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김영선이 계속 공천과 관련해 연락해서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을 통해 끊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김 전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공천 관련 부탁을 해왔다며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여사는 공천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도 대통령실을 통해 끊어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와 윤석열은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명 씨로부터 불법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김 여사는 또 작년 4·10 총선에서 친분이 있는 김상민 전 검사를 김 전 의원의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에 출마시키기 위해 힘을 썼다는 의혹도 받습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대선 반년 전인 2021년 7월 처음으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했다고 보고 전날 조사에서 사실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하거나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명 씨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명 씨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소개해 주는 등 정치적 조언을 받아 고마운 마음이 있었지만, 여론조사는 보내주니까 받아본 것일 뿐 부탁한 적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팀은 전날 김 여사를 상대로 명태균 공천개입(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 의혹 외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자본시장법 위반), 건진법사 청탁(알선수재), 명품 목걸이 재산신고 누락(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을 조사했습니다.
당초 출석요구서에 포함된 대선 경선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는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검팀은 첫 번째 순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조사하며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음 파일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주가 조작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취지입니다.
당시 녹음 파일에는 '계좌관리인 측에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등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육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김 여사는 녹음 파일은 정황증거일 뿐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고 합니다.
또 당시 서울대 경영전문석사 과정에 매진하느라 다른 활동을 할 겨를이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나 주가 조작 세력과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주가조작 '선수'들을 소개받은 건 맞지만 이들을 통한 투자가 손실로 이어졌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인 윤 모 씨가 2022년 4∼8월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자신에게 고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물품을 받은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전후로 대통령실이 전 씨에게 '대통령 부부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전 씨와 거리를 뒀다는 취지의 설명도 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현재 거주하는 주상복합단지에 전 씨가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을 놓고 그 이유를 추궁하자 자신을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에 방문했을 때 착용한 고가 목걸이를 재산 신고 내역에서 누락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2010년 모친 최은순씨 선물용으로 산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친에게 선물한 이후 행사에 참석할 때 사용할 일이 있어 빌려 사용한 것이고, 평소에도 모조품을 자주 구매했다는 설명입니다.
해당 목걸이가 오빠 김진우 씨의 장모 집에서 발견된 경위에 대해서는 "해당 목걸이를 착용한 뒤 논란이 돼 이후로는 착용하지 않은 채 방치했고, 오빠가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목걸이의 진품은 6천만원 상당입니다.
공직윤리법상 500만원이 넘는 보석류는 신고해야 합니다.

김 여사는 특검팀 압수수색 과정에서 목걸이와 함께 발견된 고가의 그림 역시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우환 화백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이 유명한 작품이라 모조품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살 이유가 없다는 게 김 여사의 항변입니다.
김 여사는 또 다른 청탁성 뇌물로 알려진 천수삼 농축액에 대해선 "삼 종류는 체질에 맞지 않아 탈이 나서 먹지 못한다"며 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김 여사가 윤 씨에게 "인삼 제품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취지로 말한 통화 내역을 특검팀이 제시하자 "'윤 씨에게 전화 좀 해달라'는 전 씨의 부탁을 받고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또 전 씨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사용한 '건희2' 휴대전화를 사용한 건 자신이 아닌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미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3가지입니다.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 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립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당일 밤늦게 결정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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