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으로 가꾸는 존재,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비로소 보입니다."
김영임 시인이 첫 시집 『침묵이 숨 쉬는 곳』(한림刊)을 출간하면서 시인의 말에서 밝힌 메시지입니다.
1999년 《문학춘추》로 등단한 시인은 오랜 기간 침묵의 수행을 거쳐 26년 만에 세상과 마주했습니다.
시인이 구도자처럼 시를 찾아 은둔하며 머물렀던 거처는 어디일까?
이에 대해 시인은 "자연의 품 안에서 깃든 신성을 벗 삼아 내 안에 잠든 나를 만나고 깊이 숨 쉬고 있던 시의 혼을 깨워보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수십 년 마음 한 켠에 굴러다니던 시심을 꺼내어 세상의 바람에 맡기고자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영임 시인의 시 세계는 그리움의 근원을 향한 무한한 탐구입니다.
그 근원적 그리움을 향한 시적 여정은 마치 낙타가 뜨거운 사막을 묵묵히 걸어가는 발걸음과도 같습니다.
때로는 섬세하고 가슴 먹먹한 그의 언어들은 사람들의 가슴을 덥히고 세상의 삭막함을 말끔히 씻어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바라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편에서
말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갑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직이 묵례를 나는 보낸다
혹시는 나의 잠을 지켜줄 사람인가
지향없이 나의 밤을 헤매일 사람인가
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랑 中에서)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나를 만난다는 깨달음의 아름다움.
늦은 밤 별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시인의 따스한 눈길로 인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아름다움으로 바뀌어버립니다.
시인이 펼쳐 보이는 상상 속 몽환의 세계는 단박에 아픔을 감동으로 바꾸어내는 마술과도 같습니다.
이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렬한 힘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끝없는 번뇌와 탁월한 감각을 벼리어 내는 시인의 열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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