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도주 우려가 없는 고령자에게 장시간 수갑을 채운 것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한 지역 경찰서장에게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갑 사용과 관련한 직무교육을 하도록 권고했다고 2일 밝혔습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인의 감나무밭에서 감을 따도 좋다는 말에 감을 따다가 다른 사람의 감나무밭을 지인의 것으로 오인해 절도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담당 경찰관은 A씨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다가 파출소로 이동한 뒤 수갑을 채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A씨의 아들은 '고령이고 도주 위험이 없는 어머니에게 장시간 수갑을 채운 것은 지나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담당 경찰관은 당시 체포된 피의자의 도주 사건이 빈발해 수갑 등 경찰 장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침이 하달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관내에서도 단감 절도 사건이 잦아 체포된 피의자 관리를 신중히 해야 했다면서 A씨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한쪽 손목에만 수갑을 채우고 약 1시간 20분 뒤 수갑을 해제했다고 인권위에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가 고령이고 현장에서 도주하거나 폭력성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수갑을 장시간 채운 것은 범죄수사규칙과 수갑 등 사용 지침이 정한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경찰관서 내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갑, 포승 등 장구는 해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자살·자해·도주·폭행의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장구를)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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