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가든 《노동, 새로고침 》 기획전..폐업식당서 찾은 노동의 의미

    작성 : 2025-04-28 09:13:52
    다음 달 17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구)산아가든
    고보연, 김영란, 김영봉 등 7명 작가 참여
    예술과 노동, 일상의 경계를 'refresh'
    ▲《노동, 새로고침》 포스터

    일상적인 노동의 유산에 예술을 입힌 기획전 《노동, 새로고침》이 다음 달 17일까지 전북 전주 완산구 방마길에 위치한 산아가든에서 열립니다.

    산아가든은 2023년까지 식당으로 기능했던 장소로 이번 기획전의 모티브와 서사를 담고 있는 생생한 공간입니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이 일상 속에서 창작을 지속해 나가는 감각과 흐름을 '노동'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습니다.

    한때 식당으로 사용되었던 '산아가든'은 반들반들해진 마루, 손때 묻은 스위치, 페인트 벗겨진 미닫이문의 손잡이 등 분주히 움직이던 누군가의 노동의 시간과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노동, 새로고침》 작품1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고보연, 김영란, 김영봉, 노진아, 박마리아, 여은희, 정하영 작가 등 7명으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노동의 시간과 그 안에 스며 있는 삶의 감각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고보연 작가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산아가든에서 분주하게 젊은 날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는 촌로를 클로즈업 했습니다.

    김영란 작가는 제 역할을 다한 살림살이를 한지로 본뜨고 조합하여 이를 사용했던 이들에 대한 단상을 무대처럼 꾸몄습니다.

    정하영 작가는 산아가든의 주방에서 이루어졌을 여성의 노동을 매개로 어린 시절 목격했던 '식재료'의 형상을 구현했습니다.

    김영봉 작가는 주방에서 묵묵히 희생되었던 닭과 오리의 넋을 기리는 헌정물로 건물 뒤편에 작은 '고임목'을 추모비로 설정했습니다.

    노진아 작가는 인간이 추구하는 편리함의 이면을 드러내기 위해 플라스틱 병뚜껑들을 반복적인 열과 압력으로 가공하여 이 공간에서 행해졌을 노동의 '부피'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노동, 새로고침》작품2

    박마리아 작가는 오늘 주문한 물건이 다음 날 아침 도착하는 세계에서, 물질이 감정보다 빨리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자본주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증언합니다.

    여은희 작가는 식재료로 소비한 것들의 껍데기를 모아 그물을 엮듯 반복적으로 꿰매고 이어가는 작업을 통해 '일 자체를 잘하기 위해 일에 매진'하는 장인의 행위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노동, 새로고침》 전시는 오랜 세월 동안 쌓인 공간의 흔적을 받침대 삼아, 개인의 삶과 맞닿아있는 '노동'의 모습을 조명하고 그 가능성을 확장합니다.

    이는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행위가 계속되는 세계, 그림자 노동의 세계, 원하는 결과를 위해 말없이 희생되는 존재들을 위한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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