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시조집 『마음 한 평』 출간

    작성 : 2025-12-09 08:19:48
    전통과 현대를 잇는 리추얼의 시간을 노래
    우리가 상실한 세계와의 연결성을 회복
    전남 곡성 출신,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집 『마음 한 평』

    디지털 단말기 화면 속 피드에 이끌려 감각적 언어를 소비하는 요즘, 시의 존재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 짓기를 통해 주체의 거주처를 건축하는 시 작업을 묵묵히 이어가는 시인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전통과 현대를 잇는 시적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해온 박정호 시인이 두 번째 시조집 『마음 한 평』 (이미지북)을 출간했습니다.

    ▲박정호 시인

    전남 곡성 출신으로 198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박 시인은 첫 시집 『빛나는 부재』(고요아침)에서 현재에 부재한 리추얼(ritual, 의제)의 시간을 노래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펴낸 시조집 『마음 한 평』에서 박정호는 다시 세계를 리추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꿈꿉니다.

    그것은 밖에서 빌려온 시간이 우리 안에서 여전히 우리의 존재적 근거가 세계에 있음을 환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환기하는 자리가 바로 ‘마음’입니다.

    이때 마음의 건축은 언어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리고 언어의 건축물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상실한 세계와의 연결성을 회복할 ‘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는 내게 한 가닥 끈이었다
    당기면 스르르 풀리고 마는 끈
    느슨한 혹은 팽팽한, 가끔 씩은 풀리지 않는

    산으로 바다로 끈 떨어진 신세였다가
    저물녘 처마에 걸린 불빛 같은 눈빛이다가
    다시금 잇대어보는 멀어진 만큼
    (끈 전문)

    이 시는 ‘끈’의 이미지로 주어진 타자적 가능성이며 세계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너’에 대해 노래합니다.

    ‘끈’과 거리가 있었을 때 역설적으로 주체는 ‘너’와의 연결성을 느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를 현재에 거주하게 하는 시, 그러한 시는 우리의 영혼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박정호의 이번 시집이 길어낸 시편들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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