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겹던 가난을 벗어나고자 상고 졸업 후 은행에 입사한 이철승 씨.
첫 발령지 서울살이는 팍팍한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내 것으로 나 먹고 살기도 힘들었으니 상사 동료와의 관계도 과히 좋은 편도 아니고 책도 멀리하게 됩니다.
은행에서의 승진은 시험을 치러서 우수한 성적을 얻거나 상사로부터 좋은 근무평점을 받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어느 것도 여의치 않아 승진이 늦어지다 보니 부족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배움에 대한 갈증과 승진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자 광주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3학년을 수료하고, 동신대에 편입해 대학 졸업장을 안았습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동신대 대학원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박사과정에 등록해 이번에 마지막 학기를 수료했습니다.

◇ 고등학교 때부터 메모하는 습관현재 내년 2월 박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논문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주위에서 그 나이에 공부해서 어디에 쓸려고 힘들게 고생하느냐고 묻지만 도전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만학의 즐거움을 표현했습니다.
활달하고 끼가 많은 이철승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요즘에도 운전 중에 좋은 글귀가 떠오르면 차를 세워놓고 메모를 하곤 합니다.
이러한 메모 습관으로 인해 일찍부터 인터넷 블로그 계정을 만들어 일상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올리게 되었습니다.
실명을 밝히기가 부끄러워 '노명수'라는 필명으로 은행에 근무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과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 취중 몽상, 삶에 지침이 될 만한 좋은 글들을 발췌해 채워나갔습니다.

◇ 평범한 소시민의 세상살이이렇게 쌓인 글을 모아 2012년 12월 은행 퇴직 기념으로 『일터의 여백』(정우刊)이란 산문집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수필처럼 순수문학적인 글은 아니지만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와 추억이 깃들어 있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는 "낙서들을 모았더니 제법 웃음을 주는 글도 있고, 직장 후배들이 보면 교훈이 될 만한 내용도 있어 책으로 엮었다."면서 "평범한 소시민이 써놓은 세상살이 이야기로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그는 2019년 4월 두 번째 산문집 『삶은 치열한 전쟁』(정우刊)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번 책은 처음 낸 책과 달리 은행 퇴직 후 경영인으로서의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드러나 있습니다.
청소업을 운영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갖가지 사건과 제도의 모순 등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본 글입니다.
◇ "베풀며 즐거운 삶을 살고 싶어"일례로 "우리 회사는 정당한 영업 방식을 고수하고 공사의 전 공정도 꼼꼼하게 진행해 고객의 신뢰와 함께 정당한 가격 평가를 받겠다는 신념으로 입찰에 임했지만 계속해서 낙찰을 받지 못했다."면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금액으로는 결국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대한민국은 최저가 경쟁입찰이 만능인 줄 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또한 "생각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서 바뀐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자신이 처한 위치와 환경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면서 "은행에 근무할 때는 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사업주가 되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고 속마음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글을 쓰는 게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다."면서 자신이 써온 글에 대해서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부드럽고 원만한 글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돈이 없어서 자신의 재주를 펼치지 못하는 주변을 보면 돕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며 더불어 즐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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