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가 수사 오래 했는데...'체포영장 방해' 특검 공소장, 코미디"

"저도 뭐 수사를 오래 했던 사람으로 이 공소장 범죄사실 보니까 이거 자체가 정말 코미디 같은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석열 씨가 한남동 관저에 들어앉아 경호처 직원들을 방패 세워 본인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 재판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한 말입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사 출신인 윤 씨는 미리 준비해 온 메모를 보며 59분간 '최후진술'을 했는데, 조은석 내란 특검팀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코미디'라고 비웃었습니다.
내란 내전 상황도 아니고 경호처와 경찰, 두 국가 무력기관끼리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초래한 사람의 말치곤 반성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김건희 "총, 안 쓰고 뭐 하냐", 尹 "대통령이 총 맞으면 선거 다시 해야"...부창부수

김건희 씨가 "총은 뒀다가 뭐하냐. 안 쓰고 뭐 하냐"는 식으로 경호처 직원들을 질책했다는 경호처 부장의 증언도 있는데. 그 부인에 그 남편, 역시 '부창부수'입니다.
김건희 씨 남편 윤석열 씨는 경호원에게 '총기를 보이라' 이른바 '위력 경호' 지시 논란 관련해 정당하고 당연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무슨 경호처를 사유화했다고 얘기하는데... 대통령이 총 맞으면 선거 다시 해야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 경호라고 하는 건 아무리 과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보니까 늘 실탄 장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총을 맞진 않았지만, 본인의 황당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대통령 선거도 이미 다시 했는데.
이쯤 되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뭔 일을 저지른 거지' 돌아보고 뉘우치기도 하고 반성할 게 있으면 반성도 하고. 이게 보통 사람의 생각일 것 같은데 윤 씨는 아무래도 '보통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尹 "제발 좀 일어나라, 국민들 깨우려 계엄"... '깨어난' 국민들, '尹 탄핵' 거리로

이날도 윤 씨는 여전히 계엄 선포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고,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주장을 언감생심 펼쳤습니다.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 미몽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을 깨우기 위해서' 계엄을 했다는 게 윤 씨의 말입니다.
"정말 이런 반헌법적인 국회의 독재로 인해가지고 국정이 마비되고... 국민들을 깨우고, 국민들로 하여금 도대체 정치와 국정에 이렇게 무관심하지 말고 좀 제발 일어나서 관심 가지고 비판도 좀 하고 이렇게 좀 해달라는..."
윤 씨의 말인데, 윤 씨가 국민들을 깨우긴 깨웠습니다. 12.3 비상계엄의 밤. 국민들은 영하의 칼바람 속에 국회 앞으로 뛰어나가 계엄군과 맞섰고, 국회의원들은 국회 담을 넘어가 계엄 해제를 의결했습니다.
그리고 그 내란 친위 쿠데타의 밤 이후. 형형색색 응원봉과 '윤석열 파면', '윤석열 탄핵' 함성이 한남동과 광화문, 여의도를 수놓으며 울렸고, 압권은 키세스 시위대.
눈보라 몰아치는 혹한의 밤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은박 담요 한 장에 의지해 여러 날, 여러 밤을 새워가며 '윤석열 체포', '윤석열 구속'을 외쳤고. 윤석열은 기어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체포돼 구치소 독방으로 보내졌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고.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해병 특검, 특검이 발족했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돼 모두 8개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윤석열 씨가 '깨워 놓은' 시민들의 힘과 손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주술사' 김건희 "내가 죽으면 남편이 살까. 내가 다시 내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일인지상 만인지상. '장님 무사' 윤석열의 어깨에 올라타 'V-0' 권세를 누리던 '앉은뱅이 주술사' 김건희 씨도 남편을 따라 구치소에 갇힌 영어의 몸이 됐습니다.
"내가 죽어버려야 남편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 내가 다시 내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
김건희 씨가 했다는 말인데. 남편에 대한 애틋함인지, '가련함'을 호소해 동정 여론을 얻어보려는 수사와 재판 전략인지 말들이 많았는데. 이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결심공판에서 윤 씨는 김건희 씨 관련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밖에 돌아다니는 게 영 불편한 그런 분들도 많을 텐데... 제 아내도 구속돼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습니까. 저는 뭐 다른 기소된 사건도 많기 때문에..."
"사병들 치킨 사줄 돈도 딱딱 끊어서 계엄을 했다"는 황당한 발언에 비하면. 윤석열 씨, 김건희 씨.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내도 구속돼 있고 집에 가봐야. 언뜻, 서로 참 애틋해 보이기도 합니다.
◇尹 "제 아내도 구속돼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습니까"...부부가 서로 애틋?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詩)인데, 당 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 사랑을 노래한 당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 '비익조(比翼鳥), 연리지(連理枝)'라는 게 나옵니다.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 만나면 비익조 되기 원했고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서 만나면 연리지 되기 바랐지
비익조는 암수가 각각 눈 하나, 날개 하나씩 있어 둘이 함께 있어야 날 수 있는 상상의 새이고, 연리지는 뿌리를 같이 하는 두 그루 나무를 말합니다. 헤어질 수 없는, 헤어지면 안 되는 사이, 영원한 사랑의 은유입니다.
천하의 주인이라는 황제도 안녹산 반란군에게 그토록 사랑하는 양귀비를 회간혈루(回看血淚), 얼굴을 돌리고 피눈물을 흘리며 내어줄 수밖에 없었는데. 간절하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닌 게 또 세상일 아닌가 합니다.
◇해로동혈,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영원한 사랑의 '약속'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부부가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같이 묻힌다는 뜻입니다. 생사를 같이하는 부부간의 정, 맹세를 말합니다.
'시경'(詩經) <격고>(擊鼓)라는 시에 나옵니다. 격고는 전장에 나간 병사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암울함 속에 고향의 아내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당 시인 백낙천의 아내에게 바치는 시 '증내'(增內) 등에도 나옵니다.
해로동혈. 그대 손 꼭 잡고 굳은 맹세 했었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영원히 함께 하자고.
이날 체포 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특검은 윤석열 씨에 대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범죄"라며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징역 5년,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계엄 관련 허위 공보·비화폰 기록 삭제 혐의 징역 3년,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 징역 2년 등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형량, 사형 무기징역...정청래 "노답인생...교도소에서 평생 잘 사시길"

