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삶에도 가족에 헌신하던 50대 가장...세상 떠나며 4명 살려

중졸로 곧바로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성실히 일하던 50대 가장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의정부 을지병원에서 53살 손범재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양쪽 폐, 간을 기증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손 씨는 지난달 7일 일을 마치고 잠시 쉬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손 씨가 장기 기증을 통해 어디선가 살아 숨 쉴 거라는 믿음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손 씨는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탓에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원 훈련원에서 자격증을 따고 곧바로 공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쇠를 깎고 자르는 선반 작업과 도장이라는 힘든 공장 일을 하면서도 늘 밝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서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손 씨는 베트남 출신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2명의 딸을 둔 다문화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캠핑과 여행을 다녔고, 집에서는 바쁜 아내를 위해 먼저 나서서 집안일을 함께하는 가정적인 남편이었습니다.

손 씨의 누나 손남희 씨는 "범재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하늘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우리도 잘 지낼게. 걱정하지 마"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내 오정원 씨는 "은하 아빠, 애들 돌보고 나 도와주느라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천국에서는 꽃길만 걷고 행복하게 살아. 애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키울게. 꼭 지켜봐 줘. 사랑해.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