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UFO 관련 가짜정보 고의로 유포·은폐"

    작성 : 2025-06-07 23:12:07 수정 : 2025-06-07 23:58:01
    ▲ 미 국방부 'UFO 비디오' 3건 공개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최소 1950년대부터 UFO와 외계인에 관한 허위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고 이를 은폐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자 지면에 '펜타곤(미 국방부)이 UFO 신화를 부추겼으며 그 후 은폐를 시도했다'는 제목의 탐사보도 기사를 실었습니다.

    WSJ은 또 국방부 산하 '전영역 이상현상 조사 사무소'(AARO)가 조사해 놓고도 보고서에서 감췄던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AARO는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에 근거해 2022년 7월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 조직으로, 육·해·공 혹은 우주 등 모든 영역에서 목격된 이른바 '미확인비행물체'(UFO) 혹은 미국 정부 용어로 '미확인 이상현상'(UAP)의 실체를 조사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AARO는 이런 의혹을 재작년 초에 확인하고 국방부 수뇌부에 보고한 후 작년 3월 보고서를 공개했으나 이번에 WSJ가 폭로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누락됐습니다.

    WSJ 보도에 따르면 AARO는 국방·정보 분야 연구소와 정부기관들에서 오래 일했던 물리학자 숀 커크패트릭 박사가 초대 소장으로 임명된 후부터 이른바 'UFO 음모론'에 관한 조사를 벌였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외계인 기술을 알아내기 위해 비밀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라는 음모론이 퍼진 경위에 대한 조사도 포함됐습니다.

    AARO 조사관들이 1945년 이래 정부 문서를 검토하고 전현직 군 장교들을 직접 조사한 결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공군의 극비 프로젝트를 신규로 책임지게 된 지휘관들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외계인 우주선 사진'을 보여주며 이에 관한 브리핑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휘관들은 "미국 정부가 외계에서 온 반중력(反重力·anti-gravity) 우주선을 발견해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로 그 기술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양키 블루'라는 계획을 진행 중이며, 당신이 맡은 프로젝트는 그 계획의 일부"라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런 얘기를 발설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럴 경우 감옥에 가거나 (재판 등 절차 없이) 처형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었습니다.

    이런 브리핑은 수십 년 전부터 시작돼 수백 명에게 누적돼 이뤄졌으며, 2023년까지도 계속됐습니다.

    커크패트릭 박사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국방부 수뇌부에 보고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브리핑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2023년 봄에 내려졌습니다.

    AARO 조사관들은 이런 브리핑이 국방부와 군에서 수십 년간 이뤄졌던 정확한 원인이나 동기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발설하는지 여부를 파악해 충성심을 시험하려는 것이었는지,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는지, 지휘관들이 거짓 정보를 진짜라고 믿도록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는지, 혹은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WSJ가 폭로한 내용은 미국 국방부와 AARO가 작년 3월 낸 보고서에는 아예 언급돼 있지 않고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정황을 강하게 시사하는 내용이 실려 있어, 은폐 의혹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커크패트릭 박사는 2023년 12월 AARO 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그로부터 4개월 후에 이런 내용이 누락된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현재까지 미국 정부와 기업이 외계 기술에 접근했거나 외계 기술을 역설계했다는 검증 가능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고, UAP가 외계 기술과 관련됐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실었습니다.

    보고서가 나왔을 때 팀 필립스 당시 AARO 국장 직무대행은 "AARO는 이른바 숨겨진 UAP 프로그램에 대해 존재하지 않거나 외계 기술과 무관한 진짜 국가 안보 프로그램을 잘못 인식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미국 정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숨겼다'는 주장에 대해 "소수의 개인이 수십년간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부정확한 주장을 반복한 결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WSJ의 탐사보도에 대해 국방부 공보실은 UFO 관련 허위 정보 확산 프로그램의 존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난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건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올해 말 발간될 두 번째 보고서에 포함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WSJ는 이번 취재를 위해 24명의 전현직 미국 정부 관계자들, 과학자들, 군수업계 관계자들 등과 인터뷰하고 수천 페이지의 문서, 녹음기록,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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