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순천 신대지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만난 택배 기사 A씨.
그에게 최근 이 아파트에서 논란이 됐던 택배 기사 '통행료 부과'에 대해 묻자, 대뜸 휴대폰 뒷면을 보여줬습니다.
이 아파트 공동현관문 출입카드가 붙어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얼마를 냈는지, 어떤 이유로 이른바 '통행료'를 내게 됐는지.
한낮 기온 30도를 훌쩍 웃도는 무더위 속 땀으로 흠뻑 젖은 A씨의 걸음을 자꾸 멈춰 세우며 질문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동현관문 카드) 보증금 5만 원, 1년 (전기) 사용료 5만 원. 1년 사용료를 5만 원 미리 냈어요."
공동현관문도 드나들고 엘리베이터도 타니까 일종의 통행료를 내라고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습니다.

A씨가 통행료 10만 원을 낸 건 한 달여 전.
공동현관문 출입카드 보증료에 더해 전기료 명목으로 1년 치를 미리 냈다고 했습니다.
수년 동안 문제없이 출입하던 공동현관문 비밀번호가 한 달 전 갑자기 바뀌면서, 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전에는 일하시던 분들한테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받아서 들어갔거든요. 지금은 아예 (비밀번호를) 안 가르쳐줘요. 일을 하려면 어쩔 수가 없죠."
그러나 택배 기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배달 한 건에 700~800원 정도.
10만 원은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한선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매우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문한 상품을 갖다드리는 건데, 그걸 위해서 공동현관문을 출입하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건데"라면서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국장은 "택배 기사들은 이제 간접 파견 노동자들인데, 요즘 물량도 쏟아지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은데 이제 (일을 하는 건데) 비용을 물린다는 건 가혹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해당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도 '인간미 없다', '갑질이다', '관리사무소 앞에 택배를 쌓아놔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아파트 측에 통행료 부과 경위에 대해 물었지만, "기사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