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의 석방이 갑자기 미뤄진 과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잔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현 장관 등 외교부 당국자들은 현지시각 10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HL-GA)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의 석방 협상 과정을 취재진에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석방 예정 시점은 당초 이날 새벽이었고, 이들을 태워 갈 대한항공 전세기도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구금 시설 석방이 임박한 전날 밤, 미 당국이 갑작스레 이를 잠정 보류했습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노동자들의 '자진 출국'을 보류하고 미국에 남아줄 수 없냐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약 20분 동안 만나 '미국 측 사정'을 들어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위해 이뤄진 이번 단속이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 노동자, 특히 숙련된 전문 인력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한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는 입장을 루비오 장관을 통해 전했습니다.
루비오와 만난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를 존중해 일단 귀국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들이 돌아가지 않고 계속 (미국에 남아) 일하게 해주겠다고 한 건 불이익이 없게 해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우리는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은 향후 미국 재입국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미국 측 약속을 받고 하루 가까이 늦어진 11일 정오쯤 귀국길에 오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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