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특산물 귤을 전래 설화와 접목해 작품으로 구성한 독특한 발상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북 전주 서학동예술마을에 위치한 서학동사진미술관이 최희 작가의 《귤 옮기기》展을 8월 17일까지 개최합니다.
최희 작가는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간의 그림작업과 책 <토끼약방> 출간을 특별하게 소개하고 싶어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번 《귤 옮기기》 전시에는 평면, 설치, 입체작품 40여 점과 작가의 일러스트 소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작품의 스토리는 고전 판소리 '별주부전'을 통해 한국인에게 영원한 단짝으로 각인된 토끼와 거북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귤을 옮기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토끼의 간이 아니라 토끼 행성에 널린 '감귤'을 가져와야 한다는 패러디로 꾸며졌습니다.
토끼 행성에서는 간을 빼앗길 뻔했다는 설화로 인해 거북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거북이들은 무시무시한 등갑도 없고, 토끼 머리띠를 하고 있으며 간이 아닌 감귤을 달라고 하다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토끼들은 어서 가져가라며 귤을 옮겨주는 호의를 베풀어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 상징이 담겨있습니다.
귤은 여성의 유방을, 토끼는 토끼 같은 자식을, 거북이는 집이 없는 존재,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거북이는 사랑받고 자란 존재인 토끼를 흉내 내고 싶어 토끼 분장을 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모습으로 표현된 이들은 미성숙한 존재,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로 느껴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부대행사로 감귤풍경 만들기, 캐리커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그림책 <토끼약방>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전주에 빠져 2021~2023년 전주살이를 시작했고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에 오픈형 작업실 '초록땅 일러스트 소품숍'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최희 작가는 "언젠가 개인전을 연다면 꼭 이곳에서 전시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2년 만에 전주에 다시 돌아와 개인전을 열게 되니 어머니 품에 돌아온 듯 포근한 느낌이다"고 감회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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