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공정 무역 관행과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빌미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교역국과의 협상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여러 국가가 관세 부담을 줄이려고 동시다발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자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내는 한국과 일본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8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하고 관세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총리실에 따르면 양측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건설적인 장관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당장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와 협의하기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와, 자동차를 비롯한 품목별 관세의 세율을 낮추고, 최소한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관세 대우를 받도록 협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관세로 맞대응한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즉시 관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관세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정상과 연이어 통화한 것은 동맹과 먼저 협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동맹이라서 미국과 먼저 협상할 기회를 준다는 뉘앙스가 읽히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를 신속하게 줄이려면 한국과 일본 등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국가를 우선해서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일본은 군사 파트너이자 경제 파트너다. 우리는 일본과 상당한 무역 불균형이 있으며 그들도 우리 못지않게 이를 교정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이 많아 협상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중국은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쉽게 굴복시키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손쉬운 한국와 일본을 본보기로 내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미국과 조선업 및 LNG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으로 미국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협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일본과 EU 등 경쟁국들의 협상 동향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기류입니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수시로 정책방향을 변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과 섣불리 협상을 타결했다가 나중에 다른 나라가 더 유리한 조건을 받을 가능성 등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 내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하며 관세를 통한 세수 확대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 등의 목표가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처음에는 관세를 통한 세수 확보가 중요하겠지만, 점차 미국에 공장과 일자리가 늘면 관세 수입이 감소하는 대신 소득세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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