스]

    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합니다.

    1980년 9월 12일.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고인으로 전두환 신군부 군사법정에 선 28살의 청년이 한 말입니다. 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합니다.

    그 청년의 이름은 ‘이해찬’입니다.

    5·18 광주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사건의 피고인으로 신군부의 군사법정에 선 28살 이해찬의 최후진술 첫마디.

    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합니다.

    흰 수의에 포승줄에 묶인 이해찬은, 이어,

    가슴 아프게 무수한 사람이 죽어갔다. 그런데 내가 이 자리에서 징역을 구걸하겠는가. 구차하게 징역을 구걸하지 않겠다. 고 했습니다.

    5·18 광주를 두고 한 말입니다.
    ◇가슴 아프게 무수한 사람이 죽어가...구차하게 구걸하지 않겠다

    시퍼렇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합니다. 가슴 아프게 무수한 사람이 죽어갔다. 그런데 내가 이 자리에서 징역을 구걸하겠는가. 구차하게 징역을 구걸하지 않겠다.

    구차하게 징역을 구걸하지 않겠다. 전날 신군부는 ‘내란음모 수괴’ 김대중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해찬은,

    나는 김대중 씨를 존경하지도, 개인적으로 알지도, 그의 정치노선이나 생각에 따르지도 않았지만, 또다시 합법을 위장하여 한 가정의 아버지가, 남편이 무참히 죽어가게 되었다. 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해찬의 머릿속에는 어쩌면 6년 전인 1974년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내란음모 등 혐의 군법회의 재판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란음모’ 혐의로 각기 다른 군사정권 군사법정에 선 사람은 아마 이해찬이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법살인...합법을 위장해 한 가정의 아버지가, 남편이 무참히 죽어가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은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인혁당(인민혁명당) 재건위를 지목했고,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 등 8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군법회의의 사형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이들 8명은 대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불리는 날입니다.

    속전속결. 유족들은 면회는커녕 시신조차 온전히 인도받지 못했습니다.

    정권은 시신들에 남아 있을 고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시신을 불에 태워 화장해 재만 유족들에게 넘겼습니다.

    또다시 합법을 위장하여 한 가정의 아버지가, 남편이 무참히 죽어가게 되었다.
    ◇고문, 영혼 살인...온몸에 새겨진 고문의 흔적, 평생 후유증
    ▲ 1990년 6월 당시 지낸 평화민주당 의원 시절 이해찬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의를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이해찬의 목소리는 김대중 사형 구형에 대한 절절한 항의인 동시에, 그 자신의 몸에 새겨진 고문과 억압의 흔적에서 나온 절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찬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재판. 당시 TV 화면엔 ‘이해찬(28.학생) 서울대 복학생 회의 열고 제2 광주사태 유발 선동’이라는 자막이 찍혔습니다.

    이해찬이 재판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최후진술을 했는지는, 그 진의는, ‘당연히’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두환 신군부 군사법정은 녹음도 필기도 허용하지 않았고. 이해찬 등의 최후진술은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의 기억에 담겨 전해졌습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전두환 신군부 재판으로부터 46년이 흘렀습니다.

    2026년 1월 31일 오늘. 28살 ‘청년’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의 발인과 영결식이 국무총리 사회장으로 엄수됩니다. 향년 74세입니다.
    ◇고 이해찬 국무총리 사회장 영결식 엄수...세종시 추모공원 부모 곁에 ‘평장’
    ▲ 31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영정이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영결식은 고인이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서울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실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노제를 지낸 뒤 고인이 7선 국회의원을 지낸 국회에서 진행됩니다.

    영결식을 엄수하면 고인의 유해는 화장돼 세종시 전동면 자택을 들른 뒤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봉분을 만들지 않는 ‘평장’으로 묻혀 흙으로 돌아갑니다.

    부모 곁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학생들이 데모도 하지 않느냐.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10월 유신’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전국적인 휴교령이 내려지자 당시 서울대 사회학과 1학년이던 이해찬이 고향 충남 청양으로 내려가자 부친이 아들 이해찬에 했다는 질책입니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학생들이 데모도 하지 않느냐.
    ◇나라가 이 모양인데 데모도 하지 않느냐...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 이해찬 전 총리의 '이해찬 회고록' [돌베개]

    10월 유신, 학생운동,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고인, 서울대 사회과학서점 ‘광장’의 주인, 출판사 돌베개 설립, 제13·14·15·16·17·19·20대 7선 국회의원, 김대중 정부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등등.

    그 자신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산증인이었던 이해찬.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지난 2022년 9월 돌베개에서 펴낸 고인의 마지막 책인 ‘이해찬 회고록’의 부제입니다.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이념에 따라, 진영에 따라. 이해찬 전 총리의 공과에 대한 논란과 논쟁은 있을 수 있겠지만. 엄혹했던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자신의 몸을 내던져 싸우며 청춘을 바쳤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박정희 독재하고도 싸웠고, 전두환 독재하고도 싸웠는데 이 같잖지도 않은 놈하고 싸우려니까 재미가 없다. 정말 같잖지도 않다. 저렇게 무도한 놈은 정치하면서 처음 봤다. 싸가지도 없고 예의도 없다.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야 한다.

    박정희 5·16 군사쿠데타, 전두환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을 모두 겪었던 이해찬 전 총리가 윤석열의 12·3 친위 쿠데타 내란을 두고 한 말입니다.

    정말 같잖지도 않다.
    ◇유방백세(流芳百世) 유취만년(遺臭萬年)...향기로운 이름은 영원히, 더러운 이름은 천년만년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싸가지도 없고 예의도 없는, 무도하기 그지없는’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감옥에 갇혀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영어의 몸이 됐습니다.

    나이 48살에 12·12 쿠데타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욕을 먹든지 말든지 평생 떵떵거리며 90살까지 천수를 누렸지만, 죽어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연희동 자기 집에 유골로 머물며 연희동을 떠나지 못하는 혼백이 됐습니다.

    ‘내란음모’로 두 번의 군부정권 군사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던 이해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내란 수괴 유죄 사면 복권 전두환. 같은 '내란', 다른 이름들.

    유방백세(流芳百世) 유취만년(遺臭萬年). 향기로운 이름은 세세손손 영원히 아름답게 전하고, 더러운 이름은 천년만년 영원히 악취를 뿌리며 더럽게 갑니다.

    그래서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해찬(李海瓚).

    이제 이승에서의 무거웠던 짐을 다 내려놓고 편히 쉬시길. 고 이해찬 총리의 영면과 명복을 빕니다.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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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가즈아
      낚시가즈아 2026-01-31 22:54:47
      아직도 좌파들이 살아있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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