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고희에 시(詩)꽃 피운 정관호 씨(1편)

    작성 : 2025-08-23 09:00:02
    1975년 순천시문학회 금상 수상
    사업 전념하다 50여 년 공백기
    올해 3월 첫 시집 『화도』 출간
    "'시인구락부'를 만들어 창작지원"
    사업에 묻어둔 시심(詩心), 50년 만에 다시 활짝

    ▲ 정관호 시인

    젊은 시절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자수성가의 길을 걸어온 정관호 씨.

    지난 50여 년 동안 여러 분야 사업을 거쳐오며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그는 현재 광주광역시 남구에서 외식업(조선옥)을 운영하며 안락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고희를 훌쩍 넘긴 그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식당에서 분주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와 술 한잔으로 피로를 푼 후 고요한 상념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불현 듯 시상이 떠오르면 펜을 들어 마음을 가다듬고 한줄 한줄 시를 써 내려갑니다.

    마침내 만족스러운 시가 만들어졌을 때,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환희를 느낍니다.

    이렇게 한 편 한 편 모아진 시는 올해 3월 『화도(花道)』(시와사람刊)라는 첫 시집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화도』 출판기념회
    ◇ 순백의 영혼을 찾는 시적 과정
    시집 『화도』는 꽃길을 주제로 90편의 시를 엮은 연작시집으로, 시인의 연륜 깊은 내적 성숙을 '꽃'이라는 대상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 시집 제목을 '꽃길 연서'로 지으려 하다가 가벼운 느낌이 들어 '화도(花道)'로 결정했다"며 "꽃의 길은 '진창'으로 상징되는 세상에서 거짓과 음흉과 욕망에 상처를 입은 영혼이 다시 순수와 순백의 영혼을 찾는 시적 과정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게 시 창작은 꽃과 말을 하고 꽃의 말을 경청하고 받아 적는 일로써 성찰이자 성숙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순수와 순백을 향한 여정이자 궁극적으로 절대자에게 다가가는 행로인 것입니다.

    그가 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5년 순천시문학회에서 〈밤에 우는 새야〉로 금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청소년 시절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온 것이 시 습작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 시집을 펼쳐보는 정관호 시인
    ◇ 지난해 '시향낭' 문학회 입회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에 몰두하면서 자연스레 시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서울로, 지방으로 전국을 누비며 50여 년 세월 동안 '부(富)'를 쫓아 달려오다 보니 시를 쓰고자 하는 마음은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우연히 강대선 시인이 지도하는 '시향낭' 문학회를 소개 받아 활동하면서 잃어버린 시심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시향낭문학회는 김보영 회장을 비롯 강진주(창작부장), 김문순(대외협력부장), 이선주(기획운영부장), 이둘임(홍보부장), 박영숙(총무부장), 오주연(행사지원부장) 시인 등 6개 분과위와 서울을 비롯 24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달 강대선 시인의 지도 아래 주제시를 발표하고 시평과 함께 각자의 작품을 보완하는 한편 봄·가을 문학기행을 갖고 있습니다.

    ▲ 한승원 소설가와 시향낭 회원들
    ◇ 내년 3월쯤 두 번째 시집 출간 예정
    이처럼 가슴 속에 묻어둔 문학의 불씨를 다시 일으킨 그는 불꽃처럼 솟구치는 시상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불과 8개월 만에 시집 한 권을 엮어내는 놀라운 열정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첫 시집 『화도』에 이어 내년 3월쯤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시집 역시 꽃을 주제로 한 연작시로 잠정적으로 『화천(花天)』이라는 표제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하늘에 핀 꽃' 혹은 '하늘에서 바라본 꽃'으로 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상이 꽃이라면 하늘에서는 별이 꽃과 같은 존재일 것"이라며"천상의 세계를 상상으로 그려내 지상의 꽃과 하늘의 꽃을 통섭하는 시집을 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시 창작에만 머물지 않고 문학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학공동체 조성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 '시가 흐르는 별마루' 전경
    ◇ 식당 2층 다락에 문인사랑방 개설
    그 일환으로 올해 3월 그가 운영하는 조선옥 식당 2층 다락에 '시가 흐르는 별마루'라는 현판을 단 문인사랑방을 개설하였습니다.

    25평 크기의 공간에는 마치 작은도서관처럼 꾸며졌는데, 700여 권의 문학도서와 커피머신이 비치돼 있어 문인들이 언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첫 시집 출간 기념으로 공간을 마련했는데 문인들이 이곳에서 모임도 갖고 차도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흐뭇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차 '시인구락부'를 만들어 시창작 활동과 시집 출판기념회 등 다양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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