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국감서 5개 상임위 질타…'수사 외압' 의혹까지

    작성 : 2025-11-02 06:43:57
    ▲쿠팡 배송차량[연합뉴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1위 기업인 쿠팡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 의혹’ 등 여러 사안으로 5개 상임위원회 도마 위에 올라 곤욕을 치렀습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몸집만 커지고 내부 조직은 성숙하지 못한 채 기형적 구조로 운영되면서 기업 윤리 경영이나 위기관리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2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 쿠팡은 박대준 대표 등 경영진이 5개 상임위원회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 체면을 구겼습니다.

    국감에서 한 기업이 이처럼 여러 상임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입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는 입점 수수료와 정산주기 이슈로 쿠팡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쿠팡파트너스의 ‘납치성 광고’,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에서는 노동 문제, 정무위원회에서는 배달앱 운영상 불공정거래 의혹 등에 관한 지적이 각각 제기됐습니다.

    특히 정무위에서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해외 체류를 이유로 지난달 14일과 28일 국감에 불출석하자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국민과 국회를 무시했다”며 고발하자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 의장은 올해 1월 열린 환노위의 청문회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국감의 최대 이슈로는 ‘쿠팡 수사외압 의혹’ 제기가 꼽혔습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지난 1월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해 쿠팡 측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지난 4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지난달 15일 환노위 국감장에서 당시 상급자인 엄희준 지청장 등이 핵심 증거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무혐의로 처분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문 검사와 엄 검사는 같은 달 23일 법사위 국감장에 출석해 번갈아 질문에 답하며 대질신문과 같은 상황이 연출됐고, 외압 의혹 사건은 결국 상설특검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쿠팡을 위해 무혐의 처리했느냐’가 수사의 핵심인 만큼 쿠팡은 어느 선까지 수사의 칼끝이 향할지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과방위 국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연합뉴스]

    쿠팡은 매년 국감에 등장하는 단골 기업으로 꼽힙니다.

    작년 국감에서는 쿠팡의 택배기사 과로사 등 노동문제, 와우멤버십 끼워팔기 등 공정거래 문제, 쿠팡이츠의 배달앱 수수료 문제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슈나 문제 제기가 줄어들지 않고 더 늘면서 관련 상임위도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상임위마다 증인으로 채택돼 위원들의 질타를 받게 된 데는 빠른 성장 속도에 비해 회사 조직과 시스템 개선 속도가 더딘 기형적인 기업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래 15년간 급성장하면서 연 매출은 작년 기준 32조원에,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지난 9월 기준 3천427만명에 각각 이릅니다.

    그러나 회사 조직은 성장 정체 속 느슨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면서 사업방식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제도, 위험관리 시스템이 대기업·중견기업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급속도로 성장했으나 조직이나 제도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인력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각계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으나 적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들고나는 인력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쿠팡은 지난 5월 이후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공직자 출신을 비롯해 수십명의 인재를 영입했으나 조직은 오히려 불안정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배송 사업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영위하지만, 본사인 쿠팡Inc는 미국에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이원화된 기형적 구조, 서로 다른 정서가 문제 유발의 근원이 될 때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노·사·정 관계 설정, 위기관리 방식 등에 있어 때때로 미국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쿠팡은 그동안 6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국에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자영업자·농가 판로를 넓혀주고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쇼핑 편의를 제공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을 지켜본 소비자와 업계는 “쿠팡은 무엇보다 내부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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