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대통령에 바란다]신정호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 공동회장 "교육주권 보장하는 고등교육 펼쳐야"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켜 백년지대계를 새로이 수립하겠다는 포부로 지난 정부는 동 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안에 고등교육과 관련한 적지 않은 특별위원회를 가동했습니다.
지방대학발전, 대전환시대 미래교육의 가치와 기본방향, 대학의 격차 해소 및 균형발전, 대학 경쟁력 강화, 디지털AI교육 특별위원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책보고서 또한 여럿 냈습니다.
모든 일에 기대를 두면 실망이 없지 않습니다.
특별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서 드러나듯 국가교육위원회의 임무는 엄중하나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평가는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로 시선을 돌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대학 동반성장을 기치로 고등교육재정의 절반 규모를 지방 정부로 보내 대학을 지원하는 이른바 '지역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개편' 제하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산업 실무형 인재를 지방 정부와 대학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키워보라는 주문입니다.
물론 그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총장이, 정당 추천 후보로 지역민의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 정부의 시장 또는 도지사를 상대로 사업계획서 형식으로 교육계획서를 제출하고 사업비 명목으로 교육비를 교부받는 제도는 대학의 설립 취지와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적 운영과 그 거리가 가깝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언권을 가진 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대학병원 운영은 어떠할까요.
대학 교육제도의 안정적 운영의 전제 없이는 모두 공염불이라는 점을 지난 정부는 온 나라 국민의 희생과 의료보험 재정의 적지 않은 대가를 통해 노출했습니다.
대학 교육의 시스템을 외면하고 대학 및 병원의 각 구성단위와 깊은 숙의 과정 없이 수립된 정책의 집행은 그 결과가 매우 가혹합니다.
대학은 지난날과 같은 우골탑도 아니요, 더 이상 순수한 연구기관이나 학교가 아닙니다.
요컨대 한 나라의 미래고 한 지역의 유기적 공동체의 부분으로서 브레인입니다.
대학의 숨통이 막히면 지역사회도 나라도 앞날이 어둡습니다.
대학을 대학이라고 이름 지은 본뜻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기대가 크고 걱정도 큰 까닭은 바로 이와 같은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각 진영에서 내놓은 고등교육정책 가운데 일부 공약은 예전부터 해오던 약속이고 일부는 새로운 것입니다.
이른바 '서울대학 10개 만들기 정책'은 전자에 해당하고,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학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약속은 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약속한 점은 귀를 반기지만, 이는 지당한 약속이면서 동시에 큰 문제 또한 안고 있습니다.
이른바 거점 국립대학과 국가중심국립대학의 차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전공별 재학생 1인당 교육비와 1인당 순수교육비의 차등을 어찌 해소할까요.
나아가 이른바 수도권 소재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 간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새 정부는 국가중심국립대학, 사립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을 지방 대도시의 거점 국립대와 함께 지방대학군으로 분류하여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근처에서 해당 대학들을 일반화해서는 그 해법이 가당치 않을 것입니다.
학생 교육과 교수의 연구 지원은 후순위로 미루고 학교법인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이른바 좀비대학은 경영 진단을 통해 일정한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중심국립대학, 사립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의 졸업생 동문이야말로 장차 지역을 묵묵히 지키는 장본인이라는 점을 새 정부는 각별하게 중시해야 옳습니다.
올바른 정책 답안은 해당 대학들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대한 국민 주권 시대에 걸맞은 교육의 주권을 보장하는 고등교육 정책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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