윤 씨는 이거 말고도 7개의 재판, 다해서 모두 8개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법정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밖에는 없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사면이나 가석방 허가를 안 해주면 풀려날 길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김건희 씨 상황도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내도 구속돼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습니까"라는 윤석열 씨 최후진술에 대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SNS에 "참 허접하기 짝이 없다. 더 실망할 가치도 없다. 집에 갈 일도 없다 하니 교도소에서 평생 잘 사시길"이라며 "노답인생"이라고 냉소했습니다.
노답인생. 답이 없어 보이긴 합니다.
◇'아내도 구속, 집에 가봐야' 尹, 재판부에 "선처해 주시기를 앙망합니다"...풀려나고 싶다?흔히 백년해로, 백년해로 하는데. 윤석열 씨와 김건희 씨, 남은 건 서로 다른 구치소에서 해로(偕老), 같이 늙어가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게 없어 보입니다. 동혈(同穴), 한 무덤에 같이 묻힐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제 아내도 구속돼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습니까"라고 했던 윤석열 씨. 최후진술 전체 문맥을 보면 '나가서 할 것도 없으니 마음대로 하시라'가 아니라 어떡하든 구치소 바깥으로 잠시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한 것 같습니다.
"제 아내도 구속돼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습니까" 다음 말은 "저는 뭐 다른 기소된 사건도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혐의로 영장 발부해서... 재판장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선처해 주시기를 앙망합니다."입니다.
앙망(仰望) 우러러 바라다. 간절히 바란다는 뜻입니다.
윤 씨의 구속기간은 1월 18일 끝납니다. 이 기간 안에 징역형 판결이 안 나오면 윤 씨를 구치소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날 윤 씨는 재판부에 추가 서증 조사와 증인 신문을 더 해달라며 1월 16일 잡혀있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1심 선고기일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판부가 윤 씨 요청을 받아들이면 구속기간 만료일인 1월 18일 이전엔 다른 재판들 선고기일이 잡힌 게 없으니까, 이날 자정을 기해 윤 씨를 풀어줘야 합니다.
윤 씨는 "제가 구속 만기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다"고 했지만. 아무튼 이날을 넘기면 집으로 가든 어디로 가든 국가는 구치소에서 윤 씨를 풀어줘야 합니다. 다만 얼마라도 윤 씨가 '자유인'의 몸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재판장인 백대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이 사건 판결은 2026년 1월 16일 오후 2시에 서관 311호 중법정에서 선고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윤 씨 요청을 잘랐습니다.
◇풀려나면 뭐 하려고...여전히 '계몽령' 주장 尹, 끝까치 국민 '우롱', '능멸'

민주당은 윤 씨가 끝까지 국민을 우롱하고 능멸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제 아내도 구속돼 있고 제가 집에 가서 뭘 하겠습니까. 제가 뭐 구속 만기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있다"고 한 윤석열 씨.
만약 풀려났다면 집 말고 어디로 가려고 했을까요. 집 말고 갈 데가 뭐 어디가 있을까요. 재판 준비를 변호사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하려고 한 걸까요.
알 듯 모를 듯. 알 수 없습니다. '노답'입니다.
글을 마치겠습니다. 있는 장소, 거처가 좀 그렇긴 한데 윤석열 씨 김건희 씨, 서로 위하면서, 백년해로, 백 년까지는 모르겠고, 동혈(同穴)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암튼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해로'(偕老)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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