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구속기소...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기소, 사상 초유

김건희 씨가 29일 구속기소 됐습니다. '김건희 특검' 출범 59일 만입니다.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공천개입 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통일교 청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입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반클리프 목걸이, 그밖에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다른 특검 수사 대상은 이번 기소 혐의에선 일단 빠졌습니다.
이달 31일까지인 구속기한 만료 전 기소해 구치소에 김건희 씨 신병을 계속 확보해 놓고 수사를 이어가기 위함입니다.
아직도 받아야 할 수사가 많고, 갈 길이 한참 남았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입니다.
윤석열 씨에 이은 김건희 씨 구속기소.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돼 수감된 것도, 나란히 구속기소 된 것도, 우리 헌정사상 당연히 처음입니다.
공전절후(空前絶後). 윤석열 김건희 부부 전에도 없었고, 저 부부 후에도 없을 것입니다. 어떤 면에선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내란, 비리 이런 것에 연루돼 동시에 구속기소 된 경우는, 과문한진 몰라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외신들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김건희, 윤석열 임기 덮어...尹 비상계엄, 자초한 몰락"

AP통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초한 몰락'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은 "김건희 여사가 각종 스캔들의 중심에 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뒤덮었다"고 썼습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이 창을 하면 아내는 따른다.
창(唱)의 사전적 뜻은 노래인데. 집권과 국정농단. 누가 먼저 선창(先唱)을 한 것인지, 누가 따라간 것인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 한마음 한 몸으로 같이 부른 건진 모르겠으나.
마지막으로 목 놓아 부른 노래가 하필 '내란'이었다니.
'자초한 몰락'입니다.
그리고 부창부수는 계속됩니다.
◇김건희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 밝게 빛나...이 시간 견딜 것"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습니다.
구속기소 된 날 김건희 씨가 '특검 기소 관련 김건희 여사 소회'라는 제목으로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뿌린 글의 일부입니다.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시적입니다.
'어두운 밤'과 '달빛', '저의 진실과 마음'. 김건희 씨는 아무래도 본인이 무고하고 결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부창부수 얘기를 했는데. '달'하면 윤석열 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尹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호수 위 달그림자"...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파면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윤석열 씨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을 당시 한 말입니다. 호수 위 달그림자.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했지만 윤석열 씨는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습니다.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남편은 '호수 위 달그림자', 아내는 '가장 어두운 밤 달빛'.
저는 제게 주어진 길을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재판에 임하겠습니다.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습니다.
지금의 저는 스스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마치 확정적인 사실처럼 매일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피하지 않고 잘 살피겠습니다.
◇김건희, 구속기소에도 잘못 인정과 반성 없어..."매일이 괴로울 따름"

김건희 씨가 구속기소 된 날 언론에 돌린 '특검 기소 관련 김건희 여사 소회' 어디에도 잘못 인정과 반성은 없습니다.
"국민께 심려를 끼친 이 상황이 참으로 송구하고 매일이 괴로울 따름입니다"라는 말이 있긴 한데. '매일이 괴로울 따름'인 건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 어떤 상황이, 왜, 무엇 때문에 송구하다는 건지. 어떤 '국민'께 송구하다는 건지. 자기들 부부를 지지하는 '국민'께 자기들이 구속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건지. 누구에게, 왜 송구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호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어진 길'이라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윤동주도 아니고. '주어진 길'이라니.
주어진 길. 나라 구하려 독립운동하거나 독재에 맞서 싸우다 옥고를 치루는 걸로 생각하는 건 아닐 테고. 아무튼 상당히 특이합니다.
독재 얘기를 하니까. 문득. 전두환 씨 부인 이순자 씨가 지난 2017년 쓴 '당신은 외롭지 않다'는 제목의 '자서전'이 생각났습니다.
◇이순자, 남편 전두환 5공 비리 청문회와 내란 재판에 '깡패', '보복'

