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왕조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공간인 종묘 정전(正殿)이 오랜 공사를 끝내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대규모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을 20일 공개했습니다.
건물 노후화로 주요 부재와 기와, 월대 일부가 파손되는 등 안전 문제가 우려돼 2020년 대대적인 보수·수리에 나선 지 약 5년 만입니다.
국가유산청 측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정전 지붕과 기둥을 수리했으나, 이번이 가장 규모가 큰 공사"라며 "3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공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선 초에는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의 4대조(목조, 익조, 도조, 환조) 신위를 모셨으나, 이후 공덕이 있는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 됐습니다.

총 19칸의 방에 왕과 왕비 등 신주 49위를 보관하며 1985년 국보로 지정됐습니다.
199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종묘)에 등재됐습니다.
새로 단장한 정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붕 기와입니다.
기존에 하중이 한쪽으로 쏠렸던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수제 기와 약 7만 장을 만들어 모두 교체했습니다.
웅장하고 위엄 있는 건축물 본연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전 앞에 깔려 있던 시멘트 모르타르는 걷어내고 수제 전돌(흙을 벽돌 모양으로 구워 만든 건축재료로 주로 바닥과 벽에 쓰임)을 깔았습니다
시멘트 모르타르는 1928년에 설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수리를 진행하면서 전통 소재를 이용한 기법으로 외부 단청도 칠했습니다.

또, 정전을 받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인 월대의 석축도 일부 보수했습니다.
당초 공사는 2022년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지붕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수리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전체 보수 공사에는 약 20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국가유산청은 그동안 창덕궁 옛 선원전으로 옮겼던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다시 종묘로 옮기는 환안(還安) 행사도 열었습니다.
환안 의례는 고종(재위 1863∼1907) 7년인 1870년 이후 155년 만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등재 30주년을 맞아 종묘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정전에서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이 펼쳐지며, 26일∼5월 2일에는 조선시대 왕비가 참여했던 국가 의례를 엿볼 수 있는 재현 행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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