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수 씨는 30여 년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일들도 많이 겪었습니다.
그는 업계에서 남보다 일찍 탑차를 도입한 덕택에 2년간 대학수능 시험지 수송 업무를 도맡는 특별한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서 수능시험지를 인수해 경찰 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광주시교육청 보관장소까지 옮기는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습니다.
이삿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도 적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 광주 북구 우산동 식육점이 이사할 때의 일입니다.
방안의 짐을 모두 꺼내고 벽장 안을 살피던 직원이 신문지에 싸인 500만 원의 지폐 뭉치를 발견한 것입니다.
주인에게 돌려주자 깜짝 놀라며 "명절 대목 때 장사가 잘되어서 현금을 보관해 두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기뻐했습니다.

◇ 한전 사무실 이사 작업 10일간 진행광주지역 이삿짐센터 업계 2위로 규모가 있다 보니 큰 회사 사무실 이전 용역을 많이 맡아서 처리했습니다.
그중 금남로 대로변에 위치한 보험회사 이사 때는 교통방해 민원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작업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나주 혁신도시로 공공기관들이 이전해 오는 과정에서 이삿짐센터 회사들도 특수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정철수 씨 회사도 한전 사무실 이전에 참여했는데 하루 20명의 직원이 동원돼 10일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정 씨는 작업을 지휘하기 위해 나주 현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머물러야 했습니다.
그는 "작업 기간이 길고 참여 인원이 많다 보니 역대 가장 많은 이사비용을 받은 것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한전이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한 것을 계기로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 아파트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고 전했습니다.
◇ F1 경기장에 사용되는 기계 장비 운반간혹 견적에 비해 일이 일찍 끝나는 '운수 좋은 날'도 있습니다.
광산구 관내 실업계 고등학교 이전으로 이삿짐을 옮기는데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단축돼 횡재한 기분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수한 수송을 많이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과거 전남 영암에서 개최된 F1 경기가 열리는 시즌에는 경기장에 사용되는 기계 장비 등 여러 가지 물품들을 운반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나주 남평에 위치한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열리는 신제품전시회에 3년간 전시물을 운송하는 용역을 맡아서 원활히 진행되도록 도왔습니다.

◇ "물불을 안가리고 일만 했죠"그는 "'알선주선업' 허가를 받은 이삿짐센터는 최루탄과 시체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운반할 수 있다"며 "물불을 안 가리고 일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30여 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사이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1남 2녀 자녀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모두 대기업에 입사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평생 그의 곁을 지켜주었던 아내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2018년 69살이 되자 그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인력 구하기도 어려워 사업을 접기로 결심했습니다.
탑차와 사다리차 등 운송차량은 매각하고 사무실과 창고는 택배회사에 임대를 내주었습니다.

◇ 노후에는 즐기는 삶을 추구그리고 노후에는 즐기는 삶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예술공연단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아코디언과 드럼연주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역 가수연합회 회장을 맡는 등 '낭만가객'으로 변신했습니다.

공연단 활동에 흥미와 보람을 느낀 그는 지난해 비영리법인 '무지개예술공연단'을 만들어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는 대표가 되었습니다.
지하철 농성역을 비롯 광산구 수랑공원, 요양병원, 주간보호센터 등 찾아다니며 한 달에 8~9회 공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노래는 힘들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봉사활동이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이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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