책에서 이순자 씨는 자기들 부부의 백담사 유배와 5공 비리 청문회, 5.18 특별법 내란 재판에 대해 '꼴불견', '악담', '인격모독', '치욕', '깡패 비슷', '오기의 보복정치' 따위 단어들을 써가며 남편 전두환을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순자 씨 하면 흔히 '주걱턱'을 떠올리는데. 1939년 만주 출생인 이순자 씨는 만주군관학교를 나온 장군 출신 아버지에 그 시절에 경기여중, 경기여고를 나와 이화여대 의대에 입학한, 나름 엘리트 여성이었습니다.
전두환 중위를 박정희 소장에 처음 소개시켜 준 것도 이순자 씨의 아버지 이규동 장군이었고. 이순자 씨는 21살 때 8살 연상 전두환과 결혼하기 위해 당시 금혼 학칙이 있던 이대를 중퇴했습니다.
그리고 20년 뒤 나이 41살에 남편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면서 마흔을 갓 넘긴 나이에 일약 대통령 부인, 영부인이 되는 일생일대의 영화를 누렸습니다.
◇진심어린 반성 없는 사면·복권, 평생 뻔뻔한 태도로 일관...반복 안 돼

누군가에겐 '살인마'이지만, 이순자 씨는 자신이 쓴 책에서 남편 전두환을 '그분'이라고 지칭하면서 엄청난 사랑과 존경을 표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뭐라던 본인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건 그들 일이라 쳐도. '국민화합'을 위해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을 받은 전두환을 대법원 확정판결 전 사면·복권해 줬더니.
전두환 본인도 그렇고 그 부인도 그렇고. 어쩜 저렇게 뻔뻔하고 반성과 뉘우침을 모를까.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기 전에는 저걸 그때 풀어주지 말았어야 했다는 한탄 비슷한 게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불쑥불쑥 듭니다.
이순자 씨는 친인척 비리로 대통령이 공격을 받는 상황에 대해 '차라리 그분 곁을 떠나버릴까' 이런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내가 죽으면 남편에게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김건희 씨의 말이 겹쳐지기도 합니다.
김건희 씨 말이 훨씬 더 세고 신파적인데. 다시 김건희 씨 부부 얘기로 돌아오면.
◇호수 위 달그림자, 어두운 밤 달빛...아직도 본인들이 무고, 결백하다고 믿나

"호수 위 달그림자" 남편과, '가장 어두운 밤 달빛' 아내.
속옷만 입고 바닥과 물아일체가 돼서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한 남편에 비하면,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출석하겠다. 묵묵히 재판에 임하겠다"는 김건희 씨가 훨씬 더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김건희 씨가 특검 조사에선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판에서 다투겠다고 하는 게, 본인이 정말 무고하고 결백하다고 믿고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경화수월'(鏡花水月)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거울에 비친 꽃, 물에 비친 달'이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시적인 정취나 아름다움이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고 오묘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명나라 때 이몽양이라는 사람이 쓴 말인데, 거울에 비친 꽃이나 물에 비친 달처럼 잡거나 만질 수 없는 것, 나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경화수월(鏡花水月), 어떤 일은 죽어도 안 이뤄져...어두운 밤, 잘 견디길

경화수월(鏡花水月). 어떤 일은 죽어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본인이 아무리 무고하고 결백하다 믿어도. 남편도 그렇고 김건희 씨 본인도 그렇고. 그냥 무죄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풀려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내가 내 남편과 다시 같이 살 수 있을까.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김건희 씨의 자조인데. 아마 그렇게 되긴 어렵지 않을까. 적어도 상당 기간 그럴 수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이 시간을 잘 견디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가장 어두운 밤'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호수 위 달그림자와 달빛. 물에 비친 달, 거울에 비친 꽃을 잡으려 하면 허망해질 뿐입니다.
본인 소회대로. 어두운 밤, 매일이 괴로울 따름이어도, 주어진 길,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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